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밴드
잔나비밴드
지난해 오디션 원조라 일컬을 수 있는 Mnet ‘슈퍼스타K5’에 독특한 세 명의 청년이 등장했다. 이름도 특이했다. 잔나비밴드. 1992년 생으로 갓 20대에 들어선 청년 셋이 지은 이름이기엔 구수하면서도 유쾌했다. 그게 딱 잔나비밴드였다. 분당 동네 친구 정훈, 도형, 영현 세 사람은 잔나비, 원숭이가 가지고 있는 그 느낌처럼 신나고 즐거우며 솔직했다.

세 사람의 인연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동네 스쿨밴드를 하고 있던 정훈과 도형은 서로 라이벌이었다고. 어린 나이에 곡도 쓸 수 있으며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두 사람은 닮은 듯 달랐다. 결국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하게 됐으며 스무살 쯤 영현도 합류해 완전체 잔나비밴드를 꾸릴 수 있었다. 한번 들으면 잊혀질 수 있는 이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대부분 홍대 인디밴드들 하면 영어 이름을 떠오르게 되잖아요. 그런데 좀 식상할 것 같았어요. 정도령 등등 여러 후보가 있었죠. 그러던 중 다른 친구가 ‘잔나비 어때?’라 말하는 거에요. 더 재밌는 것은 잔나비를 듣게 된 세 명 모두 ‘이거다!’ 했어요.”(정훈)
“그런데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잔나비 버섯, 잔나비 거미 등에 가끔씩 묻혀요. 자연의 힘은 이기기가 아직 어려운 건가봐요. 하하.”(도형)

잔나비밴드는 이미 다수의 버스킹 공연을 펼쳐오며 실력을 검증받았으며 지난 4월 28일 첫 싱글 ‘로켓트’를 발매하기도 했다. 자작곡 ‘로켓트’는 포크록과 레게비트가 돋보이는 곡으로 장르 전환이 눈에 띄는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다.

“‘로케트’는 잔나비밴드 세 명의 음악적 감성이 집합된 곡입니다. 곡 중간 중간 반전 요소가 있어요. 저희 나이 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자연스럽게 넣기 위해 노력했어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유치한 가사가 그런 생각을 담았죠.”(정훈)

어릴 때부터 곡을 써온 세 사람은 생활 속에서 서로 영감을 얻어온다고 한다. 각자 느낀 감을 이야기하며 ‘여기선 이 부분을 살리자’고 입을 모아 한 곡을 만든다. 잔나비밴드 세 사람은 곡을 만들고 음악을 하게 되는 매일이 에피소드라 말한다. 다수의 버스킹 공연을 거치며 즉흥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던 곡도 하고 새로운 패턴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이런 즉흥적인 감정이 잔나비밴드의 음악이며 솔직한 그들의 성격을 가장 잘 반영해주는 모습이었다.
잔나비밴드
잔나비밴드
자유로운 모습의 세 친구는 왠지 비슷한 길을 걸어왔을 것 같지만 다양한 경험을 거쳐 왔다. 정훈은 그룹 FT아일랜드, 씨엔블루가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었다. 정훈은 엔플라잉 멤버들과 함께 연습을 한 경험이 있다. 도형은 캔엔터테인먼트에서 양화진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현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 클래식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전공 분야로 공부해왔다. 미래와 꿈을 향해 고민하던 세 사람은 결국 잔나비밴드라는 같은 길에서 만나게 됐다.

잔나비밴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슈퍼스타K5’다. 세 사람은 원래 KBS2 ‘탑밴드’에 나가려했지만 폐지가 됐다고. 잔나비밴드는 자신들이 어떤 밴드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을 택했다. 하지만 세 사람 중 정훈만 플랜비에 속해 본선에 진출했고 TOP7에 올랐다.

“슈퍼위크 때 탈락했는데 좀 느낌이 묘했어요. 탈락자로 잔나비를 불렀는데 전 시즌도 보며 이건 합격인가 했어요. 하하.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일상으로 돌아가던 중 카메라 한 대가 합격했다고 와서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프로그램 측에서 플랜비 구상에 대해 말해줬고 혼자 하는 것이란 이야기에 안하려 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명예 회복을 위해 꼭 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가게 됐습니다.”(정훈)
“솔직히 마음이 찢어졌죠. 그래도 정훈이에게 ‘우리는 괜찮아!’라 말하며 가는 동안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정훈이가 떠나고 난 뒤 솔직히 좀 힘들었어요.”(도형)
“‘슈퍼스타K5’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었어요. 마음가짐이나 그런 것도 변했고요. 좀 더 성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기회였어요.”(영현)
잔나비밴드
잔나비밴드
‘슈퍼스타K5’ 이후 정훈은 다시 잔나비밴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잔나비밴드는 신사동호랭이와 손을 잡았다. 인디밴드와 히트곡 메이커 신사동호랭이의 만남에 대해 고개를 기울이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잔나비밴드와 신사동호랭이는 ‘슈퍼스타K5’에서 플랜비 프로듀싱을 통해 만났다. 방송이 끝난 후 앨범에 대해 고민했던 잔나비밴드에게는 대중적인 잣대에서 그들을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찾아간 신사동호랭이는 잔나비밴드에게 의외의 대답을 줬다.

“호랭이 형은 당연히 최고의 작곡가시니 아예 곡을 주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호랭이 형이 ‘너네는 그런 것 필요없어. 내가 건들면 안돼’라 말해주시는 거에요. 그 부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렇게 호랭이 형에게 부탁드리게 됐고 잔나비밴드의 방향성을 잡아주게 됐어요.”(정훈)
“호랭이 형은 동네 형같은 느낌이에요. 세상에서 그렇게 편안한 형은 처음이에요. 하하.”(도형)
“저는 연예인을 많이 보진 못했어요. 그런데 호랭이 형하면 유명인의 이미지가 강할 수도 있는데 뭔가 TV에 나오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형이란 느낌이 강했어요.”(영현)

신사동호랭이와 손을 잡고 새로운 걸음을 걸어가고 있는 잔나비밴드는 롤모델 또한 개성처럼 달랐다. 도형은 산울림, 정훈은 본 조비, 영현은 퀸을 들었다. 각각 다른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오랫동안 팬들과 함께 성숙한 음악을 하고 다른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그런 밴드라는 것이었다. 잔나비밴드는 음악에 대해서도 어린 나이와 달리 자신들의 생각이 확고했다.

“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노래가 세고 빠른 것이 아니라 발라드더라도 그 안에 느껴지는 힘이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도형)
“아직 어려서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도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 곡을 쓸 때 ‘슈퍼스타K5’에서 느끼고 온 감정을 쓴다던지 저희 또래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노래를 만들며 많은 분들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신나지 않더라도 좌절하는 친구들에게 힘이 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정훈)
“저도 힘이 되고 힘이 있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에너지를 어필하는 것도 밴드로서 첫 번째라 생각합니다.”(영현)

음악을 듣는 많은 이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는 잔나비밴드, 그들은 음악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고 그 공감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기특한 밴드였다. 동갑내기에 같은 동네에서 오랜 시간 알아온 그들은 이미 많은 공감대를 통해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이들에게 힘이 돼줄 준비를 마친 힘 넘치는 잔나비밴드는 미니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잔나비밴드의 힘찬 발걸음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글.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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