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스웨덴세탁소
스웨덴세탁소


사건명 두 손, 너에게
용의자 스웨덴세탁소 (최인영, 왕세윤)
사건일자 2015.09.25
첫인상 스웨덴세탁소는 상당히 부지런한 뮤지션 축에 속한다. 지난 2012년 첫 싱글앨범을 발매한 뒤, 매 해 다수의 싱글 앨범 및 미니 앨범을 발매해왔다. 차곡히 쌓인 이들의 디스코그라피 가운데 이번 앨범이 유독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건, 단연코 최백호 때문이다. 그간 얼마나 많은 후배 가수들이 최백호에 대한 열렬한 애정과 존경을 고백해왔던가. 스웨덴세탁소는 최백호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참여를 부탁했고, 최백호는 가사의 메시지에 감동해 기꺼이 참여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추천트랙 ‘두 손, 너에게’.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다. 최인영의 목소리 말이다. 맑고 청명한 와중에도, 물기를 촉촉이 머금어, 소녀의 두려움을 적절하게 그려낸다. 최백호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잘 늙었다. 무수한 나이테가 목소리에도 고스란히 새겨진 듯 하다. 작지만 깊이 있고, 담담하지만 단단하다. 보틀넥을 사용한 기타연주가 아스라한 밤하늘의 풍경을 연상시키며 곡에 정취를 더한다.
출몰지역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열리는 2015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사히
이사히


사건명 타나토스(Thanatos)
용의자 이사히 (Isahi)
사건일자 2015.09.25
첫인상 이사히는 1인 포스트 록 밴드다. 그의 음악은 함께 즐기고 소통하기보다는, 청자 스스로의 내면을 살피는 데에 집중한다. 이번 앨범 역시 타나토스(죽음의 신)라는 주제를 통해 자해와 자멸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다룬다. 기괴하고 우울하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하지만, 그 안에서는 묘한 슬픔과 쾌감도 포착된다.
추천트랙 ‘블리치드 블랙(Bleached Black)’. 8분 30초가량의 긴 러닝타임. 그러나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드라마틱하고 서사적이다. 반복되는 기타 리프에 드럼과 또 한 대의 기타가 얹어지고 희미한 건반 소리도 들린다. 적당한 정도의 우울함에 기분 좋게 감상을 이어갈 때 쯤, 돌연 절규에 가까운 그로울링이 시작된다. 귀신의 소리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노랫소리는 처절하다. 악기들도 절정으로 끓어오르며 숨을 조여 온다. 오싹하면서도, 동시에 묘한 서러움도 엿보인다.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으로 곡은 마무리되는데, 그것이 흡사 구원의 손길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텍스트가 있는 곡이니, 가사를 따로 음미해보는 것도 좋은 감상이 될 것이다.

신보-식케이
신보-식케이


사건명 제목미정
용의자 식케이 (Sik-K)
사건일자 2015.09.30
첫인상 누가 뭐라고 해도,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데에는 ‘쇼미더머니4’ 만한 곳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식케이 역시 ‘쇼미더머니4’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인물. 비록 팀 디스 배틀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으나, 식케이가 참여한 ‘리스펙트(Respect)’는 음원 발매와 동시에 온라인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방송 이후 식케이는 싱글 ‘마이 맨(My Man)’과 ‘제목미정’을 연달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추천트랙 ‘제목미정’. 경쾌하고 밝다. 트렌디한 느낌도 적당히 가지고 있다. “네 곁엔 아직 남자인 친구들이 꽤 많지. 그리고 사실은 내가 걔네들 몇 번씩이나 봐주고 있어”와 같은 가사는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여성 팬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컬과 랩 모두 균형감 있게 포진돼 있어, 귀에 쉽게 달라붙고 중독성도 강하다. 달콤하고 감미로운 분위기가 청명한 가을 날씨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출몰지역 2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랩비트쇼’에 참여한다.

전자양
전자양


사건명 소음의 왕
용의자 전자양 (전자양, 유정목, 윤정식, 정아라, 류지)
사건일자 2015.09.30
첫인상 지난 2001년 데뷔 앨범 ‘데이 이즈 파 투 롱(Day is far too long)’을 발표하며 등장한 전자양은, 꾸준히 수줍고 우울한 감성을 대변해왔다. 2집 ‘숲’이 발매되기까지는 6년이 걸렸고, 그 후 무려 8년이 지난 뒤에야 새 EP앨범을 발매했다. 그 사이 1인조 솔로 밴드였던 전자양은 5인조로 거대해졌다. 프렌지의 유정목과 윤정식, 마이티 코알라의 정아라와 브로콜리 너마저의 류지가 멤버로 합류해 탄탄한 사운드를 뒷받침한다.
추천트랙 ‘멸망이라는 이름의 파도/캠프파이어’. 제목은 난해하지만 노래는 난해하지 않다. 리듬은 흥겹고 보컬은 재기발랄하지만, 그 가운데서 느껴지는 정서는 묘하게 뭉클하다. 외로움도 있고 결연함도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동과 낭만이 있다. 멸망이라는 이름의 파도를 기다리는 와중에도 “두려움이 내 심장을 꽉 쥘 때, 사랑한다고 너에게 말할래”라고 고백한다. 여러 개의 외로움이 모이는 곳에서, 이런 따뜻함이 탄생한다.
출몰지역 오는 2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공중캠프에서 코가손, 자이언트 베어와 합동공연을 연다. 11월 8일에는 단독 공연도 계획 중에 있다.

몽니
몽니


사건명 소년의 꿈
용의자 몽니 (김신의, 이인경, 정훈태, 공태우)
사건일자 2015.10.01
첫인상 몽니가 데뷔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한 때는 2, 3명의 관객들 앞에서 노래를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밴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싱글 ‘소년이 되어’는 현재 몽니가 제작 중인 베스트 앨범의 선공개곡. 지난 2012년 발매했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를 리마스터링해 재발매했다.
추천트랙 ‘소년은 어른이 되어’. 어른이 된다는 건 외로운 일이다. 책임감은 느는데, 마음 터놓을 곳은 사라진다. 시간을 돌릴 수는 없으니, 지나간 소년(소녀)시절을 그리워할 뿐이다. 어른이 된 몽니 역시, 소년을 꿈꾼다. 하얀 마음이 어두워질 것을 두려워하고, 나의 오늘이 작은 조각이 될 것을 서글퍼 한다. 깨끗하면서도 관록이 붙은 김신의의 보컬은 짙은 호소력을 자랑하고, 리얼 사운드로 녹음된 스트링은 서정성을 더한다. 그리하여 이 곡은, 원치 않게 어른이 된 모든 이들에게 주효한 위로를 전한다.
출몰지역 오는 10월 24일과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전아트센터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11월에는 부산, 대구, 전주, 광주, 제주 등 지방 투어도 예정돼 있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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