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주체로 각광받는 시니어 세대
‘디어 마이 프렌즈’, 평균 73세 배우들이 주연 맡아 열연
“젊은층의 문화적 기호와 크게 다르지 않아”

[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고현정이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린 tvN 새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 발표회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배우 고현정이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에서 열린 tvN 새 10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제작 발표회에서 코믹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꼰대’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13일 첫 방송하는 tvN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연출 홍종찬·이하 ‘디마프’)’에는 신구,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주현, 윤여정 등 노년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3세다. 다수의 작품에서 ‘막강한’ 연기력을 선보인 이들에게 대중들은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온 ‘시니어벤져스’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나이든 이들을 비꼬거나, 그들의 생각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때 흔히 ‘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극 중 고현정은 “요즘 누가 꼰대들 얘기를 돈 주고 읽어. 지들 부모한테도 관심 없어”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드라마 속 대사와 달리 ‘디마프’는 꼰대라고 불리기 이전에, 누군가의 엄마, 아빠이기 이전에 그들의 꿈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노희경 작가는 “‘나이가 있는 사람은 치열하지 않다. 도전하지 않는다’는 편견에 휩싸여 있는데, 그 편견을 깨주고 싶었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드라마평론가인 충남대학교 윤석진 교수는 “지금까지 시니어층은 먹고 사는 문제에 함몰돼 있었다. 이제 그 부분에 한걸음 빠져나오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그들의 고민을 담아내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드라마는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데, 시니어층의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지금껏 주요 소재로 다루지 않아 참신하고, 새로움을 안긴다”라고 진단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그래, 그런거야’는 조한선, 왕빛나, 남규리 등 젊은 세대보다 이순재, 강부자, 노주현, 김혜숙 등 중·장년층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JTBC ‘힙합의 민족’은 평균 연령 65세의 ‘할매’ 래퍼들이 1캐럿 다이아몬드를 두고 대결을 펼친다. 10~20대 전유물로 여겨졌던 랩을 노년층이 소화해내며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는 것.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텔레비전 메인 시청자가 20대에서 50대 이상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자유로운 경제생활이 뒷받침된다. 구매력을 갖춘 노년층은 광고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실제 소비로 이어진다. 그래서 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복고 열풍이 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tvN 제공
디어 마이 프렌즈/사진=tvN 제공
이미 시니어 계층은 경제, 문화의 주체로 떠올랐다. 그중에도 넉넉한 자산과 소득을 기반으로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50~60대의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를 위한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젊은 노인’, ‘No노(老)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문화 활동도 즐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고령친화 8대산업(의약품·의료기기·식품·화장품·고령친화용품·요양·주거·여가)의 시장규모는 2012년 2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9조3000억원으로 43.4% 증가했다. 성장세는 점점 가팔라져 2020년에는 72조8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이하 코바코)가 발표한 ‘2015 소비자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는 신소비층으로 급부상했다. 코바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는 20~30대에 못지않게 디지털기기(스마트폰, 노트북 등)를 소유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고, 외모를 가꾸는데 돈을 지출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비중 역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TV홈쇼핑, 온라인 쇼핑 등 다양한 경로로 제품을 구입하고 있으며 구매제품 역시 패션의류, 신발류, 화장품 등 다양했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젊은층에 비해 시니어층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때문에 이들을 겨냥한 상품이나 콘텐츠 공급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 사회가 되면서 이들이 경제, 문화 전반에 미칠 힘은 더욱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젊고 트렌디하게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시니어층의 소비나 문화적 기호가 젊은층과 크게 차별성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었다고 집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활동을 하려고 한다”라며 “액티브 시니어, 뉴실버세대라는 단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들은 활발하게 문화를 소구하고 경제력을 뽐낸다. 때문에 앞으로 그들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상품과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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