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사진 구혜정
이광수, 사진 구혜정
이광수가 기분 좋은 ‘배신’을 안겼다. 엄밀히 말해 이광수에 대한 선입견이 만든 배신이다. 그리고 그 선입견은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만든 이미지다. ‘기린’ ‘배신기린’ ‘아시아 프린스’ 등 그를 둘러싼 수식어 역시 ‘런닝맨’이 출처다. 참 단순하게도 대중에게 이광수는 곧 ‘런닝맨’으로 여겨졌다. 예능에서 웃기고, 망가지는 그의 모습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이광수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특히나 9일 개봉된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는 더욱 놀랍다. 웃음기를 쏙 뺀, 말수도 거의 없는 극 중 민수의 모습에서 ‘런닝맨’ 이광수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눈빛으로만 전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속속 박혔다. 지성, 주지훈 등 ‘형’들과 함께 만든 진한 우정의 표현도 부족함 없었다. 이광수는 그렇게 우리에게 기분 좋은 ‘배신’을 선사했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Q. 먼저 예능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예능이 만든 이미지가 아무래도 배우 이광수를 한정 짓는 것 같다. 물론 그 때문에 ‘좋은 친구들’에서 기분 좋은 배신을 당했지만.
이광수 :
주위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해주시고, 그에 대해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런닝맨’이 언제까지 방영될지 모르겠지만, 끝날 때까지는 할 생각이다. 물론 장단점이 있고, 양날의 칼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작품 할 때는 작품대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면 보는 분들도 더 관대하게 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들어오는 작품은 어떤가. 예능의 이미지를 좀 더 활용한 작품들이 많이 들어오는 편인가, 아니면 그런 것 상관없이 다양하게 들어오는 편인가.
이광수 :
전자가 더 많다. 아무래도 웃음을 주는 캐릭터나 작품들의 섭외가 많다. 그에 대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하고 싶은 역할이고 시나리오고 좋으면 이미지와 상관없이 하는 편이다. 예능 이미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런 부분에선 많이 열어놓은 상황이다.

Q. 그럼 작품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는 편인가.
이광수 :
시나리오를 먼저 보는 것 같다. 정리해서 말해야 하는데 뭔가 말하기가 참 어렵다. (웃음) 그냥 하고 싶은 걸 한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이 좋고, 뭔지 모르게 와 닿는 게 있다.

Q.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은 무엇인가.
이광수 :
악역을 해보고 싶다. 사실 그보다 정확하게 ‘이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것보다 지금까지 안 해 본 역할이 많으니까 여러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이광수, 사진 구혜정
이광수, 사진 구혜정
Q. 그런 점에서 ‘좋은 친구들’은 분명 기분 좋은 반전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해보지 않았던 역할이기도 하다.
이광수 :
사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이기도 하고,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들도 있다. 이걸 잘 표현하면 보는 분들이 다르게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무엇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역할, 장르에 맞게 노력하다 보니 다르게 봐주는 것 같다.

Q. 어찌 됐든 지금 기분은 좋겠다.
이광수 :
개인적으로 자신에게 관대한 편이다. 작품 끝나면 스스로 다독다독하면서 뿌듯해 한다. 그리고 우리끼리는 정말 좋았다. 그래서 어떻게 봐줄지 궁금했는데 좋은 평가가 많아서 얼떨떨하긴 하다.

Q. 이 같은 이유로 개봉 후 반응이 궁금하고 설레겠다.
이광수 :
현장이 워낙 좋았다. 감독님도 영화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었고, 만들고 싶은 건 만들었다고 이이기를 하셨다. 개인적으로는 20년 동안 친구고, 끈끈해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촬영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형들이랑 자주 만났다. 또 부산에서 촬영하다 보니 술 마시다가 같이 자기도 하고. 그런 게 영화에 묻어나고 끈끈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Q. 개인적으로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말없이 눈빛으로만 표현하는 연기가 참 좋았다. 이전에 이광수한테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이다.
이광수 :
아무래도 어떤 표정으로 전달하는 것보다 눈빛으로만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후반부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느낌을 전달하기엔 표정으로 설명이 안 되는 게 있었다. 그래서 많이 안 쓰려고 했다. 특히 계산적인 것보다 그냥 그렇게 된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인터뷰 사진 찍을 때 웃지 말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웃음)

Q. 어렵진 않았나.
이광수 :
어려웠다기보다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시나리오 읽으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복잡해지는데 그 다양한 감정을 직접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후반부 캐릭터를 어떻게 전달하는 게 좋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광수, 사진 구혜정
이광수, 사진 구혜정
Q. 그런데 지성이 최근 tvN ‘택시’에 출연해 술 마시면서 이광수 씨에게 ‘너 연기 못한다’는 말을 했는데 구체적인 상황을 듣고 싶다.
이광수 :
사실 거의 기억이 안 난다. 술자리에 있었던 거는 지성 형만 기억하는 것 같다. (웃음) 실수는 안 하는 편인데 기억은 잘못한다.

Q. 영화 자료를 보니 한 번쯤 민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했는데, 민수 같은 캐릭터라 함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광수 :
일단 시나리오에 정말 행복했던 시절부터 지옥 같은 시절까지 담겨 있다. 그리고 친구들 사이가 끈끈한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다. 또 민수 캐릭터에 뭔가 공감이 많이 됐다. 비슷한 점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민수 역할이 저는 해보고 싶었다.

Q. 민수 쪽에 가깝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이광수 :
크게 자기 의견이 없는 편이다. (웃음) 밥 먹는 때도 메뉴 정하는 걸 못한다. 현태는 우직한 면이 있는데 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Q. 민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그게 강한 여운을 남기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이광수 :
개인적으로도 그런 여운이 남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했을지 많이 생각했다. 민수가 그런 결정을 하는 이유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게 마음의 전부였던 것 같다. 내가 짐을 다 짊어지고 가면, 나만 없다뿐이지 둘의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실제 나였다면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정말 잘 모르겠다. (웃음) 여하튼 그게 최선이라고 선택했던 민수가 이해는 된다.

Q. 영화의 중심 테마가 오해다. 서로 오해하고 있으면서도 말은 못하고, 의심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광수는 어떤 편인가.
이광수 :
다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누군가와 트러블이 있으면, ‘꽁’하고 있는 스타일은 아니다. 일이 커지기 전에 이야기하는 게 개인적으로 좋다. 직설적으로는 못해도 돌리고 돌려 이야기하는 편이다.

Q. 결과적으로 그 오해의 씨앗은 과거 중학교 졸업식 날 뿌려졌다. 그렇다면 민수는 한 번도 의심이나 오해를 하지 않았을까.
이광수 :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민수는 가족도 없고, 친구가 전부다. 유일한 낙이 친구하고 술 마시는 게 전부였던 아이다. 그리고 의심을 했다가도 금세 잊어버렸을 것 같다.

Q. 그렇다면 마지막에 인철을 그렇게 만든 건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광수 :
열린 결말이기도 한데 보는 분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현태가 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여운이 더 남는 것 같다. 그래서 혼자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웃음)

이광수, 사진 구혜정
이광수, 사진 구혜정
Q. 그래서일까. 영화의 결말이 인상적이다. 세 친구 중 유일하게 친구를 의심했던 지성만 남으니까 말이다.
이광수 :
결국에는 행복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영화 끝나고 그 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여운이 남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서로 행복하자고 시작한 일인데, 결국인 의도치 않게 흘러가게 된다. 결국, 제일 힘든 건 현태인 것 같다. 마지막에 소방관이었던 현태가 사고 현장을 보고 지나친다. 그만큼 변했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변한 현태가 제일 힘들지 않았을까. 그리고 인철은 어찌 됐든 사건을 같이 한 거고, 그래서 현태한테 미안한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Q. ‘좋은 친구들’이란 제목도 참 아이러니하다.
이광수 :
그게 느낌표일지, 물음표일지 마침표일지 여지를 관객들에게 남겨두고 싶다고 감독님께서 얘기하셨다.

Q.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도 참 궁금하다.
이광수 :
형들과 이야기한 건 극 중 세 인물이 다 감독님한테 있다는 거였다. 유하다가도 생각은 분명하고, 화낼 때는 화도 내고. 참 무서운 사람 같다.

Q. 만약 감독님이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하면 할 것인가.
이광수 :
무조건. 일단 촬영하면서 행복했고, 뭔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정확한 주관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유로우면서도 믿는 구석이 있다. 자유롭지만 찝찝한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러면서 나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Q. 인터뷰하다가 문득 느낀 건데 말할 때마다 ‘형들 만나서 어쩌고, 저쩌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거 보면 동생이나 여자는 별로 만나지 않는 건가.
이광수 :
맞다. (웃음) 남자 동생들이 어렵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서른살 이면 그렇게 어린 나이는 아닌데 일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어딜 가도 막내다. 그리고 형들이 편하다. 형들한테는 장난치면서도 그 분위기를 알겠는데 동생들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몇몇 만나는 동생들은 나를 오빠나 형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그게 더 편하고. (웃음)

Q. 언제까지 그럴 수 없는 거 아니냐.
이광수 :
아직은 형들이 좋다. 동생들한테는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좋은 형들이 많은데 그 형들처럼 동생들에게 해줄 자신이 없다.

Q. 형들 사이에서 막내로 있다 보니 결혼이나 연애에 관심이 멀어지는 거 아닌가. 또 지성은 결혼했고, 주지훈은 연애 중인데 그 두 사람의 조언 같은 건 없나.
이광수 :
그런 것도 있겠다. 실제 나이보다 더 어리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지성 형은 (결혼은) 나를 위해서나 아내를 위해서나 일찍 하는 게 좋다는 주의다. 반면 지훈 형은 그런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솔직히 결혼은 생각 안 해봤다. 그러다 갑자기 결혼한다더라. (웃음) 또 과거 연애를 해도 친구를 좋아해서 같이 어울려 다녔다. 그러니까 상대방은 좀 힘들어 했던 것 같다.

이광수, 사진 구혜정
이광수, 사진 구혜정
Q. 7월 방영될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뚜렛 증후군 역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부러 예능에서의 모습과 반대되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건가
이광수 :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아직 그러진 않는 것 같다. 희화화된 캐릭터라든지, 재미난 웃음을 주는 캐릭터라도. 먼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보고 좋으면 그냥 하는 편이라. (웃음) 물론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구체적인 그런 생각은 없다.

Q. 드라마 속 역할에 대해 조금 더 귀띔해 달라.
이광수 :
뚜렛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정도 많고, 내 사람들을 철저히 챙기는 인물이다. 무엇보다 욕하는 틱 장애인데 실제로 (그런 분들이) 있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럽다. 많이 공부하고 있고, 치료클리닉 같은 곳에서 교육받고 있다. 희화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공부하고 진정성 있게 연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밝은 드라마지만, 내 역할은 웃음이 포인트가 될 것 같진 않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될 것 같다.

Q. 이광수는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원하나.
이광수 :
어떤 행동을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저러는 데 이유가 있겠구나, 그런 신뢰가 있는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나도 한마디!][텐아시아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EVENT] 뮤지컬, 연극, 영화등 텐아시아 독자를 위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클릭!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