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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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장서윤 기자]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이 끝나지 않은 대리점 ‘갑을논란’을 다룬다.

2013년 5월, 대리점에 대한 강매와 밀어내기로 촉발된 남양유업 사태. 우리 사회에 갑을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지 2년이 지난 지금, 대리점 사장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대리점은 특정 제조업체 상품을 일반 소비자와 마트, 개인 슈퍼 등에 대리 판매하는 곳. 그들은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과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는다. 결국 이들이 대기업의 1차 거래자인 셈. 대리점 사장들은 대기업에 종속된 영원한 ‘을’이라고 말한다.

“내일 모레가 입학인데 (제품을 안 보내주니까) 계속 취소하고 다른 데로 가고그나마 의리로 남아있던 몇 명, 그리고 이런 상태로 보내왔으니까 저희가 직접 꿰매서 새벽 5시에 집집마다 배달했어요” (C교복 업체 대리점 사장)

지난 2005년 C교복 업체와 계약을 맺고 대리점 사업을 시작했던 점주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사업 초기 2년간, 본사는 제 때 교복을 공급하지 않았고 제 값에 반품도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자 있는 제품을 보내거나 판촉물을 임의로 보낸 후 대금을 청구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큰 꿈으로 시작했죠. 이거 잘 되면 평생 걱정 없이 살겠다..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게 할 말이 없어요” (C교복 업체 대리점 대표)

KBS2 ‘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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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본사는 대리점주들의 물품 대금이 연체되자, 3개 대리점에게 계약해지 통고서를 보냈다. 청천벽력같이 날아온 계약 해지 문서. 본사와 대리점간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제가 아무리 H자동차에서 위탁 판매를 하고 수수료를 받아서 이 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 대리점에 와서 제 직원들 급여 내역 2년 치를 갖고 와라, 지급한 명세서 가져와라, 이게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현대자동차 대리점 대표)

국내 굴지의 대기업 현대자동차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그들과 계약을 맺고 사업을 시작한 현대자동차 출신의 대리점 대표들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국 어디서나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정가판매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본사는 정가판매와 관련된 대리점 감사에서 영업사원은 물론 대리점 대표의 개인 통장 거래내역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기록을 안 남깁니다. 전화로 엄청 쫍니다. 소장한테 선출고 하라는 등. 저도 사실 제 차는 한 대인데 제가 선출고 한 건도 10여 대 이상 됩니다. 제 집사람 명의로 차를 뽑고 명의 변경을 하고, 저희 식구 명의는 다 썼습니다. 못 팔면 대리점이 계속 떠안고 갑니다” (현대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

또다른 현대자동차 대리점 관계자는 본사의 압박으로 차량 밀어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선출고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로 인해 생긴 금전적 피해는 대리점의 몫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갑질 논란은 대리점의 거점 이전과 영업사원 채용에 대한 본사와 노조의 과도한 규제. 지난 2010년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본사가 합당한 이유 없이 거점이전과 영업사원 채용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리점 대표들은 본사의 갑질은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말한다.

KBS2 ‘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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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갑을 문제, 해결책은 무엇인가?

“계약서 자체를 누가 마련합니까. 대기업들이 본인들 위주로 유리한 조항을 넣어서 계약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죠”

한 법률 전문가는 대리점과 관련된 불공정 거래 관행의 근본 원인으로 ‘대리점법’이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대리점은 절대 강자인 대기업과 1차적인 거래를 하는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약서가 작성되다보니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갑이 만든 규칙으로 게임을 하니 을이 이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에서는 본사에 솜방망이 처벌하고 우리 신고인들은 아무런 피해 구제 대책이 없는 거예요. 나는 이미 망해서 쫓겨난 상태인데 공정위에 신고 왜 합니까. 누가 하겠습니까” (Z식품 업체 대리점 대표)

대리점 문제의 관리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의 공정거래법과 관련 고시로 대리점에 관한 불공정행위 제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사태 이후 정치권은 대리점 불공정 거래 개선을 위한 법안들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는 사이 대리점 관련 불공정 거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과연 대안은 없는 것일까.

제작진이 취재하면서 만났던 대리점 사장들은 그 누구보다 본사를 믿고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배신감은 커져만 간다고 말한다. 본사와 대리점, 진정한 상생의 길은 없는 것일까. 이번 주 추적60분에서는 그동안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대리점 불공정거래 문제의 실태를 최초로 추적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 해 보았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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