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에게 있어서 섹시 콘셉트는 굉장히 매혹적인 코드다. 주 타깃 층인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부러움을 사는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걸그룹 1세대 S.E.S, 핑클이 활동하던 90년대는 염색, 배꼽티, 선글라스 등이 금지되는 등 엄격한 심의 규정이 적용됐다. 지난 1999년 S.E.S는 ‘러브(Love)’ 활동 당시 금발 염색 때문에 KBS 음악 방송에 서지 못했던 일도 있었다. 염색도 금지였는데 노출은 상상할 수 없었다. 걸그룹은 어쩔 수 없이 귀여움, 청순함을 강조하며 요정 콘셉트를 찾았다. 새로운 세기가 찾아오며 사회 분위기도 개방적으로 변했고 조금씩 기존의 금기가 사라졌다. 지난 2000년 박지윤의 ‘성인식’은 당시로서 파격적인 옆트임 의상과 섹시함을 강조한 일명 ‘쩍벌 댄스’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 2007년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등장하며 걸그룹 부흥기라 일컬어도 될 만큼 많은 걸그룹이 대중을 찾았다. 걸그룹의 홍수 속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는 생존 전략이자 필수적인 요소였다. 실제로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는 이전에도 여성 보컬그룹으로 그 실력을 인정 받았지만 지난 2009년 발표한 ‘아브라카다브라’에서의 섹시한 이미지로 대중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거머쥐며 1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브아걸은 ‘성인돌’로 불리며 강렬한 섹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포미닛, 레인보우, AOA 등 역시 섹시 콘셉트를 시도하며 자신들의 이름 굳히기에 성공했다. 이렇듯 섹시 콘셉트 성공 사례가 등장하며 선정성 논란도 함께 수면 위로 등장했다.

올해 초 스텔라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과 함께 피에스타도 ‘하나 더’로 MBC ‘쇼! 음악중심’ 출연 정지를 통보 받기도 했다. 끝나지 않는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와 선정성 논란, 그 잔혹했던 역사를 되짚어봤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뮤직비디오

# 브아걸부터 피에스타까지, 섹시 걸그룹 선정성 논란 히스토리(HISTORY)
지난 2009년 브아걸은 ‘아브라카다브라’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먼저 뮤직비디오 속 가인과 상대 남성 배우는 서로의 겉옷을 벗기며 야릇한 연기를 선보였다. 또 가인은 간주 부분에서 백업 댄서들과 함께 겉옷을 벗고 바닥에 엎드려 힙 부분을 드는 등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브아걸의 뮤직비디오는 공개와 함께 선정성 논란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브아걸은 무대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가인의 독무 부분을 수정해 뮤직비디오 속 부분보다 덜 자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곡은 포인트 안무 ‘시건방 춤’을 유행시키며 브아걸 대표곡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레인보우 ‘A’ 속 배꼽춤
레인보우 ‘A’ 속 배꼽춤
레인보우 ‘A’ 속 배꼽춤

지난 2010년 레인보우 ‘A’의 배꼽춤은 지상파 방송 불가 판정을 받기도 했다. 레인보우는 ‘A’ 중간 상의를 들어 올리며 배꼽을 살짝 드러내는 포인트 안무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는 선정적이라는 방송사 측의 지적에 따라 안무를 수정하게 됐다. 레인보우는 상의를 걷어 올리는 동작만 할 뿐 배꼽이 보이지 않도록 안무를 선보였다. 당시 레인보우의 방송 불가 판정은 누리꾼의 갑론을박을 얻기도 했다. 선정적이란 의견과 지나친 규제가 아니냐는 의견이 대립됐기 때문이었다.

포미닛 ‘거울아 거울아
포미닛 ‘거울아 거울아
포미닛 ‘거울아 거울아

지난 2011년 포미닛도 ‘거울아 거울아’ 속 안무로 선정성 논란 중심에 섰었다. ‘거울아 거울아’ 중간 등장하는 일명 ‘쩍벌 댄스’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다리 사이를 벌리며 골반을 흔드는 안무였다. 포미닛의 섹시한 매력을 극대화 시키는 안무란 평도 있었지만 대체로 자극적인 안무라는 평이 많았다. 결국 포미닛은 방송사 측의 지적을 받고 안무를 수정했다. 포미닛은 무릎을 꿇는 동작은 유지했지만 다리를 벌리지 않고 여성스러운 웨이브 안무로 대체했다.

현아 ‘버블팝’
현아 ‘버블팝’
현아 ‘버블팝’

포미닛의 선정성 잔혹사는 현아에게도 있었다. 현아는 그룹은 물론 솔로로 ‘체인지’, ‘버블팝’, ‘아이스크림’ 등을 발표하며 인기를 얻었다. 선정성 논란에 시달렸던 것은 지난 2011년 발표한 ‘버블팝’이었다. 현아의 ‘버블팝’ 중 ‘버블버블 버블팝 / 버블버블 팝팝’ 부분에서 포인트 안무였던 힙댄스가 선정적이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현아 측은 포인트 안무를 제외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으로 ‘버블팝’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현아에게만 가혹한 심의의 잣대가 아니냐는 대중들의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시크릿 ‘포이즌’
시크릿 ‘포이즌’
시크릿 ‘포이즌’

지난 2012년 시크릿도 ‘포이즌’ 안무를 수정했다. ‘포이즌’ 곡 중간 시크릿 멤버들은 골반을 유연하게 돌리거나 다리를 직각으로 벌린 채 골반을 튕기는 이른바 ‘쩍벌춤’을 선보였다. 이에 시크릿은 핫팬츠 의상에 선정적인 안무가 보기 자극적이라는 논란에 시달렸고 결국 안무를 전면 수정했다. ‘쩍벌춤’은 이전보다 수위를 낮춰 웨이브 댄스로 대체됐다.

스텔라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
스텔라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
스텔라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

지난 2월 스텔라의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는 19금 버전과 파격적인 의상 콘셉트를 통해 선정성 논란의 불을 지폈다. 뮤직비디오에서 스텔라 멤버들은 검정 스타킹에 수영복을 연상케 하는 밀착 의상을 입고 엉덩이를 흔들거나 가슴을 쓰는 자극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멤버들은 속옷만 입고 우유를 먹거나 상의를 벗는 모습 등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후 스텔라는 검색어와 음원 차트 상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 의혹과 선정성 논란의 뭇매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스텔라는 컴백 무대에서 뮤직비디오 속 자극적 안무를 일부 수정했지만 여전히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이어지는 논란에 스텔라는 의상을 수정하기도 했다. 스텔라 멤버 가영은 지난 4월 1일 방송된 KBS2 ‘대변인들’에 출연해 “대형 기획사에 있는 분들은 천천히 계속 음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기획사는 힘이 세거나 돈이 많은 게 아니기 때문에 한번 낼 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섹시 콘셉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피에스타 ‘하나 더’ 뮤직비디오
피에스타 ‘하나 더’ 뮤직비디오
피에스타 ‘하나 더’ 뮤직비디오

최근 피에스타의 ‘하나 더’는 선정성 논란으로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 2일 MBC ‘쇼! 음악중심’ 측은 ‘하나 더’ 가사가 쓰리썸(threesome)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출연 정지를 확정했다. 이어 SBS도 ‘인기가요’ 출연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가 된 가사는 ‘너와 나 둘에 한 명만 초대해줘 / 우리의 방 안에 우리보다 이거 많이 해본 애 / 지금이 딱 인데 하나 둘 셋’이다. 이와 함께 뮤직비디오도 쓰리썸이 연상되는 요소가 첨부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피에스타 측은 문제가 된 부분을 ‘너와 나 줄어든 시간에 할 것 다 하잖아 너는 뭐든 / 내가 하루 종일 있어달랬어 나 땜에 뭘 못했어, 하나 둘 셋’으로 수정했으며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 선정성 논란, 기준은 뭔가요?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 그리고 그에 따른 선정성 논란이 이어지며 기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심의나 선정성 논란에 있어 어떤 가수는 허용되고 어떤 가수는 엄격한 질타를 받기도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와 선정성 사이에서 각각의 의견이 상충되기도 한다.

먼저 지상파 방송사는 각각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련 법률과 규칙을 토대로 내부 심의 규정이 있다. 한 예로 MBC 심의위원회는 TV, 라디오 담당 각 2명씩 참여하며 6~10인으로 구성된다. 가요 뮤직비디오 심의위원회는 정기적으로 1주일에 한 번씩 열리며 음반 및 뮤직비디오 심의를 한다. 각 방송사들은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을 기본으로 따르지만 표준화되거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성 권고 조치를 내리는 근거 조항으로는 ‘제44조 2. 어린이 및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 대에는 시청자 대상자의 정서 발달 과정을 고려하여야 한다’가 있다. 누구나 봤을 때 저속적이거나 자극적, 선정적인 것은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선정성 판단 여부에 있어 조금은 모호하고 자의적일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대를 연출하는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제작진의 기준이나 중점적으로 보는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MBC ‘쇼! 음악중심’ 박현석 CP는 “심의국의 객관적인 기준을 거친다. 아무래도 ‘쇼! 음악중심’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보니 대상 시청자가 보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아무 문제가 없을 때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KBS2 ‘뮤직뱅크’ 이세희 PD는 “주로 가수들은 뮤직비디오를 기반으로 안무가 구성된다.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 안무가 조금 다른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 드라이 리허설부터 사전녹화 등 여러 사전 무대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체크한다. 문제가 될 부분이 있으면 가수 측에 이야기를 한다”고 설명했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Mnet ‘엠카운트다운’,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뮤직비디오, 스텔라 ‘마리오네트’ 뮤직비디오, 피에스타 ‘하나 더’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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