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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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과거의 내 모습에, 아무리 어릴 때라고 하더라도 쑥스럽고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바래진 사진을 보고도 ‘내가 이랬어?’ 싶은 순간이 있는데, 하물며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성장 과정을 다 보여주며 커가는 것, 그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 가수 박진영이 진두지휘한 ‘영재육성프로젝트’란 프로그래램 당시 열세 살이었던 꼬마가 어느덧 ‘서른’을 논하는 청년이 됐다.

가수 조권은 그렇게 스물일곱이 되었고, “지난날을 돌아보면, 바쁘고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다. ‘나’를 보여주려다, 오히려 잃은 느낌도 받았고. 오히려 이제는 마음의 여유를 찾은 것 같다.”고 말할 만큼 그릇도 커졌다. 10대부터 20대 후반까지, 연습생 기간을 포함에 15년을 오롯이 음악에 모든 걸 맡겼다. 선택에 대한 후회와 미련은 누구에게나 있듯 조권도 그렇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다독일 줄도 안다. 그동안 가장 크게 얻은 게 있다면 단연 ‘인내심’이라고 말하는 그는 3년 8개월이나 걸린 두 번째 음반을 들고 ‘솔로가수 조권’으로 돌아왔다. 비로소 사랑이 무언지 알게 된 청년의 수줍은 고백으로, 또 한 뼘 성장했다고 고한다.

10. 정말 오랜만이에요. 가수 컴백도 그렇고, 솔로는 더욱.
조권 : 첫 번째 솔로 음반 이후 3년이 넘었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요. 3년 8개월이 걸렸네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싶어요. 그동안 2AM으로도, 뮤지컬 등 개인 활동을 하면서 보냈어요. 멤버들의 재계약 문제도 있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10. 솔로 음반 준비 과정은 언제부터, 어떻게 진행됐나요?
조권 :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회사 내부 사정이 있잖아요, 줄줄이 컴백이 예정돼 있고(웃음). 순서를 기다렸죠. 그러다 보니까 새해의 첫 주자가 돼 버려서 식상한 표현이지만, 떨리기도 하고 부담도 있습니다. 사실 첫 번째 음반이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두 번째는 2AM의 정체성인 조권표 발라드를 내놓고 싶었어요.

10. 이번 음반 소개를 부탁합니다.
조권 : 우선 ‘조권이 어떻게 나올까?’라는 궁금증을 계속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수가 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서, 다음 음반이 궁금한 가수가 되자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사실 타이틀 후보는 따로 나와 있었고, 수록 곡으로 작사나, 참여도가 있는 곡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경험담을 바탕으로 ‘영재육성프로젝트’에서 만난, 지금은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맹지나 누나의 도움을 받아 작사를 하게 됐죠. 연애 상담을 하다가 써내려간 가사예요. 누나가 저의 이야기를 듣고 ‘횡단보도’라는 아이디어를 줬고, 바로 써 내려갔어요. 그 곡이 지금의 타이틀곡 ‘횡단보도’ 입니다. 사실은 수록 곡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곡이에요.

10. 참여를 위한 수록 곡이 타이틀이 됐군요.
조권 : (박)진영이 형, 사장님 등 회사 분들이 줄줄이 전화를 주시더라고요. ‘사고 안쳤는데?’ 하면서 받았죠(웃음). 너무나도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횡단보도’에 대한 칭찬을 하셨어요. 진영이 형은 그 와중에 자기 자랑도(웃음), ‘어머님은 누구니’ 이후로 소속 아티스트의 곡으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건 두 번째라고 하시면서요. 그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는데, 얼떨떨했죠. 그렇게 타이틀로 가자고 하셔서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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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오랜만에 컴백인데다, 2016년 첫 주자에 자작곡. 부담감이 없을 수 없었겠네요.
조권 : ‘타이틀을 써봐라’ 했으면 좀 더 신경을 썼을 텐데 싶었죠. 물론 ‘횡단보도’를 쓸 때 최선을 다했지만요. 근데 반대로 생각하니까 마음 편하게 썼더니, 감성이 통하고 모니터링 결과도 좋았 던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판도가 뒤집히는 바람에 같이 작업한 곡이 타이틀이 됐어요. 이참에 참여를 더 해보자 싶어서 세 번째 트랙의 곡도 작사를 했어요.

10. 기대도 클 것 같아요.
조권 : 물론 순위에 대한 기대도 있죠. 예전엔 정말 한 시간마다 차트를 확인했어요. 근데 이번엔 음반 평이 좋았으면 합니다.

10. 스스로도 얘기했지만, 첫 번째 음반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이번에 발라드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그 부분이 파격적이기도 하고요.
조권 : ‘이번에는 어떤 변화가 있어?’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변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특히 발라드로는 더 그렇고요.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곡 작업을 하는 것과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아서 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는다는 거예요. 감성의 깊이에 있어서요.

10. ‘횡단보도’는 확실히 조권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곡이군요.
조권 : 이별에 관한 내용이에요. 진영이형의 트레이닝 아래 녹음하고, 어릴 때는 ‘이별 경험’에 대한 질문에 늘 ‘간접 경험’을 해봤다고 말했어요. 영화를 본다든지,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든지요. 그런데 이번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곡이라 감성이 달라요. 연륜도 조금 생긴 것 같고요. 스물일곱이 된 조권이 느낀 감성을 진실하게 표현해낸 음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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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지난해는 어땠나요?
조권 : 2015년은 처음으로 사랑을 느껴본 해였어요. 희망고문도 당해보고, 흔히들 말하는 어장에 갇혀보기도 하고요. 좋아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생기고,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도 만났고 그러면서 상처도 받았죠. 전에는 연애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제가 겪고 나니까, 알겠더라고요. 그런 감정을 느낀 한 해였어요.

‘횡단보도’라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이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초록불로 바뀌어도 나를 기다려주고 있을까’라는 마음에서 나왔어요. 나도 사랑이란 걸 좀 아는 사람이란 걸 느꼈어요. 모태솔로라고 이야기했던 때도 있었는데, 스물일곱이 되어서 그러는 건 양심이 없는 것 같고요(웃음). 이렇게 사랑이란 감정을 알게 돼 다행이에요.

10. 사랑도 알았지만, 지난해 조권씨를 제외한 2AM 멤버들이 모두 다른 기획사에서 둥지를 틀었어요. 사실상 해체가 아닌가라는 말들이 많았고요. 팀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조권 :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기준점이 달라질 것 같은데, 아직 솔로는 어색해요. 첫 솔로 음반도 있었고, ‘깝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혼자 나와서 활동할 때도 있었어요. 그때도 ‘홀로서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2AM의 거취가 나누어졌고,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소속사도 다르고 해체구나, 끝이구나 당연히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2AM은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했고 회사도 옮겨 다니면서 노력했어요. 그래서 모든 멤버는 각자의 소속사에 2AM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전제를 두고 흩어졌어요. 그래서 걱정은 없지만, 희망고문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구체적인 시기 확정 없이 ‘나올 겁니다’라는 말을 하는 게 팬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기약은 없지만 확실한 건 모두 다시 뭉칠 마음은 있어요.

10. 음반 발매를 앞두고, 멤버들도 많이 응원을 해줬겠어요.
조권 : 단체 채팅방이 있어서 서로 격려를 해요. 서로의 활동을 챙겨보기도 하고요.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해주더라고요(웃음).

10. 다시 솔로 조권으로 돌아와서, 롤모델이 있나요?
조권 : 진영이 형도 존경하고, 한국의 레이디가가, 마돈나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저에게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롤모델이 없어졌어요. 그들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영광스러운 분들이고, 지금은 롤모델이라기 보다 ‘조권이라서 어울린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소극장에서 소통하는 공연도 하고 싶고, 레이디가가처럼 파격적인 콘서트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재미있는 아티스트로 기억될 수 있도록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10.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조권의 하루는 어떤가요?
조권 : 외로움을 많이 타서 집에 가만히 못 있어요(웃음). 어렸을 때부터 바쁘게 살아오기도 했고, 연습생 생활도 길게 하면서 스케줄이 없는 날에도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게 습관이 됐어요. 아무 일 없는 날에도 피부과에 운동, 연습 시간도 만들어서 하루를 꽉 채우죠. 그렇게 해도 초저녁이고, 집에 오면 허한 마음이 들어요. 주말에는 클럽을 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술도 한 잔씩 해요. 그렇게 보내는 것 같아요. 특별한 건 없어요(웃음).

10.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조권 : 늘 받는 것 같아요. 365일. 음악 방송을 보거나, 뮤지컬을 보러 가서, 영상을 찾아서 볼 때도 자극을 받죠. 보여지는 직업이고, 대중들은 보이는 대로 반응을 하니까 20대 초반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깝권’이었다면, 지금은 스물일곱 청년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죠. 그렇게 자극을 받으면서 원동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10. 최근에는 어떤 자극을 받았나요?
조권 : 뮤지컬을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 자주 가는데, 그때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극과 자신감이 생겨요. 뮤지컬을 할 때는 힘들어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보면 하고 싶어요. 또 최근에는 힐을 신고 춤을 추는 유럽 댄서들이 워크숍을 위해 한국에 왔는데, 가지 못한 게 후회돼요. 새로운 걸 하면 보는 분들이 부담스러워할지라도, 나중에는 목표를 이루고 그 분야에 있어서 아이콘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죠.

10.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그래서 더 뮤지컬이 소중한 것 같아요.
조권 : 제가 시작했을 때는 아이돌들이 많이 할 때였어요. 그래서 날카로운 눈빛도 많았고요. 선뜻 도전하기가 힘들었죠. 마침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작품을 통해 끼를 제대로 부릴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 도전을 했죠. 이후 ‘프리실라’로 예술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인정을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장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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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어요. 예능보다는 뮤지컬 등 아티스트로서의 행보가 두드러졌고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있었나요?
조권 : 예능 프로그램을 일부러 줄였던 건 아니에요. 원래 욕심도 없었고, 예능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어요. 신인 때 누구나 순차적으로 밟는 행보였는데, 개인기를 보고 비호감이었다가 대중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 주시면서 ‘깝권’이라는 독특한 애칭을 얻고 사랑받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즐길 수 있었던 때였다고 생각해요. 가장 젊고 귀엽고 통통 튈 때 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시기를 마주한 게 행운이죠. ‘깝권’도 물론 저의 일부지만, 하나의 아이콘으로 당시를 즐겼어요. 그 모습도, 지금 이 모습도 모두 저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예능에 나가면 ‘깝권의 귀환’ ‘명불허전’이란 표현을 써주시는데, 기분 좋아요(웃음).

10. 앞으로의 설계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조권 : 파격적인 음반도 냈고, 발라드 음반도 내면서 조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중성을 갖게 됐어요. 둘 다 저의 모습이죠. 회사를 차리고 사장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아티스트로서의 목표와 꿈이 있다면, 계속 이렇게 회사의 서포터를 적극적으로 받으며 활동하고 싶죠. ‘스타’ 조권이 되고 싶어요. 저를 떠올리면, ‘이 친구 참 재미있어’ ‘멋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또 다음 음반이 궁금한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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