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맛’ 오지호.
‘연애의 맛’ 오지호.
‘연애의 맛’ 오지호.

[텐아시아=황성운 기자] “걱정이 많았어요.” 영화 ‘연애의 맛’의 오지호가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오지호는 극 중 여자 속만 알고, 정작 여자의 마음은 모르는 산부인과 전문의 왕성기 역을 맡아 망가졌다. 중요 부위만 가린 채 날뛰기도 하고, 발기부전에 끙끙대기도 한다. 길신설(강예원)과 티격태격은 물론 맹인영(하주희)과 야릇한 분위기까지 코믹한 장면을 위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오지호의 걱정은 영화 속 망가진 모습 때문이 아니다. 벗는 건 얼마든지 더 할 수 있고, 캐릭터를 위해 더 망가질 수도 있다. 그의 걱정은 ‘연애의 맛’이었다. 다행히 욕은 먹지 않겠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Q. 영화를 본 느낌이 궁금하다.
오지호 : 걱정 많이 했다. 보고 나서 딱 드는 생각은 다행히 욕은 먹지 않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솔직히 ‘싼 티 난다’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진지한 면도 많고, 재밌는 부분도 있더라.

Q.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을 정도인데 왜 출연한 건가. 애초에 출연하지 않았으면 될 일인데.
오지호 : 처음 받았을 때는 ‘노’ 했다. 굳이 내가 할 이유가 없었다. 여자 캐릭터는 분명했는데, 왕성기 입장에서는 그저 그런 코미디였다. 그랬더니 제작사 대표님께서 시나리오를 고쳐서 다시 주셨다. 그때 왕성기 캐릭터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OK’를 할 테니 조금만 더 고쳐보자고 했다. 하하.

Q. 조금만 더 고쳐보자는 게 어떤 부분인가.
오지호 : 코미디 부분인데, 너무 보이는 코미디가 있었다. 그냥 웃기려고만 하는. 그래서 그런 거 말고 상황 코미디로 가자고 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Q. 베드신은 그 대상이 아니었나.
오지호 : 베드신 있었다. 근데 당시 결혼을 앞둔 상황이라서 걸리긴 했다. 조금 농도가 있는 베드신이지만,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거다. ‘19금 로코’라고 홍보했으니까 그것에 맞게 (베드신이) 있으면 더 나을 수 있다. 그렇게까지 했으면 당시엔 고사했겠지만. 어쨌든 배우 입장에서 보면 (베드신이)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하다. ‘19금 로코’에서 그런 베드신 정도는 있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Q. 왕성기가 여자를 대하는 것과 실제 오지호는 당연히 다를 것 같다.
오지호 : 왕성기는 시작부터 차단한다. 발기부전이라는 것을 숨기려고 일부러 상대의 단점을 얘기한다. 속마음은 ‘미안하다 여기까지다’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비슷한 것 같다. 의도적으로 까칠하게 대하고, 헤어질 때도 그렇고. 물론 지금은 달라졌다.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하. 지금 아내 만나고 나서 많이 변했다. 성격도 유해지고.

오지호.
오지호.
오지호.

Q. 초반 알몸으로 찍은 장면은 매우 흥미로웠다.
오지호 : 밤새도록 찍은 것 같다. 그런 장면에선 뭔가 더 하려고 노력한다. 알몸이 됐다고 해서 불편한 건 없다. 촬영할 때 여자 스태프 나가라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괜찮다고 했다. (Q. 자신 있다는 건가?) 그런 건 아니고. 하하. 서로 편한 상태에서 마음을 열고 찍어야 좋은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장면 중 하나다. 문 쪽에서 찍은 것도 있고, 또 쿠션이 아니라 손으로 가리거나 조금 더 작은 쿠션으로 가렸어야 했다. 영화를 보니까 아쉬웠다.

Q. 생각해보면 데뷔작인 ‘미인’에서 엄청난 노출을 했다. 그땐 뭐 거의 벗고 다녔으니까.
오지호 : ‘미인’ 때는 그냥 무지한 상태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로봇 수준이었고, 여균동 감독님이 시킨 것만 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오히려 ‘집에 혼자 있는 사람인데, 알몸으로 있는 게 당연하지 옷을 왜 입고 있느냐’는 식이다. 그때는 두려웠고, 낯설었고, 부끄러웠다.

Q. 아내의 반응은 어땠나.
오지호 : 시사회 때 장인 장모, 부모님도 같이 봤다. 시사회 전전날 베드신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전에는 그냥 ‘19금 로코’고, 키스신 정도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점점 개봉이 다가오면서 관련 영상이 올라오고, 베드신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니까. 그래서 베드신이 있긴 한데 그냥 베드에서 하는 신이라고 설명했다. 보고 나선 아무 말 없는 거다. (시사회) 다음날 ‘의외로 재밌지’ 했더니 ‘재밌더라’가 끝이었다. 아무래도 (작품에 대해) 전부 다 말할 순 없다. 단, 아내가 이야기를 듣고 보느냐와 안 듣고 보느냐의 아치다. 내가 키스신을 했는데, 그걸 친구 또는 누군가를 통해 듣는 건 아닌 것 같다.

Q. 만약 정말 좋은 작품인데 노출이 있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 같나. 또 아내한테 말했는데 반대한다면.
오지호 : 그런 고민도 해봤다. 좋은 감독님과 좋은 영화가 들어왔다면, 일단 물어볼 것 같다. 확실하게 물어보고 들어갈 것 같다. 만약 불편해하면 그래도 설득은 해볼 것 같다. (Q. 결사코 반대한다면) 그러면 안 하겠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하하. 사실 그런 경우가 생겼을 때 수위를 고려해 얘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면 얘기 안 한다. ‘연애의 맛’도 처음에 이야기했으면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근데 어쨌든 내 직업이니까. ‘수위가 센데 작품이 좋다’ 이런 경우라면 얘기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산부인과 의사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특히 ‘예쁜이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인데.
오지호 : 수술 장면이 있는 건 아니어서. 다만 놀랐던 건 수술 도구다. 그게 마치 고문, 살해 도구처럼 생겼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성스러운 곳인데 성형하는 얼굴처럼 볼 수도 있겠더라. 그리고 어려운 점이라기보다 촬영할 때 환자분이 다리를 벌리고 있어 민망하긴 했다. 그분이 결혼을 안 하셔서 더 부끄러웠나 보더라. 벗고 한 게 아니라 다 입고했는데도. 그래서 시선을 약간 빗겨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Q. 영화 속에서 비뇨기과 여의사에 대한 편견이 나온다.
오지호 : 나도 가기 싫을 것 같다.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임신이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 갔을 때 남자 의사라고 하면 조금 그렇지 않나. 일단 부끄러운 게 먼저일 것 같다. 부끄러운 곳이기도 하니까.

오지호.
오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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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뇨기과 여의사 길신설 역의 강예원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다.
오지호 : 독특한 친구, 흔히 말하는 ‘4차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 가장 좋았던 건 4차원이지만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거다. 자기 세계가 뚜렷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우리를 차단하는 사람과 우리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르다. 좋은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 안 통하면 안 되니까. 현장에서 이야기하면 ‘아! 그래요’하고 바로 들어온다. 거기다가 다른 연기가 나오니까 당연히 나도 다르게 하게 된다. 그래서 좋았다.

Q. 왕성기를 맹렬히 유혹하는 맹인영 역의 하주희는.
오지호 : 하주희 씨는 착하고, 당차다. 그리고 부끄러움이 있는 친구로 알고 있었는데 현장에서 깜짝 놀랐다. 코스프레 장면 찍을 때 우리가 민망할 정도로 벗고 다녀서. 하하. 그 정도로 당찬 구석이 있더라. 전주 세트에서 찍을 때였는데, 복장 그대로 입고 와서 ‘이거 어때요’라고 물어보니까. 절대 쉽지 않은데, 그런 점이 보기 좋았다.

Q. 실제 맹인영 같은 여자가 대시한다면.
오지호 : 어떤 남자가 그렇게 하는데 안 넘어오겠나. 근데 발기부전이니까. 결정적인 순간에 안 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Q. 그간 해온 역할을 보면 코믹과 진지를 넘나든다. 개인적으로는 뭐가 더 잘 맞는 편인가.
오지호 : 편한 건 ‘로코’가 훨씬 더 편하다. 캐릭터 분석에 따르면, 왕성기는 무슨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산부인과 왕성기다. 그리고 트라우마를 가진 남자, 이 정도다. 그래서 접근하기 편하다. 만들어내면 되니까. 그러면서 애드리브가 나오기도 한다. 반면 진지한 역할은 분석을 많이 해야 하고, 톤 자체도 정확해야 한다. 또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3~4부 지나가면서 시작하는 거고, 8~9회 가면 재밌어진다. 그땐 대본 안 보고 대사 할 때도 있다. 반면 ‘하녀들’ 경우에는 정확하게 정해놓고 갔다. 웬만하면 표정을 짓지 말자, 일부러 대사도 빼 달라고 말했다. 비밀이 많은 친구라서 초반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Q. 코미디를 해도 직접 웃기는 것보다 주로 받아치면서 웃음을 주는 스타일이다.
오지호 : 말 많이 하고, 말투로 웃기는 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보다 타이밍으로 웃기는 코미디가 잘 맞는다. 내 생각에 코미디는 타이밍이다. ‘직장의 신’ 때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무표정과 진지함 사이에 있는 그런 것들. ‘연애의 맛’은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졌다. 또 개인적으로 진지했을 때 웃기는 게 좋다.

Q. 코미디 장르를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나.
오지호 : 4~50대를 넘어도 하고 싶다. ‘추노’ 할 때 장혁 씨와 했던 이야기가 ‘우리가 결혼도 하고, 40~50살을 넘어도 멜로와 코미디 하자’는 거였다. 하하. 꾸준히 활동하고, 다져놓으면 그때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안성기 대장님처럼. (Q. 대장?) 나는 대장님이라고 한다. 하하. 언젠가 한번은 안성기 대장님이 상 받은 적이 있는데, (차)태현과 둘이 앉아서 ‘멋있지 않느냐’ ‘우리는 저렇게 안 되겠지’ 등의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전에는 우리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나이가 드니까 조금씩 그런 생각이 들더라.

오지호.
오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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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마지막 고백 장면은 90년대 느낌이 나기도 하더라.
오지호 : 내가 생각할 때 사랑이란 또는 로맨틱한 느낌은 90년대나 2000년대 그리고 2015년이나 똑같다. 진심이 중요하지 방식이나 형식은 사람마다 다를 뿐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장면에서는 느낌을 좀 떨어트린 게 맞다.

Q. 그럼 아내에겐 결혼할 때 어떤 프러포즈를 했나.
오지호 : 그거 때문에 정말. 하하. 영화 도중에 결혼했다. 그래서 촬영 장소에서 프러포즈를 하려 했다. 감독님과 제작진에게 이야기를 하고, 원래 촬영분인 한 신도 다음날로 미뤘다. 그리고 촬영 장소인 대전으로 같이 내려가는데 그날 촬영이 취소돼 다 철수했다는 거다. 그래서 준비한 프러포즈 계획이 무산됐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 후 결혼날짜는 다가오고, 촬영도 해야 하고. 결국 프러포즈를 못 했다. TV 볼 때마다 그런 장면이 나오면 죽을 것 같다. 그러다 최근 결혼 1주년(4월 12일) 때 친구들 불러놓고, 카페 빌려서 예전에 찍어놓은 사진들 슬라이드 영상으로 쏘고, 3단 케이크를 준비해서 하긴 했다.

Q. 아이 계획은.
오지호 : 올해. 무조건.

Q. 영화 출연은 오랜만인 것 같은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오지호 : ‘바람사’ 이후에 하는 거다. 드라마 ‘처용’ 찍고, ‘연애의 맛’을 했고. 여름에 저예산 영화 찍고, 그거 끝나자마자 중국에 영화 찍으러 갔다. 그다음에 드라마 ‘하녀들’을 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있고, 영화 쪽에서 다양하게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

황성운 기자 jabongdo@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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