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아이돌’ 보컬코치 데이브 스트라우드
‘아메리칸 아이돌’ 보컬코치 데이브 스트라우드
‘아메리칸 아이돌’ 보컬코치 데이브 스트라우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어디서 저렇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거야!’ 친구들과 노래방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완벽한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하며 감동을 주는 친구는 드물다. 모두 어설픈 바이브레이션으로 흉내내기 바쁘다. 오죽하면 남자들이 부르는 노래방 애창곡 1위인 임재범 ‘고해’가 여자들이 싫어하는 노래방 애창곡 1위일까. 명곡을 멋있게 부르면 최고의 음악이 되지만, 못 부르면 최악의 고통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대한 동경도 크다.

얼마 전 미국 유명 가수 아담 램버트의 스승이자 미국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보컬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브 스트라우드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크게 반가웠다. 6년 만에 한국을 두 번째로 방문한 그는 그가 만든 보컬트레이닝 어플리케이션 ‘보컬라이즈 유(Vocalize U)’의 한국어 버전을 선보이기 위해 텐아시아에 찾아왔다. 국제적인 보컬트레이너의 방문 소식에 노래방 고음불가의 대명사인 기자가 일말의 희망을 품고 그에게 다가갔다. 데이브에게 수줍게 코칭을 요청했다. “음치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나요?”

※ 독자의 청력 건강을 위해 녹음된 파일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흔쾌히 코칭을 수락한 데이브는 가장 먼저 “왜 노래를 잘 부르려고 하는가?”라고 물었다. 무언가를 배우고자 할 때 동기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이는 비단 노래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기자가 “노래방을 평정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자 데이브는 바로 해답을 내놓는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노래를 찾아라.” 즉, 노래방 18번을 찾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본격 코칭을 위해 데이브는 기자에게 노래 한 소절을 요청했다. 기자는 데이브가 미국인임을 고려하고, 유행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감히 영화 ‘겨울왕국’ OST인 ‘렛잇고(Let it go)’를 선정했다. (죄송합니다) 경상도 억양이 섞인 영어 발음으로 (게다가 무반주로) ‘렛잇고~ 렛잇고~ 캔 홀드 잇 백 애니모어~ 렛잇고 렛잇고 턴 어웨이 앤 슬램 더 도어, 아이 돈 케어, 왓 데이 고잉 투 세이, 렛 더 스톱 래이지 온~~(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more, Let it go, let it go, Turn away and slam the door, I don’t care what they’re going to say, Let the storm rage on)’을 시전했다. 그러자 고맙게도 데이브가 박수를 쳐줬다.

데이브는 기자의 노래에 대해 “노래를 하면서 두성을 쓸 때 목소리가 조이는 느낌이 있다”며 “스케일이 커질수록 소리를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즉석에서 진단을 내렸다. 역시! 이어 그는 ‘보컬라이즈 유’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발성 연습을 지도했다. ‘보컬라이즈 유’ 어플리케이션에는 피아노 건반이 함께 있어 실제 피아노가 없어도 발성이나 음정 지도가 가능하다. 데이브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기자에게 맞는 음역대를 선택했다. 이어 흔히 발성 지도를 할 때 쓰는 방법인 ‘아아아아아아아아아(도레미파솔파미레도)’를 ‘보’라는 발음으로 해볼 것을 지도했다. ‘보’를 발음하게 되면 입 안에서 밖으로 공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그것을 조금 더 과장시켜 ‘포~’라고 발음하듯이 발성연습을 하면 효과가 있다. (사실, 이때 단순히 ‘도레미파솔파미레도’ 박자가 아니고, 조금 더 구체적인 박자가 있었지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후 데이브는 똑같은 방식으로 ‘바’로 발음을 바꿔 발성 연습을 지도했다. 이런 식으로 연습을 하다보면 자신이 익힌 발성을 노래 가사를 부르면서도 적용할 수 있다. 오늘의 코칭은 속성으로 이뤄졌지만, ‘보컬라이즈 유’에는 발음별로 발성 연습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다음 단계는 장르를 적용하는 것이다. 팝, 클래식, 재즈, 록 등 장르에 따라서 창법이 다르듯이 자신한테 맞는 장르를 찾아야 한다. 이는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만약 록이 자신의 장르라면, 목에 살짝 긁는 소리를 내 가사에 적용시킨다든지 다른 방식의 발성 연습도 필요하다.

보컬 트레이닝 현장
보컬 트레이닝 현장
보컬 트레이닝 현장

데이브를 따라 ‘보’, ‘바’를 활용한 발성을 해보니 음역대가 점점 높아지는데도 목소리가 조이지 않고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성량에서도 차이가 났다.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렛잇고’를 부르는데 아까보다 자신감이 곁든 목소리가 콘서트를 방불케 하진 않았지만, 즐거움이 커졌다.

코칭을 받으면서 느꼈던 점은 아무리 음치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연습과 더불어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렛잇고’를 불렀을 때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안 떨리던 음이 더 떨렸고,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라는 마음에 주눅도 들었다. 그런데 발성 연습을 통해서 점점 다른 사람 앞에 노래 부르는 게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자신감도 함께 생겼다. 덩달아 노래 소리는 더 커졌다. 데이브도 “자신감과 연습이 최고의 실력”이라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데이브는 노래방에서 명심해야 할 팁 3가지를 꼽았다.

1. 노래방 음주가무, 즐거움은 최고? 목 건강은 최악!
2. 노래방 리모콘 속 음정 조절 버튼을 적극 사용하라.
3. 너무 오래 하지 마라.

데이브는 한국 사람들의 노래방 문화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한국 회식 문화의 꽃인 노래방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노래와 음주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다”며 목을 상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술을 안 먹을 순 없기 때문에 술을 마시되 더 많은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전하며 대신 담배를 절대 금물이라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음정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노래방에 있는 음정 조절 버튼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냥 흘러나오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데이브는 “자신에게 맞는 키를 찾아 노래하는 것이 노래를 잘하는 비법”이라며 사람마다 음역대가 다르기 때문에 노래방에서 노래를 제대로 즐기려면 음정 조절 버튼을 적극 사용하라고 전했다.

세 번째는 오래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노래방 고수에게 노래방 추가 시간 서비스는 필수 아이템. 서비스가 후한 일부 노래방에서는 노래방 이용자와 사장님의 ‘서비스 시간이 남느냐 내가 남느냐’ 배틀이 벌어지기도 한다. 기자도 이날의 보컬 트레이닝을 위해 전날 노래방에서 3시간여의 사투를 벌였다. 이 말을 들은 데이브는 “노래도 목 근육을 쓰는 것”이라며 “헬스 클럽에서 3시간 동안 운동하는 것이나 같다”고 무리한 근육 사용은 목에도 안 좋다고 전했다.

노래도 배웠으니 텐아시아도 ‘렛잇고’ 커버를 해볼까요?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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