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류준열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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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의 얼굴은 수많은 이야기와 사연을 담고 있다. 피끓는 열정, 순수한 사랑, 혹은 상실의 시대를 류준열이, 당당하지만, 당돌하지는 않게 말하고 있다. 정환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첫사랑’으로 쌍문동에 그렇게 남았지만, 류준열은 청춘을 닮은 푸른 봄의 거리로 걸어나왔다. ‘응답’받은 우리들의 소년은, 그렇게 ‘꽃처럼 아름다운 청춘’이 되어 빛나는 ‘글로리 데이’를 맞았다. 비로소, 류준열의 시대다.

10. 인터뷰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류준열 : 재밌다. (류준열은 독감으로 투혼 중이었다)컨디션이 좋았으면 했는데, 그게 아쉽지. 인터뷰도 어떻게 보면 사람을 만나는 일 아닌가.

10. ‘꽃보다 청춘(이하 꽃청춘)’ 재밌게 봤다. 줄곧 류준열은 좋은 의미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꽃청춘’을 통해 그걸 확인했다. 류준열은 자존감이 높다, 이 말이 맞나(웃음).
류준열 : (웃음) 맞다.

10. 자존감이 높다는 건 ‘마이 웨이(My Way)’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꾸준히 ‘마이 웨이’를 고집할 수 있다는 건 자존감이 높기 때문 아닌가. 류준열의 ‘마이 웨이’가 지금의 배우 류준열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류준열: 마이 웨이, 그런 게 있다. 남들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인 것 같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건 하는 스타일이다. 자존감이라는 게 자기 스스로에게 큰 힘을 줄 수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자존감을 갖는 건 좋은 것 같다.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도 되니까.

10. 류준열은 어떤 사람인가.
류준열 :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고, 평소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으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거기에 오래 빠져 있지 않으려는 편이다. 적응도 잘 하려고 하고, 남들 불편하게 안 하려고 하고,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웃음).

10. 좋은 일도 오래 빠져 있지 않는 편이라면,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후광도 빨리 털어낼 수 있겠다는 얘기겠다.
류준열: 맞다. ‘응팔’이 너무 옛날 일 같다. (아직 한 달밖에 안됐다는 스태프의 말에) 하, 그랬구나. 너무 아득하다(웃음).

10. 최근 류준열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간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나.
류준열 : ‘응팔’을 찍는 내내 이등병이 된 기분이랄까. 군대에 가면 다 신기하지 않나. 살아남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들도 많다. 밥 먹는 습관, 잠자는 방법, 이런 것들 다 바꿔야 하는데, ‘응팔’이 그랬다. 배워야 할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오고, 나는 계속 배우고, 그런 시간들이었다.

10. 어떤 것들이 그렇게 새롭던가.
류준열 : 내가 알고 있던 현장과는 다르더라. 어쨌든 ‘응팔’은 상업판이고, 다 베테랑들이시고. 그 전에는 같이 공부한 느낌이 컸었지. 독립영화 현장이랑은 또 완전히 다르더라.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도 있었겠고. 일단 작품의 규모와 버짓(budget, 예산) 자체도 너무 다르다. ‘응팔’을 하면서 소속사도 들어갔고, 선배님들도 만났다. 최근에 친구들한테 ‘한 달 사이에 정말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정말 많이 얘기했다. 앞으로는 또 ‘두 달 사이에 어마어마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얘기하겠지.
류준열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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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포털사이트에 지금 류준열을 검색하면 ‘류준열 여행’, ‘류준열 영어’, ‘류준열 여행 영어’ 등이 연관검색어로 뜬다. (일동 폭소) 거의 민병철 같은 느낌이다. 영어는 어떻게 배운 건가. 생존 영어의 비결이 궁금하다.
류준열 : 여행을 통해서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비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외국인들이 어설픈 한국어를 하면 우리가 다 알아듣지 않나,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설픈 외국어로 말해도 티켓 주고, 방도 주고, 밥도 주고 하는 걸 경험하면서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다는 걸 느꼈고, 더 편안해진 것 같다. 그리고 외화나 외국 드라마 보는 걸 워낙 좋아한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에 보낼 정도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10. 여행을 원래 좋아하는 편인 것 같은데, 여행이 영어의 비결이 될 순 없지 않나.
류준열 : 여행을 가서 사람들과 말을 많이 하려고 하고, 그걸 즐겼다. 가서 사람들 만나고, 얘기하고, 같이 어울리고, 그들의 삶을 살아보고, 일상을 물어보고 그런 걸 좋아한다. 여행뿐만 아니라 원래 사람 만나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10. 생존 영어의 비결은 겁내지 말고 최대한 말을 많이 하는 거네.
류준열 : (웃음) 맞다.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말하고. 그리고 미국 드라마?(웃음)

10. 혹시 추천해 줄 미국 드라마가 있나.
류준열 : ‘오피스’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정말 재밌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드라마 중에 하나다.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인간적이면서도 너무 재밌다. 일상의 것들을 너무나도 평범하게 잘, 얘기하는 드라마라 너무 좋다. 꼭 보시길 추천한다.
류준열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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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류준열이 생각한 ‘응팔’ 속 김정환은 어떤 아이인가. 대본 너머에 있는 정환이가 궁금하다.
류준열 :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환이가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그리고 덕선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건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환이네가 사랑으로 가득한 집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그냥 고등학생, 이라고 설명하시더라.

10. 18살 류준열은 어떤 아이였나.
류준열 : 나는 정말 평범했지. 평범했다고 말하고 나서 내가 보냈던 일상을 되돌아보니 정환이랑 비슷하더라. 남자 애들끼리 몰려다니고, 축구하고, 공부했다.

10. 자기 관리의 왕이라고 하던데.
류준열 : 상대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내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 정말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사람은 칼 같은 사람이다. 나는 구멍도 너무 많이 나고, 3일에 한 번 작심하지 않으면 잘 무너진다. 자기 관리하는 걸 너무 즐긴다. 나만의 자기관리 원칙이랄까, 루틴이 있다. 드라마 한편, 영화 한편, 책 조금 읽고 이런 것들. 촬영하면서는 대본 보기에도 바쁘지만, 평소에는 틈틈이 책 같은 것도 보려고 노력한다.

그런 것들이 그리울 때는 있지. 영화 보고 책 보고 이런 것들이 내게는 쉬는 거다. 촬영 끝나고 너무 힘든 날 새벽에 들어와서, 또다시 나가야 할 때에도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본다.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나를 체크하는 다이어리 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 이거는 했다, 못했다 체크하는 거다. 시간별로 해야 할 일이나 오늘 본 영화, 드라마 적어놓는다. 채워지지 않으면 다음 날 두 개 본다(웃음). 그렇게 일주일을 채워 나간다. 남들이 보기에는 힘들어 보이고 철저히 지키는 것 같지만 나는 이걸 즐기는 거다.

10. 덕선이에게 고백했던 정환이의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라는 말은 ‘응팔’ 최고의 대사로 꼽힌다. 만약 류준열이 그때로 돌아가 류준열의 언어로 다시 고백해본다면 어떨까.
류준열: 일단 고백을 수학여행 벽 신에서 했어야지. 그리고 덕선이랑 사귀고 있었겠지(일동 폭소). 이미 교감이 끝났다(웃음).

10. (웃음) 이 자신감은 대체 뭔가.
류준열 : 자신감이라기보다는 느낌이란 게 있다(웃음). 이 친구가 나한테 어떤 마음인가, 모르고 덤비지는 않는다. 소개팅 같은 거 해보면 알지 않나, 상대가 나한테 관심이 있나 없나. 그런 느낌인 거지. 다만 내가 고백한다면 애들 앞에서는 절대 안 할 것 같다. 상대가 너무 부담스럽잖아. 사랑에 있어 첫째는 상대, 둘째도 상대, 셋째도 상대다. 저는 그런 게 있다. 남자라면 여자를 운명적으로 지켜야 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그런 의무가 있다. 하물며 내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10. 18화 대본을 보고 울었다던데, 눈물의 의미는 뭐였나.
류준열 : 정환이의 감정을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상황이 좋아지길 많이 기대했다. 정환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큰 상처를 받지 않았나. 그래서 너무 속상하고, 불쌍하고. 마치 친한 동생처럼(웃음).

10. 뭐랄까, ‘응팔’로 정환이는 첫사랑의 아이콘이 됐다.
류준열 : 정말인가(웃음).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고, 아이콘은 특별한 거 아닌가. 음, 첫사랑의 아이콘이라고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첫사랑이라고 하면 풋풋한 것도 맞지만, 정환이처럼 가슴 아픈 경험도 있지 않을까.
류준열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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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인할 때나, SNS에 ‘사랑합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쓰던데.
류준열: 내가 이미 사랑이 주는 힘이 뭔지 경험했다. 다른 분들도 그런 사랑의 힘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사랑은 할 줄 알아야 받을 줄 안다고 생각한다. 남을 생각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그리고 남을 사랑한다는 개념은 알았지만 직접적으로 표현할 줄을 몰랐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말이 있지만 이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무서운 말이다. 누가 이런 말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날 이 말이 갑자기 엄청나게 무서워진 적이 있었다. 그 말 때문에 쓰레기도 안 버린 적도 있었다(웃음). 내가 나만 사랑하게 되면, 이 세상에 류준열을 사랑하는 사람은 단 한명 뿐이다. 하지만 내가 남을 사랑하게 되면, 숫자로만 단순하게 계산해도 60억을 사랑하는 일이다. 이게 엄청나게 큰일이고, 대단한 일이지. ‘응답하라 1988’이 하고 싶은 얘기도 바로 이런 거다.

10. ‘응팔’을 통해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극찬이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무서운 말이기도 하다. 지금의 이 ‘대세’라 불리는 인기가 부담스럽거나, 두렵지는 않나.
류준열: 전혀 아무 생각이 없다. 대세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와 닿지가 않는다. 실감도 잘 안 나고. 최근에 인터뷰를 돌면서 많은 분들이 너무 환영해 주신다. 그냥 감사하다는 생각뿐이다. 그냥 생각해 보면 낯간지럽기도 하지만(웃음)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10. 변요한, 지수, 이동휘 등 어울리는 친구들의 무리가 많다. 대형 그룹 수준이다(웃음), 자주 기념사진도 찍는 것 같던데, 남자들에게는 굉장히 보기 드문 경우다.
류준열 : 소녀감성이 없으면 안 되는 일 같다. 다들 소녀감성이 있어서 사진 찍고 수다 떠는 것 좋아한다.

10. ‘멤버들’ 중 소녀감성 넘버원은 누군가.
류준열 : 류준열이다(일동 폭소).

10. 쌍문동 소년 정환이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류준열 : 너무 고생했고, 고마웠고,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웠다! 정환이도 내가 정말 많이 사랑해줬으니 아쉽진 않을 거다(웃음) 많은 분들에게 정환이로 사랑받아서 감사했고, 정환이에게도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고맙다, 정말.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류준열의 인터뷰와 더 다양한 사진은 텐아시아가 발행하는 매거진 ’10+Star'(텐플러스스타) 4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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