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비드라이버 피쳐사진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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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발표한 아톰북의 정규 1집은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 중심으로 펼쳐지는 간결한 포크와 인디 팝 스타일로 채색된 곡들이 담았다. 3년 동안 간간히 공연을 하며 제대로 된 밴드로 만들려고 멤버를 구해보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SP의 솔로 프로젝트인 빅베이비드라이버 1집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응이 있었지만 전업 뮤지션을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당시 회사를 그만두었기에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까를 더 고민했습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새해의 공연 클럽 벨로주 2014년2
빅베이비드라이버 새해의 공연 클럽 벨로주 2014년2
아톰북 시절부터 그녀의 노래는 기본적으로 멜로디와 기타연주는 좋은데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임팩트가 없이 끝나버려 갈증이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솔로 2집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변화의 전조는 드라마 OST 작업에서부터 감지된다. 2012년 처음으로 드라마 ‘신사의 품격’ OST 제안이 들어왔다. 여주인공의 메인테마로 쓰인 ‘스프링 아이 러브 유 베스트(Spring I Love You Best)’가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히트를 했다. “사실 그 노래는 기성곡입니다. 드라마 음악감독님이 원곡과 조금 다르게 고쳐 달라고 제의했을 때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더 널리 알려져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같은 노래인데 여기에 있을 때랑 저기에서 보였을 때 반응이 이렇게 틀린가 싶더군요.”
빅베이비드라이버 피쳐사진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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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드라마의 힘을 느꼈다. 자신의 음악은 여전히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던 그녀는 드라마 OST 작업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음악엔 장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후 ‘상속자들’ ‘7급 공무원’ ‘드라마의 제왕’ ‘연애조작단, 시라노’ ‘앙큼한 돌싱녀’ 등 참여한 드라마들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녀의 노래도 예상치 못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스프링 아이 러브 유 베스트’ ‘유 아 에브리웨어(You Are Everywhere)’, ‘히어 포 유(Here For You)’, ‘어 스트레인저(A Stranger)’ 같은 곡들은 한류 열풍을 탔다. 그녀의 텀블러 계정은 아시아, 유럽, 남미, 북미를 망라한 월드 와이드 한 멘션을 받았다. “행운이죠. 무엇보다 잊고 살았던 관객을 다시 만나게 된 고마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점부터는 제가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을 신경 쓰지 았는데 드라마 OST에 참여하면서 제가 기본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됐었습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피쳐사진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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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곡과 드라마 OST 곡을 작업할 때 다른 점은 관객과 청자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 OST 작업은 그녀에게 음악의 성격과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 OST를 시작했을 때는 대중적인 코드를 존중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잘 몰라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노래가 쓰일 드라마의 주인공 캐릭터와 상황이 제시된 상태인지라 가사를 쓰기 쉽고 분위기나 감정을 잡는 것이 오히려 쉽더군요.” 이후 인도네시아 팝 밴드 모카(Mocca)와 콜라보레이션 싱글을 발표한 그녀는 서로의 나라를 오가며 공연도 함께 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일렉트릭뮤즈 레이블쇼 상상마당 2014년3
빅베이비드라이버 일렉트릭뮤즈 레이블쇼 상상마당 2014년3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2013년 여름 즈음에 신보 작업을 시작했다. “만들 수 있는 노래의 종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의 접점을 생각하고 작업했지만 답이 쉽게 나오질 않더군요. 엄청나게 대중적인 음악을 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기타 연주와 노래는 잘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만들어놓은 노래들을 아톰북 때처럼 녹음을 하다 한 번 엎었습니다.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고 음악에서 중요한 건 멜로디와 가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편한 게 80인데 100을 하려면 뻥을 치는 것 같아요.”
빅베이비드라이버 피쳐사진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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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으로 참여한 연주자들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어떻게 소화할지도 고민이었다. “좋은 연주자를 선택하는 것도 제 음악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녹음하면서 다 업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진행한 것은 아직 총제적인 것들을 총괄하기에는 제 음악 내공이 이 정도로 부족한 것을 인정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2집은 포크, 컨트리, 어쿠스틱 블루스, 인디 팝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색채의 13곡을 담았다. 무엇보다 음악동료들의 참여로 한결 풍성해진 멜로디 라인과 감성 구현을 이뤄내고 있다. 우선 경쾌한 포크 록 넘버 ‘Baby You’부터 음악 스타일에 긍정적 변화와 발전이 감지된다. 마지막 곡까지 어느 곡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특히 들을수록 감겨오는 ’언젠가 그때까지‘와 포크의 서정이 싸이키델릭으로 점화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뒤돌아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버렸네‘ 같은 노래들은 지난 3년 동안 그녀의 음악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변화했는지를 증명하는 좋은 노래들이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피쳐사진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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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베이비드라이버는 2집 작업을 하면서 참여한 뮤지션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작업의 소중한 의미도 깨달았다. “모로코 출신인 ‘수리수리마하수리’의 오마르와 영어로 음악적 소통을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오마르는 ‘구름게으름민요’에 참여했는데 곡의 분위기나 가사의 내용,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건지, 내가 여기서 어느 정도의 위치로 노래를 해야 하는 지 등등 아주 구체적인 내용부터 좀 모호한 내용까지 꼼꼼하게 질문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새해의 공연 클럽 벨로주 2014년7
빅베이비드라이버 새해의 공연 클럽 벨로주 2014년7
폭넓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영어제목과 가사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는지 궁금했다. “영어로 노래를 하는 건 우리말로 그만큼 가사를 못 쓰기 때문입니다. 별 다른 반성이나 변화 없이 지금까지 왔는데 반성해야 된다는 강박감이 생기니까 우리말로 어렵지 않게 몇 곡 써지더라고요. 이번 앨범에 들어간 ‘구름게으름민요’는 제 강박증이 만들어낸 가사이고 나머지 두 곡은 그냥 쉽게 쓴 가사입니다. 앞으로 영어와 한글 모두 자유롭게 쓰려고 해요. 전곡을 다 한글로 쓴 프로젝트 앨범도 계획 중입니다.” 그녀는 솔로 프로젝트가 아닌 3인조 밴드 결성의 꿈도 꾸고 있다. 빅베이비드라이버는 최근 7년 동안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온 상태다. “다른 출판사로 옮겨보려고 나왔습니다. 책 제작과 관련된 일은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은 음악 작업을 밥 먹는 것 보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빅베이비드라이버 피쳐사진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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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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