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3월 1주 신보수배
3월 1주 신보수배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레인보우99
레인보우99
사건명 캘린더(Calendar)
용의자 레인보우99(류승현)
사건일자 2016.02.19
첫인상 레인보우99은 밴드 스맥소프트 소속 기타리스트이다. 지난 2008년 ‘러브 이즈 노 투모로우(Love Is No Tomorrow)’를 발매한 이후 지속적으로 솔로 앨범을 내놓고 있다. 새 앨범 ‘캘린더’는 지난 1년 간 발표된 싱글을 하나의 정규 앨범으로 합친 것으로, 레인보우99은 매달 초 여행을 떠난 뒤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기록했다.
추천트랙 ‘캘린더’. 이 앨범의 감상은 오감을 통해 이뤄진다. 노래에 담겨 있는 것이 경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공간감을 강조해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고, 덕분에 레인보우99의 경험은 청각 이상의 감각으로 전달된다. 감상 자체가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셈.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순발력이다. 매 달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바를 순발력 있게 포착해 담아냈다. 이보다 더 뜨겁고 생생할 수 있을까.

정미조
정미조


사건명 37년
용의자 정미조
사건일자 2016.02.24
첫인상 가수 정미조가 무려 37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 정미조는 지난 1972년 데뷔해 ‘개여울’ ‘휘파람을 부세요’ ‘불꽃’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1979년 돌연 은퇴를 선언, 미술가로서의 삶을 시작하겠다며 파리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에는 23년 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가수 최백호의 권유를 계기로 컴백을 결심, 색소포니스트 손성제와 손을 잡고 새 앨범을 발매했다.
추천트랙 ‘귀로’. 정미조는 이 곡을 녹음할 당시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목이 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는 다른 세대를 살고 있을 청자들에게조차 같은 경험을 선물한다. 아마 이 곡을 듣는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각자의 풍경이 하나씩 떠올라 내내 떠나지 않을 것이다. 잔잔하게 파고들어 온 정신을 지배하는 것. 그것이 정미조가 부리는 마법이다.
출몰지역 오는 4월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G아트센터에서 데뷔 후 첫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선우정아
선우정아


사건명 그러려니
용의자 선우정아
사건일자 2016.02.29
첫인상 선우정아가 지난 1월 발표한 ‘교감’ 프로젝트 이후 약 2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 기존 선우정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보컬과 피아노의 조화가 돋보인다. 이젠 만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안녕을 비는 마음을 담은 곡으로, 선우정아는 앨범 소개를 통해 “현실적이기 때문에 더욱 슬픈 노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추천트랙 ‘그러려니’. 자연스러운 일보다 더 서글픈 것은 없다. 자연스럽다는 건, 다시 말해 막을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러려니’는 자연스러운 단절, 자연스러운 이별을 노래한다. 때문에 “현실적이기 때문에 더욱 슬프다”는 선우정아의 말에 뼈저리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선우정아 스스로는 “이 곡의 연주는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다”고 고백했지만, 날 것의 투박함은 섬세함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조덕환
조덕환


사건명 파이어 인 더 레인(Fire in the rain)
용의자 조덕환
사건일자 2016.02.29
첫인상 전설적인 밴드 들국화 원년 멤버로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세계로 가는 기차’ 등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조덕환은 집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 결국 지난 1987년 들국화 활동을 접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2009년 귀국해 음악 활동을 재개했으나 들국화 재결합에는 함께 하지 못했다.
추천트랙 ‘파이어 인 더 레인’. 조덕환은 64세 나이의 노장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와 감성은 더없이 좋다. 낭만적인 무드는 조덕환의 노련한 리듬감을 만나 더욱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른다. 후주에 길게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아련하면서도 세련됐다. 노장의 감각은 젊은이의 그것 이상으로 예리하다. 어쩌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조덕환의 연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노장은 죽지도, 늙지도 않는다. 다만 멋을 더해갈 뿐이다.

푸르내
푸르내


사건명 야생의 밤
용의자 푸르내(이경환, 유완무, 김성준)
사건일자 2016.03.03
첫인상 밴드 얄개들 출신의 이경환, 유완무가 주축이 돼 꾸린 팀. 당초 4인조로 출발했으나 멤버 정원진 탈퇴 후 3인조 체제로 자리 잡게 됐다. ‘야생의 밤’은 팀 결성 후 무려 3년 만에 발표되는 첫 정규앨범으로, 총 9곡이 수록됐다. 녹음, 믹싱, 마스터링 등 모든 제작과정에 멤버들이 직접 참여했다.
추천트랙 ‘아주 먼 곳.’ “차가우면서 따뜻하고, 신나면서 차분한.” 푸르내는 자신의 앨범을 이렇게 설명한다. 80년대 그룹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악기 구성은 일견 경쾌하게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쓸쓸한 정취가 배어나온다. 덤덤하고 건조한 김성준의 목소리는 이 쓸쓸함을 무기력함으로까지 끌고 간다. 클라이맥스 없이 흘러가는 멜로디 진행이나 가사의 내용 역시 쓸쓸한 정서에 일조한다. 3분가량의 짧은 노래이지만 곱씹어 들을수록 길게 느껴질 것이다.
출몰지역 오는 26일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신도시에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연다.

글, 편집. 이은호 기자 wild37@
디자인.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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