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3)
이선균 (3)
어머니의 장례식 날, 급한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향하던 형사 고건수는 아내의 이혼 통보, 갑작스러운 내사 소식 그리고 교통사고까지 연이은 ‘불행’과 마주한다. 하나를 해결했다 싶으면, 또 다른 사건이 고건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모면하기에 급급한 고건수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특히 고건수 역을 맡은 이선균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영화를 이끈다. 영화의 초반은 이선균의 원맨쇼에 가깝다. 이번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도드라졌다. 또 무엇보다 이선균은 고건수를 궁지로 몰아가는 박창민 역의 조진웅과 환상적인 ‘남남’ 호흡을 자랑했다. 특유의 달콤한 목소리는 없지만, 그 이상의 매력으로 대중을 파고든다.

Q. 먼저 칸 영화제 초청 축하한다. 이로써 베니스, 베를린 그리고 칸까지, 세계 3대 영화제를 다 경험하게 됐다. 물론 직접 칸에는 가지 않았지만. 여하튼 그 기분이 궁금하다. (인터뷰는 개봉 전 진행됐다.)
이선균 :
직접 가는 건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영화제를 위해 만든 영화도 아니었고, 정말 개봉 전에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처음에는 칸에 출품한다고 해서 의아했고, ‘감독주간’에 선정됐다고 해서 놀랐다. 우리 작품이 나쁘지 않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Q. ‘끝까지 간다’는 ‘영화 같은 영화’다. 영화적 쾌감이 상당한데, 직접 참여한 배우로서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
이선균 :
템포감이나 리듬감은 목적한 만큼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촬영할 때 과정도 ‘영화 현장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모든 현장이 같이 하는 건데, 이번에는 뭔가 좀 더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방금 ‘영화 같은 영화가 나왔다’고 했는데, 정말 좋은 말 같다. 영화 같은 과정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고,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이 아주 컸다.

Q.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전개되는 과정이 굉장히 탁월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나.
이선균 :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상황이 너무하다시피 궁지에 많이 몰리는데 그 궁지에 몰리는 긴장감과 그 긴장감 때문에 벌어지는 웃음의 장치들이 정말 재밌게 보였다. 원하는 방향으로 잘 찍으면 기존 한국영화에 없었던 묘한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다.

Q. 그런데 사실 시나리오대로 영화가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촬영하면서 앞서 말한 그 기대치가 충족됐나.
이선균 :
신뢰가 점점 쌓여갔던 것 같다. 배우들 간의 호흡, 감독님과 배우들 호흡 등이 유기적으로 잘 돌아갔다. 처음부터 잘 맞아떨어지진 않겠지만, 촬영이 진행될수록 믿음이 쌓여갔던 것 같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다 보니까 좋은 징조들이 많이 생겨났다. 고건수와 박창민이 만나는 저수지 장면이 촬영 회차로 따지면 중간 정도인데, 그때부터 뭔가 여러 가지 안정감을 찾았던 것 같다.

이선균 (6)
이선균 (6)
Q.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감독인데, 감독에 대한 신뢰는 처음부터 있었나.
이선균 :
처음에 감독님 만나서 대본에 대한 방향을 들었을 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좋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모인 거다. 또 소통할 때 있어 감독님은 일단 경청한다. 오랫동안 준비했기 때문에 독단적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굉장히 잘 들어준다. 그리고 판단이나 조절을 잘 해주셨다. 그러다 보니까 서로 간의 의견이 잘 통하는 현장이 됐던 것 같다. 즉, 선장 노릇을 잘한 것 같다. 모든 게 매끄럽게 잘 이뤄지고,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까 더 믿음이 생겨났다. 나중엔 배우들이 알아서 뭔가를 준비해 올 정도였다.

Q. 감독님은 어떤 사람인가.
이선균 :
차분한데 판단이 빠르다. 수렴할 것도 빨리하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도 확실하다. 운전을 정말 잘해준 것 같다.

Q. 그간 스스로 돋보이기보다 남을 돋보이게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이번엔 그 누구보다 이선균이 가장 돋보인다.
이선균 :
그건 캐릭터의 문제인 것 같다. (남을 돋보이게 하는) 탁월한 능력은 모르겠고, 포지션의 차이다. 하하. 축구에서도 골을 넣어야 할 선수가 있듯 배우도 각자의 역할이 있다. 예를 들어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류승룡은 남성의 마초적인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줘야 했고, 나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했다. 또 이번엔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조진웅이 나오기 전까지는 1인 극을 하는 것처럼 호흡을 하고 가야 한다. 또 절박한 상황에서 감정을 어떻게 잘 쌓을 것인지, 진웅이와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진웅이를 더 위협적으로 보이게 할 것인지 등을 많이 고민했고, 서로 연기에 대한 모니터를 많이 했다.

Q. 고건수를 연기하면서 악인이라 생각하고 연기한 건가. 분명 부패 경찰인데도 그 인물에 동화되고, 응원하게 된다.
이선균 :
악인이란 생각을 안 했다. 어느 정도 비리가 있지만, 고건수만 저지른 게 아니라 회계를 맡은 거다. 특별히 악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다만 응원하는 느낌이 들었던 건 궁지에 몰리는 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몰리지 않나. 그러니 안쓰러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상황이 이어진다.

Q. 또 한편으론 안쓰러움이나 불쌍함이 기본적인 바탕에 깔렸다.
이선균 :
이번엔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이 상황에 멋 부리면 누가 하더라도 현실적이지 않다. 형사물이고, 장르물의 주인공이라고 무게 잡는 게 싫었다. 액션도 감독님이 원하신 ‘막 싸움’이 옳다고 생각했다. 특히 시신 보관실에서는 긴장과 코미디를 같이 줘야 하는데, 뭔가 2% 부족한 맥가이버를 보여주고 싶었다. 절박하지만 뭔가 행동이 우스꽝스럽고, 그걸로 긴장되면서도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그게 포인트였다.

이선균 (2)
이선균 (2)
Q. 고건수는 계속 궁지에 몰리고, 그 상황에 맞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런 면에서 감정 잡기엔 조금 쉬웠을 것 같다.
이선균 :
아니다. 엄마 장례식부터 시작되는데 감정의 정도를 찾는 게 예민하게 다가왔다.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니까 처음 사건을 어떤 톤으로 잡느냐가 중요했다. 그래야 다음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상황이 안 좋다고 해서 너무 신경질 내고, 죄의식이 깊어지면 앞으로의 전개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되면서도 이완되게 보여줘야 했다. 또 상대배우와 호흡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더 어려웠다. ‘화차’ 때도 혼자 찾아가는 느낌이 있는데 그때도 그런 걸 많이 느꼈다. 감정에 너무 빠지다 보니 관객들이 피곤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고, 비슷한 감정인데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Q. 이제는 좀 때리는 것도 해야 할 텐데. 더욱이 이번엔 너무 얻어터진다.
이선균 :
나도 때리지 않나. 하하. 지난해 여름에 그 이야기를 하더라. 만식이 형이 “야! 남자 배우 중에 ‘군도’ ‘해적’ ‘명량’에 안 나오는 배우 없다”고. 그래서 “나 안 나온다. 이선균 빼고 다 나온다”며 웃기도 했다. ‘군도’ 스틸 이미지만 봐도 부럽긴 하다. 하하.

Q. 액션에 대한 로망이 있는 건가.
이선균 :
해보고 싶다. 멋있는 거. 그런 작품 들어오면 하겠지.

Q. 그나저나 이선균이 이렇게 왜소할지 몰랐다. 조진웅과 둘이 딱 서 있는데. 하하.
이선균 :
실제로 치고받고 하니까 안에 보호대 같은 걸 했다. 그래서 진웅이 몸이 더 커 보였던 것 같다.

Q. 거구의 조진웅과 맞붙는 액션이 많은데, 어렵진 않았나.
이선균 :
멍도 많이 들고. 나중에 갈비뼈에 실금도 갔다. 물론 대본에 워낙 디테일하게 묘사가 돼 있어서 충분한 각오가 돼 있었다. 화장실에서 맞붙는 신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12시간 만에 찍었다. 그 신은 대본에 정말 아프게 묘사가 돼 있었다. 거의 대역 없이 해야만 했으니까. 또 아파트 신은 나흘 동안 찍었는데 거의 마지막 회차였다. 그 장면은 진웅이랑 결승점을 향해서 전력질주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끝까지 전력 질주해서 도착한 다음에 부둥켜안은 느낌이었다.

이선균 (4)
이선균 (4)
Q. 조진웅과는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직접 해보니 어떤 배우던가.
이선균 :
원래 조진웅이란 배우를 매우 좋아했다. 훌륭한 배우다. 진웅이한테도 이야기했는데 정교한 4번 타자인 것 같다. 또 어떤 기자님이 ‘곰 같이 생겨서 뱀 같이 연기한다’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정말 그렇게 양면성을 다 지녔다. 좋은 배우다.

Q. 여배우와 멜로 연기를 할 때와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출 때 뭔가 다른 것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선균 :
일단 여배우와 할 때는 좀 더 섬세한 것들이 표현되는 것 같고, 그걸 더 요구한다. 그래서 더 집중하는 것 같고. 남자배우랑 할 땐 더 큰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그렇게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나온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승룡이 형과 할 때도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주고받음 때문에 또 다른 게 나올 때 즐겁다. 진웅이랑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Q. 여러 인터뷰에서 보니 흥행에 대한 기대도 큰 것 같다.
이선균 :
잘 됐으면 좋겠다. 시작할 때부터 부담이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많은 분량을 이끌어 가야 하고, 진웅이 나오기 전까지 혼자 책임져야 한다. 기존 영화보다 부담이 더 컸던 것도 있고, 동기부여도 됐고. 그래서 좀 더 특별한 것 같다. 또 이번 작업은 팀 분위기도 좋았고, 사람들을 많이 얻은 것 같다. 그렇다고 들떠있는 건 아니다. 다만 바람이라고 하면, ‘내 아내의 모든 것’ 때도 바로 전작인 ‘화차’ 보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내 아내의 모든 것’보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거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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