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위대한 유산
위대한 유산
MBC 추석특집 ‘위대한 유산’(연출 문형찬, 이선영, 제작 코엔미디어)이 추석 안방극장에 의미 있는 메시지와 감동의 유산을 남겼다. 파일럿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 9%(TNMS 기준)를 기록하며 정규 편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지난 28일 방영된 ‘위대한 유산’에서는 부활의 김태원, 래퍼 산이, 에이핑크 보미가 가족과의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촬영 전 건강 검진을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평소 생활 습관을 통해 추정한 결과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6개월도 안 되는 ‘시한부’였던 것. 그리고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 각각 아들, 아버지, 어머니라고 답했고, 이렇게 위대한 유산을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자폐증을 갖고 있는 아들과 15년 만에 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김태원. “(아들이) 말을 안 듣고 혼자 길거리를 다니고 그럴 때 걱정만 했지 안아주질 못했다. 그래서 미워했던 때가 있었다. 엄마에게 모든 걸 떠맡기는 다소 비겁한, 자신에게 용기가 없던 아빠였다. 그게 너무 미안하고, 이제는 갚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고백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못했던 아들, 그러나 끊임없는 스킨십과 대화를 하려는 노력, 무엇보다도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는 이들 부자에게 소통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드럼에 재능을 보이는 아들에게 특별한 무대를 선사하고 싶었던 김태원은 아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감동의 협연을 이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진 것 하나 없이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산이. 아버지가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애틀랜타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아버지의 직장에 처음 가본다”고 고백한 그는 어색함에 서성거리기만 하다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일을 체험해봤다. 밤 12시가 돼서야 일을 끝내고 마주한 두 부자. 산이는 오랫동안 맘속에만 간직했던 상처를 꺼냈다. 아이들이 피자 한쪽 사줄 수 없었던 아버지는 괴로움을 술로 달랬고, 이것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했던 것.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눈물을 흘린 아버지. 산이는 처음으로 알게 된 아버지의 외로움을 느꼈고, 부자는 서로를 꼭 안으며 서로의 상처를 달랬다.

“가게를 한 번도 닫은 적이 없다”는 부모님께 특별한 휴가를 선사하고 대신 슈퍼를 맡은 보미.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손님을 응대하고 틈틈이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 등 쉴 새가 없이 돌아가는 슈퍼 일에 모든 것이 서툴렀다. 그러나 부모님 전한 미션이었던 포도 판매 완판을 이루는 등 작은 성과도 올렸다. 이어 엄마와 중국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처음 들어본 지난 세월의 이야기. 한 번도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었던 엄마는 월세로 장사를 시작했고, 한때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 우울증까지 왔었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냈다. 그리고 “돈도 싫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도 싫다”며 “고향 같은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냐”고 말했고, 보미는 부모님이 365일 가게의 문을 여는 부모님의 깊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대한 유산’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서로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습니까”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이 여정을 통해 김태원은 ‘좋은 아빠의 기억’을 남기려했고, 산이는 ‘(가장으로서) 아버지라는 무게로 버텨온 책임감’을, 보미는 ‘삶을 버티는 정직과 성실, 그리고 희망’이라는 유산을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다.

부모가 가족을 책임져온 생업 노하우를 자녀에게 전수하고, 자녀는 어설프더라도 최선을 다해 그 노하우를 이해하려는 과정을 통해 차별화된 ‘가족 예능’을 선보인 ‘위대한 유산’. 온가족이 함께 모인 추석 연휴, 곁에 있는 가족을 진심으로 돌아보게 한 고맙고 위대한 프로그램이었다. 여기에 지난 28일까지 방영된 파일럿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청자들의 호응 역시 뜨거워 정규 편성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위대한 유산’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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