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 참가한 뮤지션들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 참가한 뮤지션들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 참가한 뮤지션들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가 지난 3일 공개됐다. 매해 이맘때 ‘한국대중음악상’에 지명된 후보들을 보면 한국에 정말 다양한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올해 후보들을 살펴보면 서태지, 이승환을 비롯해 ‘썸’ 열풍의 주인공인 소유X정기고, YG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악동뮤지션과 에픽하이, 그리고 소리꾼 한승석과 천재 뮤지션 정재일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대중음악상’은 판매량이 아닌 음악적 성취를 기준으로 상을 준다. 덕분에 시상식에서 엑소, 버스커버스커, 나윤선, 정차식과 같은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아티스트들이 한 무대에 올라 상을 주고받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인기를 기준으로 상을 주는 여타 서너 개 시상식들의 비슷비슷한 후보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함 때문에 ‘한국대중음악상’은 12년째 같은 질문을 듣고 있다. “왜 대중음악상에 대중적인 뮤지션이 별로 없느냐”는 질문 말이다.
정기고 빈지노 조우
정기고 빈지노 조우
흥미로운 것은 ‘한국대중음악상’을 통해 상을 받았던 이들이 몇 년 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고의 경우 ‘썸’으로 알려지기 2년 전인 2012년에 ‘블라인드(Blind)’로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 힙합을 넘어서 가요계의 스타로 떠오른 빈지노도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아쿠아 맨(Aqua Man)’으로 상을 받았다. 2011년에 상을 받은 진보는 이후 샤이니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다. 음악성만 있는 것이 아니고 대중적인 면도 충분히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을 ‘한국대중음악상’이 먼저 알아본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대중음악상’에 후보로 오른 음악들이 결코 어렵거나 마니아 성향인 것은 아니다. 단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중이 모른다는 이유로, 혹은 대중성이 없다(누가 판단하나?)는 이유로 미디어의 간택을 받는 것은 여전히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우리 주위의 많은 좋은, 그리고 대중적인 음악들이 묻히고 있는 것이다.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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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판단은 청자가 하는 것이다. 듣다보면 취향이 넓어질 수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4’(이하 K팝스타4)에 심사위원으로 출연 중인 양현석 대표는 최근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심사 초반에 홍찬미를 보고 “지루하다. 한 곡은 들을 수 있지만 그렇게 20곡을 부르면 어떻겠느냐”며 유희열과 대립각을 이뤘던 그가 최근 방송에서 “예전에 유희열과 의견이 대립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내가 두 손을 들었다. 이진아가 콘서트를 한다면 20곡 30곡도 들을 수 있을 거 같다”라며 변화된 보여준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촉이 좋다는 아이돌 제작자가 히트공식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이진아를 보고 무장해제가 되다니, 이는 꽤 놀라운 광경이었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을 통해서도 누군가를 무장해제 시켜줄 음악들이 나와 주리라 기대해본다. ‘최우수 알앤비&소울’ 후보에 오른 태양과 박재범을 응원한다면, 함께 노미네이트된 자이언티, 크러쉬, 알샤인, 태완도 감상해보길 바란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후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면 기자들에게 후보 곡들을 담은 기념앨범을 나눠준다. 가요 기자들도 바쁘기 때문에 저 하늘에 별처럼 많은 음악들을 일일이 찾아듣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지선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은 “48곡이 담긴 넉 장짜리 CD를 매체에 계신 분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CD를 들어보면 이들이 왜 후보가 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음악을 들어보시고 마음에 들면 많이 소개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덧. 그런데 이진아가 ‘K팝스타4’에서 노래한 곡들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될까? 올해 열리는 ‘한국대중음악상’은 2013년 12월 1일부터 2014년 11월 30일까지 12개월 동안 발매된 음반 및 싱글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2013년 10월 10일에 발매된 앨범 ‘보이지 않는 것’에 수록된 ‘시간아 천천히’는 자격 조건에 맞지 않는다. 작년 12월 14일에 싱글로 발매된 ‘마음대로’는 내년에나 자격이 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한국대중음악상, 스타쉽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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