[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NEW
애니메이션 영화 ‘서울역’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NEW
애니메이션만 보고도 명배우들이 출연 러브콜을 보낼 만큼 매혹적인 스토리 텔러이자 세계적인 비주얼 마스터. 좀비 영화를 국내 최초로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시킨 천재 감독 연상호의 이야기다. 섬세한 연출과 더불어 장면 곳곳마다 물음표를 배치해 놓은 연 감독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지게 된다. ‘서울역’은 그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93분의 짧은 시간 여행이다.

10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는 영화 ‘서울역'(감독 연상호)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류승룡·심은경·이준이 참석했다. ‘서울역’은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그가 영화 ‘부산행’으로 확장시킨 세계관의 시작이기도 하다.

연 감독은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그 중에서도 극단적인 생각을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에서도, ‘사이비'(2013)에서도 비관적인 엔딩을 그렸지만 엔딩은 또 무언가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 엔딩을 본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한다면”이라고 전했다.

감독이 말한 것처럼, ‘서울역’ 안에는 현재 한국 사회를 축소해놓은 듯한 사실적인 묘사가 가득하다. 그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직설적인 화법은 애니메이션 전반의 스토리를 힘있게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집’을 보여주지만 가장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것처럼 이질적인 모델하우스, 서울역사 안에서도 존재하는 계급 사회, 아무렇지 않게 물대포를 쏘는 정부 등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그 예다. 연 감독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지는 자잘한 사건들이 있지 않나. 심야 뉴스에 한 토막씩 나올 수 있는 그런 자잘한 뉴스들의 총합같은 걸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의 더빙은 단순히 ‘목소리를 입힌 것’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캐릭터들이 실제로 연기를 하고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더빙이 실감나는 비결은 ‘전시 녹음’에 있다. 전시 녹음은 영화에서 촬영을 하기 전에 필요한 음악, 효과음 등을 미리 녹음하는 일을 뜻한다. 연 감독은 “내가 글로 썼던 것들이 다가 아니라, 그 행간을 채워줄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해서 선녹음을 한다. 내가 모든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그 연기의 톤앤매너가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높인다. 애니메이션은 사실 한 방향으로밖에 이야기가 흐를 수 밖에 없는데,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자유로움이 결합되면서 영화가 독특한 지점으로 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전시 녹음을 선호하는 이유를 말했다.

‘부산행’을 보지 않았더라도 그간 연 감독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보여줬던 사회상과 메시지에 매료됐던 관객이라면,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영화다. ‘서울역’ 속의 소녀 혜선(심은경)이 ‘부산행’에 실사로 등장하기 때문에 ‘서울역’을 먼저 보고 ‘부산행’을 봐도 재미를 두 배로 얻어갈 수 있다. 오는 18일 개봉.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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