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 김성주, 안정환(왼쪽부터)
송종국, 김성주, 안정환(왼쪽부터)
송종국, 김성주, 안정환(왼쪽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이 한 달 여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MBC의 메인 중계진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삼인방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생생한 소감을 보내왔다.

김성주 캐스터는 “축구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그냥 일상인 나라, 문화인 나라, 삶의 일부인 나라에서의 월드컵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축구 이야기만으로 한 달을 보낼 수 있다니 놀랍다. 두 태극전사와의 한 달 여 동안의 동거는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었다. 반지의 제왕과 히딩크의 황태자가 해주는 아침밥을 얻어먹는 황송함이란 정말. 4년 후가 벌써 기다려진다”고 전했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축구가 싫어져서 은퇴 후 1년 넘게 축구 경기를 보지 않았다. MBC 해설위원으로 보낸 한 달 여의 시간은 다시 축구를 사랑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난 축구를 버릴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내 마음 속 월드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

송종국 해설위원은 “남미, 유럽 팀 경기를 중계하면서 그들의 개인기와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가 정말 놀라왔다. 하지만 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건 기본기라는 걸 느꼈다. 각팀마다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감독들이 잘 조합한 팀은 성공을 거두었고 조직보다 개인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팀들은 한계가 있다는 것도 느꼈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4년 동안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20년 이상을 계획을 세워 선수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도 느낀 브라질월드컵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냉철한 분석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또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삼인방은 ‘쉽고 재미있는 중계’로 축구에 대한 이해를 돕고 편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해설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캐스터, 해설위원으로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김성주는 캐스터와 해설위원들 간의 완벽한 호흡이 이번 MBC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좋은 성과를 이룬 원동력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중계방송을 97년부터 했는데, ‘이렇게 중계방송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팀을 이렇게 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해설자와 캐스터가 호흡이 좋아도 가까워지는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친해지는 데에 한계가 있어, 중계할 때 삐거덕거릴 때가 있는데 우리는 기존 프로그램으로 돈독해진 관계라 그런 마찰이 하나도 없었다. 합숙 생활에서 끊임없는 대화로 서로의 생각이나 철학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중계방송에서 막힘이 없었다”며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이어 김성주는 캐스터로서의 성과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얻는 게 참 많았던 브라질 월드컵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현지에서 월드컵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축구 선수출신들의 삶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기 와서 인생의 전성기를 누렸던 두 해설위원의 은퇴 후 삶과 고민에 대해 같이 느끼고 공유할 수 있었다. 너무도 인간적인 내면의 모습과 인생의 고민, 꿈에 대해 얘기, 선수로서의 삶, 은퇴 후 삶을 서로 얘기하면서 방향을 찾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두 사람과의 만남과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 이제 안정환?송종국은 인생을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가 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각자 다른 위치에서 만나도, 강한 형제애를 느끼며 우리 축구를 위해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주, 안정환, 송종국 삼인방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대한한국이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것’을 뽑았다.

특히 안 위원은 “시간이 좀 더 많았다면 준비를 좀 더 많이 해서 듣는 분들한테, ‘축구가 어떻다’라는 걸 더 잘 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운동만 했기 때문에 해설자로 나선 것이 개인적으로 버거운 부분이었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 시청자분들한테 죄송한 마음도 든다. 나 혼자 중계를 했다면 좋은 얘기들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 종국이와 영표, 축구 선수 출신들이 해설을 하면서 반응도 좋았고, 축구를 조금 가깝게 사람들이 느끼게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며 해설위원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안 위원은 대표 팀에게 너무 지적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하며 선배로서 도움을 못 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경기에 몰입하다 보니 후배들이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쓴 소리를 하게 되더라. 잘하지 못하는데 무조건 잘했다고 하고 싶진 않았다. 받아들이기 나름인 것 같다. 내 얘기를 듣고 앞으로 나갈 때 반영하면 더 좋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고, 듣기에 불편한 사람들은 한 귀로 흘려보내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삼인방은 서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성주는 “축구만 하던 사람들이 중계를 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거다. 안정환 위원은 중계 중에 입모양으로 기침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훈련이 안 돼 있는 사람들인데 적응을 잘 해 줘 고맙다.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축구 중계만 해야 했는데 매 경기 정열적으로 해야 하는 게 쉽지 않다. 31개 나라, 선수들 개개인 파악하고 공부하며 볼펜을 하도 잡아서 안정환 위원은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였다”며 아낌없는 노력을 해 준 두 위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또 김성주 본인은 중계석에서의 감독 역할, 두 위원은 선수시절 수비수와 공격수 역할을 해설에서도 보여줬다며, 포지션별 경험이 잘 녹아난 중계였다고 전했다. 특히 김성주는 “안정환 위원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해설의 트렌드를 바꿨다”며 극찬했다.

그는 “그동안 축구 중계는 우리가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와 닮았다. 엄숙하고 진지하고 승부에 집착하는 해설 많았다. 안정환 위원은 승부를 떠나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축구를 좋아하게끔 하는 쉬운 해설로 축구를 전파하고 싶다고 항상 말해왔다. 그래서 ‘가랑이슛’, ‘꽈배기슛’, ‘쫑’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다. 안위원이라고 왜 품위를 지키고 싶지 않았겠냐. 지적 과시욕을 포기하고 가깝게 대중들에게 접근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중계방송을 보면서 공감하게 하는 데에 기여했다. 또 면피성 해설과 추상적인 해설에서 벗어나, 확실하게 단정 지어서 얘기하는 시원한 해설을 해줬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주는 “우리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국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를 비판할 수 있는 수준에 있으려면 지속적인 관심 필요하다. 월드컵을 보면서 세계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았으면 한다. 월드컵은 이번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승패를 떠나,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 국민들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축구에 관심을 가지면 2018년 월드컵에서 좀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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