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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최보란 기자]바람에서 봄 기운이 느껴지는 어느 날, 한 카페에서 신인 배우 이수경(19)과 마주 앉았다.

96년생. 갓 성인이 된, 이제 막 연기의 세계로 막 뛰어든 이 여배우는 과연 어떤 색깔을 지닌 사람인지 궁금했다. 드라마 데뷔작인 tvN ‘호구의 사랑’ 속 모습으로만 상상할 수 있었던 이수경이라는 배우는 직접 만나보니 작품에서와는 사뭇 다른 매력들이 엿보였다. 그녀가 고른 자몽티 처럼 상큼함과 풋풋함 속에는 깊은 향과 따뜻함이 베어 있었다.

이수경에게 호기심을 느낀 이유는 그녀가 신인임에도 불구, ‘호구의 사랑’에서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고 맛깔스러운 연기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강호구(최우식)의 쌍둥이 여동생이자 심리사 석사연구생 강호경 역을 맡은 이수경은 마치 웹툰 원작 만화를 찢고 나온 듯, 이호경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로 재창조했다.

호경은 쌍둥이란 이름에 걸맞게 ‘호구 짝퉁’이라 불릴 만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현대의학과 메이크업, 심리학의 기술에 힘입어 환골탈태해 팜므파탈로 재탄생하는 인물. 밖에서는 원하는 남자들을 자유자재로 손에 넣는 마녀로, 집에서는 늘어진 츄리닝에 도수 높은 안경을 착장하고 ‘왕자와 거지’ 수준의 변신을 보여줬다.

그런 호경의 ‘건어물녀’ 같은 모습은 실제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는 부분. 이호경 역시 “저 역시 집 안에서는 옷도 편하게 입고 머리도 바짝 올려 묶고 호경이 처럼 아주 편한 모습으로 있어요”라며 공감을 표현했다. 특히 집안에서 민낯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등장해 더욱 극적인 변신을 보여줬던 이수경은 “드라마에서 호경이 쓰는 안경이 실제 내 안경”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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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썸녀로 거듭난 호경의 앞에 첫사랑 변강철(임슬옹)이 나타나면서 ‘밀당의 고수’ 호경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긴장감을 잃고 자신도 모르게 그의 앞에서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 변강철은 처음엔 호경의 매력을 알아채지 못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그녀가 기억 속 첫사랑임을 깨달았다. 비록 결말에서는 두 사람 맺어졌지만, 이수경은 “아오, 변강철”이라며 못내 섭섭했던 마음을 드러냈다.

“솔직히 강철이가 얄미웠어요. 강철이가 너무 눈치가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죠. 슬옹 오빠도 강철이가 너무 했다고 인정하더라고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잘 풀려서 다행이예요. 속이 시원했죠.”

하지만 그도 그럴것이 강철은 고교시절, 다시 말해 ‘변신 전’ 만난 호경의 모습을 미인이 된 현재의 호경과 매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바가지 머리에 눈밑까지 가리는 마스크, 교복 치마 밑에 체육복 바지를 입은 호경은 영락없이 남학생 같았다.

“가발도 쓰고 마스크를 쓰고, 남자 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행동은 호구랑 달라야하니까, 일부러 더 남자답고 터프하게 했어요. 저는 고등학생 신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한가지 힘들었던 점은 최우식 오빠랑 비슷해 보이려고 눈을 일부러 작게 떴는데, 저도 모르게 대사하다보면 눈이 크게 떠서 유지하느라 힘들었어요. 감독님도 ‘호경아 눈!’이라며 상기시키셨죠.”

강철이와 엇갈린 오해 속에 힘겨운 사랑을 했기 때문일까. 이수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서도 “강철이한테 제대로 차이고 나서 매달리는 장면”을 꼽으며 “하기 전에도 어떻게 감정을 표현해야 할지 걱정이 됐어요. 찍은 후에 방송을 보니까 ‘더 잘 했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아쉬움 섞인 미소를 지었다.

이수경에게 “그럼 현실에서 호구 같은 ‘순정남’과 변강철 같은 ‘차도남’이 있다면 누굴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사실 그 동안 인터뷰에서는 ‘강호구 같은 스타일의 남자가 더 좋다’고 했는데요. 강철이가 호경이 때문에 많이 바뀌었으니까. 나한테 맞춰서 바뀌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니까요. 그래서 강철이도 좋은 것 같아요. 현실에 그런 남자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둘 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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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학창 시절 남자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털털했다는 이수경. 지금도 여성스러워지려고 애쓰는 중이라는 부분이 노력으로 미모를 얻은 호경이와 닮았다. 반면 연애에서는 서로가 반대다. 연애 고수인 호경과는 달리, 이수경은 아직 사랑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짝사랑을 한 적은 있는데, 제가 티를 내고 싶지 않은데 티가 많이 나는 편이에요. 저만 빼고 동네방네 다 알게 돼서 결국 떠밀려 고백을 하게 되는 스타일이죠. 근데 이뤄진 적은 없어요. 호경이처럼 대범하지는 못해서 혼자 삭이는 편이기도 하고요.”

이수경의 말처럼 호경이는 사랑에 있어 대범하고 솔직했다. 남녀의 심리를 꿰뚫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사랑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았다. 도도하게 오빠 호구를 나무라던 호경도 결국 강철 앞에서만은 망가지는 모습만 보이고 자꾸 ‘호구’가 됐다. 하지만 이수경은 그런 호경을 완벽히 소화해 사랑스럽게 표현해 냈다.

“웹툰을 보면서 정말 하고 싶었는데 대본을 보니까 더 매력적이었어요. 진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디션에서 악착 같이 연기해 역할을 얻었죠. 그래서인지 호경이를 제 것으로 잘 승화시킨 것 같아요. 저의 모습이 많이 비쳐졌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시청자분들도 생각보다 많이 칭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

갓 데뷔한 신인임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이수경.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며 일찌감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케이스다. 연기에 대한 흥미를 느끼고 이후 예고로 진학해 쭉 연기를 공부해 왔다. 그 배경에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아버지께서 자식들에게 꼭 공부만 하라고 강요하시는 편이 아니세요. 공부 말고 다른 무엇이든 재능과 관심이 있는 것을 찾게 해주려고 다양한 것을 시켜보셨죠. 악기는 어려워서 잘 못했는데, 연기 학원을 다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다니기 시작했는데 재미가 있더라고요. 예고에 들거갔고 오디션 기회를 얻으면서 영화랑 드라마도 하게 됐죠.”

이제 시작하는 배우 이수경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수경은 “표민수 PD님이 알려주셨어요”며 “캐릭터가 있으면 억지로 되려고 하지 말고, 캐릭터를 빌려와서 저로 승화해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여러 캐릭터를 저만의 것으로 잘 승화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녀는 “참 독자분들 ‘차이나타운’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진짜 좀 색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보시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4월30일 개봉입니다”라고 깨알 홍보를 잊지 않았다. ‘호구의 사랑’ 속 이호경의 매력에 반했었다면, 또 다른 모습의 이수경을 만나고 싶다면, 그녀의 마지막 말을 기억해 두길.

최보란 기자 ran@
사진. 호두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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