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프롬
프롬


사건명 달밤댄싱 싱글 믹스
용의자 프롬+루디스텔로
사건일자 2015.07.31
첫인상 신곡인 듯 신곡 아닌 신곡 같은 노래. 지난 4월 발매된 2집 ‘문보우(Moonbow)’의 수록곡 ‘달밤댄싱’을 새롭게 편곡했다. 여간 예민한 귀가 아닌 이상, 싱글 믹싱 버전에서 원곡과의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루디스텔로(LudiSTELO)와 D.D.N.J가 각각 리믹스를 맡아 탄생한 새벽 2시와 밤 10시 버전은, 원곡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그냥 들어도 좋고, 달밤에 들으면 더욱 좋다.
추천트랙 ‘달밤댄싱 (새벽 2시 ver)’. 다소 공격적인 사운드로 시작했으나 이내 신비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프롬의 목소리에서 묘한 비장함이 발견되고, 그저 재기발랄하게만 들렸던 멜로디에서는 다소간의 긴장감이 감지된다. 멀리 이지러지는 신디사이저 소리와 백 보컬은 아스라한 달무리를 떠오르게 한다. 불빛마저 잠든 고요한 새벽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노래.

로맨틱펀치
로맨틱펀치
사건명
파이트 클럽(Fight Club)
용의자 로맨틱 펀치(배인혁, 레이지, 하나, 트리키, 콘치)
사건일자 2015.08.04
첫인상 2003년 워시더디시즈라는 이름으로 처음 팀을 결성하고 2009년 지금의 팀명으로 새출발했다. 라이브클럽을 활보하며 점점 명성을 쌓아가다 KBS2 ‘탑밴드2’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공연에서 10년 동안 불러온 노래가, 방송에 나간 2분을 통해 더 많이 알려져 허무할 수도 있겠다만, 대중의 입장에선 귀한 밴드의 발견이 됐다.
추천트랙 ‘파이트 클럽’. 2년 만의 신보인데 신곡은 두 곡 뿐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도 있겠으나, 신곡의 퀄리티는 그러한 안타까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로맨틱펀치 특유의 에너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더 감각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드럼과 기타 등의 밴드 악기로 다이내믹과 파워를 살렸고 키보드 연주로 재기발랄함을 더했다. 브릿지에는 오케르스트레이션이 잠시 등장해 웅장한 느낌도 준다. 빈 틈 없이 숨 가쁘게 몰아치지만 과하지 않다. “뭐가 그리 심각해?(Why so serious)”라고 가볍게 묻지만, 정작 자신은 화려함과 절제의 경계를 철저하게 지켜냈다.
출몰지역 20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마포아트센터에서 ‘광산팟콘’ 무대에 오른다. 이어 23일에는 홍대 인근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민트페스타’에 참여하며 9월에는 한강시민공원에서 개최되는 ‘렛츠락 페스티벌’에도 출연한다.

이미쉘
이미쉘


사건명 아이 캔 싱(I CAN SING)
용의자 이미쉘
사건일자 2015.08.04
첫인상 SBS ‘K팝스타’ 시즌1에서 한 때 우승 후보로 점쳐지기도 했던 인물. 과거 YG엔터테인먼트의 품에서 수펄스(이정미, 박지, 이승주)로 데뷔를 준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이후 이미쉘은 YG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모교(동아방송예술대)에서 설립한 기획사로 들어갔다. 뮤지컬 ‘울지마 톤즈’에 출연하는 등 가수 외 활동으로 앨범 간 공백기가 제법 길었지만, 기다림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앨범이 탄생했다.
추천트랙 ‘아이 캔 싱’. ‘혼혈’이라는 태생적 조건은 과거 이미쉘에게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으나, 가수로서는 상당한 장점이 됐다. 흑인 특유의 쫄깃한 음색에 한국적 정서가 버무려져, 새로우면서도 이질감 없이 다가온다. ‘아이 캔 싱’은 그러한 장점을 십분 활용한 노래. 소울풀하고 끈적한 분위기 속에서 이미쉘은 매혹적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예상치 못한 랩은 곡의 또 다른 묘미가 되고 어쿠스틱 기타 후주도 달콤하다. 게다가 자작곡이란다. 이미쉘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눈코밴드
눈코밴드


사건명 변신로봇대백과
용의자 눈뜨고코베인(깜악귀, 최영두, 슬프니, 연리목, 태희)
사건일자 2015.08.05
첫인상 지난해까지, 11년이라는 적지 않은 활동 기간 동안, 눈뜨고코베인(이하 눈코)은 4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EP앨범을 발매했다. 싱글앨범을 발표한 적은 고작 한번 뿐. 싱글 위주의 가요계 시류와는 잘 맞지 않는 행보였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눈코가 올해부터는 싱글 발매에 보다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새벽의 분리수거’에 이어 매 계절마다 신곡을 발매할 예정이란다.
추천트랙 ‘변신로봇대백과’. 눈코 답지 않으면서도 눈코 다운 트랙이다. 변신로봇이라는 SF적인(?) 테마를 다루고 있긴 한데, 기존에 선보였던 사이키델릭 록이나 펑크의 색채가 아니다. 디지털사운드로 고철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포크적인 감성이 주를 이룬다. 그 덕분일까. 로봇으로 변신해 어둠과 싸우겠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묘하게 서정적이다. 심지어 약간의 쓸쓸함,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눈코 답다.
출몰지역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클럽 A.O.R에서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갤럭시익스프레스
갤럭시익스프레스


사건명 워킹 온 엠티(Walking On Empty)
용의자 갤럭시 익스프레스(이주현, 박종현, 김희권)
사건일자 2015.08.06
첫인상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두 차례나 상을 받았다. 뉴욕타임즈로부터 “놀랄 만한 에너지를 가진 팀”이라 극찬 받았다. 주요 페스티벌 무대를 휩쓸었고 케이블채널 Mnet ‘밴드의 시대’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두 멤버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승승장구하던 이들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제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재도약을 시작한다.
추천트랙 ‘시간은 간다’. 자숙의 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고 반성의 진정성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저마다 다른 기준을 가진 난제다. 때문에 용서를 얻고자 하는 이는 모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은 간다’의 가장 큰 장점은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타 리프와 드럼 비트 위에 담담한 보컬이 얹어졌다. 덕분에 곡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퍽 자조적이기까지 하다. 꾹꾹 눌러낸 감정은 기타 후주에서 터져 나온다. 이만하면, 진심이라 여겨도 괜찮지 않을까.
출몰지역 오는 9월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리는 ‘렛츠락페스티벌’에 참여하며 10월에는 서울 종로구 홍지동에 위치한 상명아트센터에서 ‘가을날 뺀드 야시장’ 무대에 오른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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