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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정시우 기자]2000년대 뜨거운 인기를 구가했던 조쉬 하트넷이 최근 인터뷰에서 자주 거론하는 말. “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을 거절한 것을 후회한다. 그것은 내 인생의 큰 실수였다.” 설마 상상이나 했을까. 슈퍼히어로가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완소’ 아이템이 될 줄. 당시만 해도 배우들에게 슈퍼히어로는 그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쫄쫄이 유니폼을 입고 스크린을 누빈다는 사실이, 자존감 강한 배우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

슈퍼히어로를 얕잡아보던 인식은 브라이언 싱어와 샘 레이미 같은 작가주의 감독들이 ‘엑스맨’ ‘스파이더맨’의 메가폰을 잡으면서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히어로들에게 인간적인 고뇌와 다층적인 개성을 안기며 히어로 물의 변화를 이끌었다. 뒤 이어 나온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나이트’로 히어로물의 영화적 위상을 격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마블의 꿈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아이언맨’에서 시작된 마블의 원대한 꿈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로 이어지는 동안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빨아들이며 승승장구했다. 덩달아 슈퍼히어로는 할리우드 배우들이 선망하는 인기 직종(?)으로 급부상했다. 히어로 배역을 따내기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진 이유다. 그런데 여기, 한 번 입기도 어렵다는 히어로 유니폼을 두 번씩이나 입은 남자들이 있어 소개한다. 일명, 두 번 히어로인 남자들.

#크리스 에반스: 자니 스톰 VS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에반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캡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캡틴’일 게다. 알다시피 ‘어벤져스’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살짝 고지식하긴 해도, 전우주적인 ‘리더십’과 마르고 닳지 않는 ‘공명심’과 변심 따윈 허락지 않는 ‘애국심’을 무기로 전세계 영화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무엇보다 쫄쫄이 의상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이두박근이 섹시하지 아니한가.

그런데 크리스 에반스의 ‘쫄쫄이 패션 컬렉션’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휘두르기 이전, 그는 ‘판타스틱4’(2005)에서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불꽃 남자’였다. 1962년 발간된 ‘판타스틱4’는 초능력을 부여받은 ‘미스터 판타스틱’, ‘인비지블 우먼’, ‘휴먼 토치’ ‘더 씽’ 등 4명의 초능력자들이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 크리스 에반스는 이 중 자니 스톰(휴먼 토치)을 연기하며 타블로이드지를 후끈 달구는 스타가 됐다. 피플지가 선정한 ‘가장 멋진 싱글 남자’, ‘게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 등에 오르내린 것도 이 무렵이다. 결과적으로 자니 스톰은 크리스 에반스의 ‘배우 인생’을, 캡틴 아메리카는 그의 ‘인생 자체’를 바꿔놓았다. 이제 크리스 에반스 아닌, 캡틴 아메리카를 상상할 수 있을까.

#벤 애플렉: 데어데블 VS 배트맨
벤 애플렉
벤 애플렉
사실 벤 애플렉이 영화 ‘데어데블’(2003년)에서 얻은 건 제니퍼 가너 밖에 없었다. 그런데 ‘데어데블’을 통해 만나 제니퍼 가너와도 최근 이혼 도장을 찍으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으니, 이제 벤 애플렉에게 ‘데어데블’이 남긴 건 아무것도 없게 된 셈일까. 영화에서 벤 애플렉은 낮에는 시각장애인 변호사 맷 머독으로, 밤에는 붉은 색 유니폼을 입고 악당들과 싸우는 히어로 데어데블로 분해 이중생활을 즐겼다.(제니퍼 가너는 히로인 ‘엘렉트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중생활이 남긴 상처는 너무나 컸다. 개봉 당시 평론가들은 ‘데어데블’에 혹평을 쏟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벤 애플렉은 이 영화로 골든라즈베리 최악의 남우주연상 굴욕까지 안았으니, 그 스스로가 ‘흑역사’라고 하는 이유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래서였을 게다. 그가 2016년 개봉하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배트맨 팬들이 들고 일어선 것은. 워너브라더스 사무실로 “확실해요? 그게 최선이에요?”를 묻는 항의가 빗발쳤다. 벤 애플렉 하차 서명운동이 일어났다. 광분한 원작 팬들은 급기야 벤 애플렉에게 살해협박도 가했다. 하지만 워너는 벤 애플렉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고 촬영은 이미 끝났으니, 계속 시무룩해봤자 정신 건강에 이롭지 않다. 그리고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욕먹다’가 도리어 ‘대박’을 터뜨린 케이스를 많이 알고 있다. 역대 더블오(00) 살인면허를 부여받은 007 중 가장 섹시하다 평가받는 다니엘 크레이그, 그 자체로 신화가 된 ‘다크나이트’의 조커 히스 레저. 두 배우 모두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엄청난 반대 여론에 시달렸음을 기억해 보자. 그러니 기다려 볼 일이다. 벤 애플렉표 배트맨을.

#라이언 레이놀즈: 그린랜턴 VS 데드풀
라이런 레이놀즈
라이런 레이놀즈
라이언 레이놀즈에게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건,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때였다. 영화에서 데드풀을 연기한 그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존재감을 선명히 드러내며 차세대 액션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기대는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2011)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그린랜턴은 DC 코믹스의 인기 슈퍼히어로 중 하나. 워너브라더스는 거대 제작비를 들여 ‘그린랜턴’을 3D로 만들 계획을 세웠고 이 프로젝트에 라이언 레이놀즈,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래들리 쿠퍼, 자레드 레토 등이 달려들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최종 낙점된 이는 알다시피, 라이언 레이놀즈. 하지만 영화 ‘그린랜턴’을 기다리는 건 혹평과 악평과 흥행실패였다. 그래도 라이언 레이놀즈는 이 영화를 찍으며 미모의 아내 블레이크 라이블리를 얻었으니…라 하고 싶은데 최근 불화설에 시달리는 모습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벤 애플렉 커플에 이어, 이것이 히어로 커플들의 최후?)

‘그린랜턴’으로 흥행의 쓴맛을 본 라이언 레이놀즈가 절치부심해서 도전하는 캐릭터는 ‘데드풀’이다. 맞다. 앞서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연기했던 데드풀. 하지만 이번에는 데드풀을 전면에 내세운 단독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차이가 있다. 데드풀은 아이어맨 뺨치는 언변과 개그감과 겸비한 마블의 감초 캐릭터다. 무기는 두 자루의 일본도와 총기. 능력은 울버린급의 자가 치유능력이다. 과연 라이언 레이놀즈가 ‘그린랜턴’에서 입은 치명적인 상처를 ‘데드풀’로 자가 치유 할 수 있을까.

정시우 siwoorain@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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