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 메인
임지연 메인
시작은 단 한 컷의 사진이었다. ‘인간중독’ 티저포스터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송승헌의 품안에 안겨있는 한 여배우로 인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인간중독’ 김대우 감독이 발굴해낸 새로운 얼굴, 종가흔 역의 임지연을 향한 대중의 호기심은 기이할 정도로 뜨겁다.

이제 막 스크린 앞에 선 이 여배우가 발휘하는 매력의 요체는 또래 여배우들과 노선을 달리하는 고전적인 외모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묘한 분위기다.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것 같은 여자, 어떤 일이 닥쳐도 결코 흥분하지 않고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일 것 같은 여자, 때론 야릇한 관능미로 상대를 쥐락펴락 할 것도 같은 여자의 이미지. 하나의 단어로 규정되길 거부하는 임지연의 얼굴은 앞으로 많은 감독들의 창작 욕구를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Q 이 인터뷰가 끝나면 바로 VIP 시사회에 간다고 들었다. 가족들도 올 텐데, 기자들에게 영화를 첫 공개할 때와 비교해서 어떤가.
임지연:언론시사회 때의 느낌이 떨림이었다면, 지금은 설렘인 것 같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나리오를 보시고는 “가슴 아픈데 너무 좋다”고 하셨다. 노출 수위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말씀드렸기 때문에 걱정 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김대우 감독님을 원체 좋아하신다. 아마, 나보다 영화에 대해 더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실 거다.

Q. 지금 어머니가 50? 50대가 바라보는 진평(송승헌)-가흔의 사랑과 20대가 바라보는 이들의 사랑은 다를 텐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다.
임지연: 일단 나는 결혼을 안 했잖아. 아이도 없고. 그런 부분에서 입장 차이가 있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기혼자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들이 있는 것 같다.

Q. 영화 특성 때문이겠지만, 홍보팀에서 한동안 당신을 꽁꽁 숨겨뒀다. 비밀스러운 여자로 사는 건 어떻던가.
임지연:하하하. 굉장히 묘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Q. 실제의 임지연도 비밀스러운 여자인가.
임지연: 나는 굉장히 털털한 스타일이다. 수다도 좋아하고. 반면 가흔이는 굉장히 여성스럽고 성숙하지 않나. 드러내지 않는 섹시함도 있고. 그래서 주위 친구들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신인 배우’ 등의 기사가 나올 때마다 “말도 안 된다”고 웃는다.(웃음)

Q. 아는지 모르겠는데, 카메라 각도에 따라 얼굴이 굉장히 달라 보인다.
임지연: 알고 있다. 단편영화 찍을 때 느꼈다. 앵글에 따라 조명에 따라 또 헤어스타일에 따라서도 얼굴이 굉장히 달라 보인다. 예쁘다 안 예쁘다는 떠나서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

Q. 자기 얼굴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네. 분위기가 뭐랄까. 고전적이다. 시대극에 출연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도 있을 테지만, 깎아내린 듯한 정석의 미녀가 아니라서 좋다. , 이거 칭찬이다.
임지연: 하하. 고전적이라는 말, 종종 듣는다. 중성적라는 얘기도 듣고. 나만의 색깔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Q 본인의 얼굴 중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드나.
임지연: 눈썹. 어릴 때 ‘송승헌 눈썹’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얘기를 하니까, 송승헌 선배님이 굉장히 웃으셨다.
임지연 33
임지연 33
Q. 영화에서와는 다르게, 실제 목소리는 또 중저음이다.
임지연: 허스키하다. 처음에는 이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다. ‘나는 왜 여성스럽고 고운 목소리가 아니지?’ 했다.(웃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나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매력 맞다. 스칼렛 요한슨도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이잖나. 얼마 전,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그녀’(her)에서 목소리 연기만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임지연: 스칼렛 요한슨, 좋아하는 배우다.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목소리에 더 자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Q. 아까 가흔을 두고 여성스럽고 성숙하다고 했는데, 내가 느낀 가흔은 굉장히 도발적인 여자였다. 남편의 상사에게 귀걸이를 걸어 달라고 할 때의 눈빛에서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싶었거든. 그런 대범함이 당신에게도 있는 것 같다. 듣자하니, 지금 소속사에 프로필을 들고 무작정 찾아갔었다고.
임지연: 진취적인 편이다. 차분하다는 얘기도 자주 듣는데, 그 부부에 있어서는 가흔과 많이 닮은 것 같다. ‘되면 하는 거고, 안 되면 할 수 없지’ 하는 대범함이 내 안에 있다. 타인의 말이나 주변 분위기에 크게 흔들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소속사의 경우,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갔었다. 단편영화를 찍다보니 연기에 욕심이 났다. 더 많은 경험을 하려면 소속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그런 대범함은 어디에서 온 건가.
임지연: 글쎄. 배우로서의 자의식이라고 해야 하나.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자의식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노출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왕 하는 거, 잘 하자’라는 생각이 컸지, 큰 부담은 없었다.

Q. 연기 외에 일상에서 내가 대범하구나, 느꼈던 적은?
임지연: 항상 대범했던 것 같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엄마가 무대예술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그런 엄마 손을 잡고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러 다니곤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배우의 꿈을 키웠다. 어릴 때 본 공연 중에 뮤지컬 ‘캣츠’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캣츠’를 보고 온 날 ‘나도 고양이가 되고 싶다,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Q. 혹시 부모님이 예술 쪽에?
임지연: 그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예중·예고에 가겠다고 했을 때 심하게 반대하셨다. 당신들의 딸이 배우가 된다는 것에 걱정이 많으셨던 거다. 부모님 반대에 결국 인문계 고등학교를 갔는데, 대학만큼은 안 되겠더라. 원하는 곳에 가서 원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그렇게 한예종(09학번) 입시를 준비했고, 운 좋게 합격을 했다.

Q. ‘2의 김고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데, ‘은교김고은과는 동문이다.
임지연: 고은이는 한 학번 후배이자, 친한 동생이다. 한 학번 차이밖에 안 나기 때문에 수업도 같이 들었다. 만나면 무슨 얘기 하냐고? 평범한 여대생들처럼 수다 떨기 바쁘다. 작품을 두고 토론하거나, 진중하게 얘기하지는 않는다. 하하하.

Q. 연극원 소속인데, 단편영화를 많이 찍었다고.
임지연: 수업이 연극 연기 위주다 보니, 카메라 연기가 하고 싶었다. 영화를 하고 싶었기에 영상원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단편영화에 출연했다. 한 학기에 두 세편씩 출연했던 것 같다.
임지연 2
임지연 2
Q. 출연작 중에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도 있나.
임지연: 꽤 있다. ‘9월이 지나면’의 경우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고… (Q. 혹시 제주영화제, 아시아나영화제에 출품됐던 작품?) 맞다. 거기 여주인공이었다. 선배 과제 훔치는 여학생. (Q. 그 영화를 봤는데, 몰라봤다. 진짜 카메라 앵글에 따라 달라 보이는 얼굴이네. 어쨌든, 갑자기 반가운 기분이 든다.) 하하하.

Q. 단편영화를 많이 찍었다는 것은, 많은 예비감독들과 작업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신에겐 재산이 많은 셈이다.
임지연:맞다. 단편 영화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웠다. 당시에는 그 시간들이 힘겹기도 했다. 학생영화라 열악할 부분들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이번 ‘인간중독’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 그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번 영화를 하는데 많이 헤맸을 거다.

Q. 처음 인간중독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점을 한 문장이나 단어로 표현해 볼 수 있을까.
임지연: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 정도로 (당신을) 사랑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가흔이 진평에게 얘기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다. 자신의 우주라고 생각하는 남자에게 그런 얘기를 하는 가흔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Q. 그렇다면 영화를 본 후에 느낀 점을 역시 한 문장이나 단어로 표현한다면.
임지연: ‘중독’이라는 단어에 박혔던 것 같다. ‘중독이 뭘까’ 라는 생각을 했다.

Q. 답은 찾았나? 중독은 뭘까.
임지연: 견딜 수 없는 거. 그 사람이 없으면 견딜 수 없고, 숨을 쉴 수 없는 거. 꿈에서도 보고 싶은 거. 사람들이 ‘인간중독’을 보고, ‘나도 이런 사랑 한번 해 볼 수 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Q. 영화에서 진평은 사랑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다. 무서울 정도로. 그런 사랑, 실제로 받으면 어떨 것 같나.
임지연: 여자라면 한 번쯤 받아보고 싶지 않을까 싶다. 물론, 조금 무서울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가흔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 했던 입장에서, 중독된 사랑을 경험해 보고 싶다.

Q.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독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임지연:끝이 있을까? 무한대다. 어떤 사람에게 중독되면, 나조차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진평과 가흔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나름 가슴 아픈 사랑을 해 본 기억이 있다. 그때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봤던 것 같다.

Q. 나도 모르던 나를 발견했을 때, 어땠나.
임지연: 당혹스럽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내 모습이 설레기도 했고.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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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당신은 90년생이다. 이렇게 말하면 송승헌 씨에게 살짝 미안한데, 송승헌 씨는 90년대 청춘스타잖아.(일동 웃음) 90년대의 송승헌, 90년대의 스톰 청바지혹시 아나?
임지연: 하하하.스톰은 모르겠고, ‘남자 셋 여자 셋’에 나왔던 송승헌 선배님은 기억한다. 굉장히 어렸을 때인데, 그 시트콤은 이상하게 기억이 난다. 그러고 뒤늦게 깨달았는데, 내가 선배님이 나왔던 드라마는 거의 다 봤더라. ‘가을동화’부터 ‘에덴의 동쪽’ 최근 ‘남자가 사랑할 때’까지. 그래서 송승헌 선배님과 함께 출연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설레고 좋았다.

Q. 90년대 친구들에게 송승헌이라는 배우는 어떤 이미지일까 궁금했다.
임지연: 일단 외모가 워낙 출중하시잖아. 송승헌 선배님은 굉장히섬세하시다. 뭔가에 집중할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가흔이 된 것 마냥 설레기도 했다. 대중에게 살짝 무뚝뚝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알고 보면 굉장히 자상하시다. 드러내지 않은 자상함이랄까. 온 몸으로 표현하는 (온)주완이 오빠와는 달리. 하하하.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촬영하는데 큰 힘이 됐다. 특히 선배님 특유의 농담은 나에게 비타민이였다. 힘들 때 선배님 농담을 들으면 정신이 번쩍 들곤 했다.

Q. 막 데뷔작을 찍었지만, 여배우에게 어떤 게 중요한지 생각해본 적 있나.
임지연: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여배우는 단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뚝심이 필요한 것 같다.

Q. 왜 그렇게 생각하나. 여배우는 쉽게 흔들리는 존재라고 보나.
임지연:비단 여배우만이 아니라, 쉽게 흔들릴 수 있고 쉽게 나약해 질 수 있는 게 배우라고 본다. 다양한 인물들로 살아가는 게 배우니까.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들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강한 정신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단단한 배우가 되고 싶다.

Q. 단단해지기 위해 필요한 게 뭘까.
임지연:아직은 잘 모르겠다. 앞으로 열심히 찾아봐야지.

Q. 오늘 중독에 관한 얘기를 적지 않게 했는데, 임지연이 현재 중독돼 있는 건 뭔가.
임지연: 지금은 온전히 ‘인간중독’이다. 지금은 영화 생각밖에 없다. 첫 영화인만큼 정말 열심히 했다. 그만큼 절실하기도 했고.

Q. 올해 연말에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임지연: 글쎄.음…

Q. 혹시, 시상식?
임지연: 시상식?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시상식이라…와~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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