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곽승영
곽승영
지난 7월, SBS ‘힐링캠프’는 게스트 1인과 500명의 시청자 MC가 토크 대결을 펼치는 ‘힐링캠프-500인’(이하 힐링캠프)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그러나 너무 호기로웠던 것일까. 개편 후 한 달간 ‘힐링캠프’가 받은 성적표에는 3%대의 낮은 시청률이 기록돼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499명의 시청자 MC들과 김제동을 믿었다. ‘힐링캠프’를 “특별한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모이는 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500명에게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러한 믿음은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500명 MC들의 특별한 이야기에 스타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줬고, ‘연예인과 일반인’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결과 ‘힐링캠프’는 김상중 편을 시작으로 3%대의 시청률을 벗어났고, 내용 면에서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힐링캠프’의 수장 곽승영 PD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며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500명의 MC들이 가진 공감의 힘을 믿는 곽승영 PD와 새로워진 ‘힐링캠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올해 2월부터 ‘힐링캠프’를 맡았다. 포맷 변경은 맡으면서부터 고민한 것인가?
곽승영PD: 시청자들이 연예인들의 에피소드를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힐링캠프’를 맡고나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보고자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토크 콘서트’도 진행해보고, ‘셀프 힐링 여행’이라고 3MC가 각각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보기도 했다. ‘속마음 버스’도 만들어보고, ‘라면가게’도 차려 손님도 받아봤다. 그 중에서 ‘토크 콘서트’가 개편하려는 방향과 가장 일치했다. 또 그걸 위한 가장 좋은 자원이 이미 ‘힐링캠프’에 있더라. (웃음)

Q. MBC ‘라디오스타’나 KBS2 ‘해피투게더’처럼 콘셉트 섭외를 하는 토크쇼가 대세다. 반면 ‘힐링캠프’는 지상파에서 유일한 1인 토크쇼인데, 1인 토크쇼를 고수하는 이유가 있는가?
곽승영PD: 여러 명이 나오는 토크쇼도 좋지만 1인 토크쇼 하나 정도는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셀럽들 중에서 1인 토크쇼에 나가고 싶은 분들도 있을 텐데 토크쇼가 죄다 집단 토크쇼면 나갈 곳이 없지 않겠는가. 어떤 시청자는 요즘 너무 집단 토크쇼가 많아서 어지러운데 ‘힐링캠프’는 딱 게스트 1명만 앉아있으니까 그것만 봐도 힐링된다고 말씀하시더라.

Q. 현재 포맷의 ‘힐링캠프’에서는 힐링의 대상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많다. ‘힐링캠프’란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포맷을 변경한 제작진의 기획 의도가 빛을 못 보는 느낌이다.
곽승영PD: 당연히 제목을 바꿀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캠프’가 캠핑장이란 의미도 있지만 그곳에 사람이 모여 있다는 것도 의미하지 않는가. ‘힐링’이라는 것도 느끼는 사람에 따라 자의적으로,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고. 어쩌면 이제부터 진짜 ‘힐링캠프’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시청자 MC를 500명은 너무 많지 않나? 100명, 200명 정도면 밀도 있는 질문도 나오고, 관객들의 집중력도 높아지지 않았을까?
곽승영PD: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청자들을 ‘힐링캠프’의 MC로서 모시는 것이다. MC들이 많아야 더 좋은 질문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까 500명으로 MC 규모를 설정했다.

Q. 녹화 전에 제작진은 어느 선까지 준비를 하는가?
곽승영PD: 이전 포맷에서 우리 대본이 약 30페이지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한 3~4페이지 밖에 안 된다. 게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간단한 질문 몇 가지가 대본의 전부다. 초반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이 녹화를 해봤는데 500인 MC들이 쉽사리 질문을 하시지 못하더라. 그래서 게스트에 대한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질문들을 김제동에게 전달한다.

Q.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곽승영PD: 예를 들어, 장윤정이 그날 게스트로 출연했다고 하자. 아무래도 장윤정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 위주로 질문하실 것이다. 김제동에게 그런 ‘평범한 질문’들을 먼저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평범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500인의 MC들이 좀 더 심화된 질문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Q. 갈수록 시청자들도 자신이 MC라는 생각을 하고 현장에 올 것 같다.
곽승영PD: 학습효과일까. 갈수록 시청자 MC들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질문의 질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또 다들 거침이 없으셔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하신다. 왠지 MC라는 사명감도 느끼시는 것 같다. (웃음) 남의 말 듣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현장에서 시청자 MC들의 집중도를 보면 장난이 아니다.

Q. 그날의 게스트는 현장에서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게스트가 나왔다고 실망하는 시청자 MC들은 없나?
곽승영PD: 처음엔 잠깐 실망하시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게스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든다. 장윤정 편에서 한 주부는 “평소 트로트를 안 듣는다. 오늘 게스트가 장윤정이라서 조금 실망했다. 그런데 오늘 윤정 씨 이야기 계속 들으니까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저런 사람이 부르는 트로트면 들어볼만 하겠다고 느꼈다”고 말씀하시더라.

Q. 시청자 MC들이 함께 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곽승영PD: 작가들이 쓰지 못하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한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는데, 이만기 편을 녹화할 당시 어떤 여성분이 이만기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만일 당신이 결혼을 안 했다. 그런데 지금 미혼의 아내와 젊은 시절의 장모님, 두 사람이 당신 곁에 있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작가들은 이런 질문을 생각하지 못한다. (웃음)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시청자 MC들은 살아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나처럼 방송하는 사람들은 방송에 걸맞은 정돈된 언어로 말하려고 한다. 장윤정 편 마지막에 중학생 MC가 장윤정에게 “보물을 낳으셨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평범한 표현이지만 500인의 MC가 말하니까 느낌이 다른 것이다.만약 우리가 그런 말을 자막으로 썼다면 분명 오글거린다고 하셨을 것이다.

Q. 이전에는 자막이나 MC들을 통해 ‘게스트가 이런 사람입니다’ 설명하는 느낌이라면 새로워진 ‘힐링캠프’는 500인 MC들의 입을 통해 게스트를 이해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곽승영PD: 맞다. 예전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제작했다면, 최근에는 녹화를 하면서 의도가 만들어진다. 비유를 하자면, 이전엔 우리가 어떤 책을 미리 읽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해드렸다면 이제는 미처 몰랐던 책을 매주 한 권씩 발견하는 느낌이다.

Q. 종합편성채널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와 비교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곽승영PD: 내가 시청자였어도 당연히 ‘톡투유’랑 비슷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시청자들께서 ‘톡투유’와 ‘힐링캠프’는 토크콘서트란 장르가 같은 것이지 프로그램을 풀어가는 방식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톡투유’와 MC가 같은 것도 많이들 이야기하시는데, 우리도 토크콘서트 진행을 잘할 수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그 사람이랑 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토크콘서트를 가장 잘 하는 사람이 김제동 밖에 없다.

Q. ‘톡투유’와 다르게 ‘힐링캠프’가 갖고자 하는 색깔은 무엇인가?
곽승영PD: 개편을 준비하면서 김제동이 했던 말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힐링캠프’에는 특별한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가 모여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어쩜 그리 똑같은지 녹화할 때마다 놀란다. ‘힐링캠프’에서 우리의 공통된 경험들을 나눴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톡투유’도 잘되고 우리도 잘돼서 김제동이란 브랜드가 좀 살아났으면 좋겠다.

Q. 김제동은 어떤 MC인가?
곽승영PD: 나는 김제동이 굉장히 저평가된 MC라고 생각한다. 김제동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친구다. ‘토크콘서트’라는 공연도 7년 전 김제동이 가장 처음으로 만들었다. 개편을 준비하면서 김제동과 함께라면 뭔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김제동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봤다. 앞서 말했듯이 ‘토크콘서트’도 해보고, ‘속마음 버스’도 해보고, 배우 김아중과 일대일 토크도 시켜봤다. 똑같은 김제동인데 너무나도 달랐다. 대중과 호흡하고 있는 김제동과 그렇지 않은 김제동은 딴 사람이다. 대중을 등에 업은 김제동은 위대해보일 정도로 대단하다.

Q. 현장에서의 김제동은 어떤 존재인지도 궁금하다.
곽승영PD: 아까 시청자 MC들이 싫어하는 게스트가 나오면 어떤 반응인지 물어봤는데, 잘 생각해봐라. 애초에 우린 그날의 게스트가 누군지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럼 500명이 누굴 보고 오겠는가. 김제동이다. 게스트가 등장할 때만큼 김제동이 등장할 때도 굉장히 환호가 크다. 녹화 중에도 김제동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편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다. 과거 김제동이 야구장 장내 아나운서를 하면서 운동장의 선수들과 관객을 이어줬던 것처럼 ‘힐링캠프’에서 김제동은 500명의 MC와 게스트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500명 MC들의 단장이자 ‘힐링캠프’의 보이지 않는 지휘자다.

Q. 김제동도 세 명이 진행하던 ‘힐링캠프’를 혼자 이끌어가려니 부담감이 만만치 않겠다.
곽승영PD: 아마 초반에는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을까’ 후회하고 있었을 거다. 김상중 편부터 감을 잡은 것 같다. 초반의 김제동을 보면 자신만의 호흡과 말의 스피드가 있는데도 뭐에 쫓기듯이 굉장히 빠르게 달렸다. 끝나고 나면 완전히 물먹은 솜처럼 축 쳐져서 스튜디오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김상중 편에선 오프닝부터 굉장히 좋았다. 녹화 후에 표정도 좋았고.

Q. ‘토크 콘서트’ 형식이 눈에 익으면 좀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곽승영PD: 이만기 교수와 그의 장모 최위득 여사 편에서는 시청자 MC로 사위들을 모집했다. ‘사위캠프’라고 이름을 붙여 녹화를 했는데 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정돈된 느낌으로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수다를 떠는 느낌이었다. 공통점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으니 공감의 정도가 배가 되더라. 이런 특집들을 자주 해보고 싶다. 신혼부부들을 모아서 ‘신혼캠프’도 해보고 싶고, 연말에는 솔로들만 모인 ‘솔로캠프’를 생각하고 있다.
힐링캠프 곽승영pd (2)
힐링캠프 곽승영pd (2)
Q. 게스트들은 녹화 이후 어떤 반응을 보이나?
곽승영PD: 다들 얼떨떨한 반응이다. 대체 자기가 무대 위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왔는지도 모른다. (웃음) 보통 토크쇼 같으면 녹화 전이나 후에 이런 내용은 빼 달라, 편집해달라는 요청을 하는데 우리는 아예 그런 것이 없다. 뭔가 말은 많이 했는데 그 시간에 흠뻑 빠져서 무슨 내용을 말했는지 기억을 못한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돌아가신다. (웃음)

Q. 개편 초기에 시청률이 한동안 3%대에 머물러 있었다. 시청률 걱정은 없었나?
곽승영PD: 물론 18% 가까이 나왔던 안철수 편에 비교해보면 굉장히 적은 시청률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시청률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힐링캠프’가 오래된 프로였기 때문에 어떤 기점에서부터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포맷을 바뀌어서 갑자기 시청률이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포맷을 바꾸니 계속 떨어지던 시청률이 멈춰 섰다. 사실 ‘힐링캠프’란 이름이 똑같아서 그렇지 새로운 프로그램이다. 새 프로가 시청률 4%로 시작했으면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대중들이 궁금해 하는 게스트들이 나오고, 우리의 폼도 갖춰지면 시청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힐링캠프’는 500인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500인의 힘을 믿는다. 아직은 시청률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김제동과도 얘기한다.

Q. 김상중 편에서 6% 가까이 나오던 시청률이 장윤정 편에서는 1% 가량 떨어졌다. 확실히 1인 토크쇼는 게스트에 따라 시청률의 차이가 큰 것 같다.
곽승영PD: 1인 토크쇼뿐만 아니라 모든 토크쇼가 다 그렇다. 결국에 토크쇼는 사람이 핵심이다. 그 프로그램만의 포맷은 부수적인 것이다. 물론 만든 사람 입장에선 ‘잘 만들었는데 보셨으면 좋겠다’하는 것도 있다. 안철수 의원이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때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것은 그 당시 현재 안철수 의원이 대선에 나가느냐 안 나가느냐가 화제가 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얼마나 관심이 가는 게스트들을 섭외하느냐 그것이 중요하다.

Q. 500명의 MC들 앞에 서야하는 게스트를 섭외하기도 만만치 않겠다.
곽승영PD: 익숙해지면 아마 많이들 출연해주실 거라 믿는다. 아직은 우리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 500명 규모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분들 위주로 섭외하고 있다. 영화배우 분들은 시네마 토크를 하는 것처럼 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면 편안하게 생각하신다.

Q. 내가 게스트라면 500명의 MC들이 자기에게 어떤 독한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는 점이 적잖이 걱정될 것 같다.
곽승영PD: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면전에서 독한 질문을 잘 못한다. 절대 이상한 질문을 할 수 없다. 절대 이상한 말 못한다. 만약에 그런 질문을 하더라도 나머지 499명이 ‘왜 저러냐’고 제지한다. 정말 만에 하나 그럴 조짐이 보이는 MC가 있다. 토크콘서트 7년 간의 노하우가 있는 김제동이 적절하게 나서서 대응해줄 것이라 믿는다. (웃음)

Q. ‘힐링캠프’가 이전 포맷에서 좋았던 점이 연예인들만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백종원 대표를 가장 먼저 카메라 앞에 앉혔던 것도 ‘힐링캠프’로 기억한다.
곽승영PD: 물론 지금의 ‘힐링캠프’도 연예인만 부르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셀러브리티를 초대하고 싶다. 이슈가 되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섭외할 생각이다.

Q. 그런 비연예인들이 500명이라는 군중 앞에 서면 부담감이 심하지 않을까?
곽승영PD: 연예인들과 다른 또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연예인들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떨린다고 말한다. 그들도 자기를 좋아해주는 팬들 앞에 서는 것이 대부분이지 자신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불특정다수 앞에 오르는 거니까 연예인들도 긴장을 많이한다. 그런데 막상 올라가면 즐긴다. 이만기의 장모님도 그러셨다.

Q. 섭외하고 싶은 인물들이 있나?
곽승영PD: 김제동이 친하다고 말하는 강동원, 송혜교. 김제동이 평소 통화도 하고 그러는 사이라는데 한번 스튜디오로 모셔서 정말 친한지 검증해보고 싶다. (웃음) 또 다른 스타로는 싸이. 아마 최고의 게스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싸이는 게스트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자막으로만 나오는데도 현장이 뒤집어진다. 이제 곧 컴백한다던데 모실 수만 있다면 몇날 며칠 집 앞에 있어도 좋다. (웃음) ‘힐링캠프’가 싸이에 맞춰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하고.

Q. 편집만큼이나 섭외가 힘들겠다.
곽승영PD: 토크쇼에선 사람이 반 이상 차지하니까 가장 공을 들인다. 장윤정 편을 통해 트로트에 관심이 생겼다는 어떤 시청자처럼 나를 포함한 제작진들은 스타의 급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우리를 통해 대중들이 더 궁금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시려고 한다.

Q. ‘힐링캠프’는 게스트 1인과 500인의 MC 중에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곽승영PD: 501명에게 맞춘다. (웃음)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갈피를 못 잡았다. 황정민 편은 500인. 개리 편은 게스트에 맞추고 만들었다. 어떤 방향이 맞는지 결정을 못하겠더라. 그런데 이제 회를 거듭하면서 감을 찾았다. 사실은 제목을 ‘힐링캠프-500인’이 아니라 ‘힐링캠프 501’로 할까 했었다. 그런데 이건 청바지 광고 같아서 결국 500인으로 결정했다. (웃음)

Q. 회를 거듭하면서 ‘힐링캠프’가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곽승영PD: 그 진화의 원동력은 500명의 MC들이다. 500명의 MC들이 업그레이드되니까 프로그램이 잘 되더라. 올해로 만 15년째 PD를 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프로그램의 3개월 후, 6개월 후가 궁금해지는 것은 처음이다.

Q. PD로서는 ‘힐링캠프‘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가고 싶은지?
곽승영PD: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가 코미디를 통해 그 주의 호스트를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는 토크를 바탕으로 게스트를 보여주고 싶다. 토크판 ‘SNL’이라고 할까. 중간에 게스트와 관련된 영상도 보여주고, 만약 가수가 출연했다면 노래도 한 곡 들어보는 시간도 가져보고. 게스트를 충분히 즐기다 가는 토크쇼를 만들고 싶다. 토크‘쇼’니까. 쇼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는 방향을 고민중이다.

Q. ‘힐링캠프’의 메인PD로서 바람이 있다면?
곽승영PD: ‘힐링캠프’를 시작으로 ‘리얼 공개 토크쇼’라는 장르가 성행했으면 좋겠다. ‘개그콘서트’가 잘 돼서 ‘웃찾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힐링캠프’를 통해 제2, 제3의 리얼 공개 토크쇼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전 세계 토크쇼를 보면 우리처럼 비공개로 제작하는 토크쇼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왠지 방송 만드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만들면 더 깊숙한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힐링캠프’를 하면서 오히려 여러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 더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걸 느꼈다. 게스트들도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어느 순간 마치 친구들에게 얘기를 하듯이 500명들과 대화를 한다. 자기가 평소에 얘기하는 모습 그대로 말이다. 우리나라도 공개 토크쇼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곽승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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