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SBS ‘닥터 이방인’에서 남에서 태어나 북에서 자란 천재 흉부외과의 박훈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이종석, MBC ‘개과천선’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변호사 김석주 역을 맡은 명배우 김명민, tvN ‘갑동이’에서 갑동이를 잡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형사 하무염을 연기하고 있는 윤상현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지녔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파헤치거나 범인을 쫓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소화한다.

# 이종석, 상처받고 아파할수록 매력적이니 어쩌지

SBS ‘닥터 이방인’ 에서 박훈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종석
SBS ‘닥터 이방인’ 에서 박훈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종석
SBS ‘닥터 이방인’ 에서 박훈 역을 맡아 폭발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종석

SBS ‘닥터 이방인’에서 박훈 역을 맡은 이종석. 매번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작품을 완성해내는 그는 이번에도 또 한 번의 성장을 예고했다. 단 2화 방송만으로 멜로, 액션, 첩보, 코믹 등 극에 등장하는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도 가능함을 증명한 것이다. 또한, 예전부터 그는 인물의 절실하고 위태로운 심리 상태를 묘사하거나, 감정을 끝까지 끌어올려 한 번에 터뜨려야 하는 신에서 두각을 나타냈는데, ‘닥터 이방인’에서 그는 이 부분에 있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1화에서 아버지에게 그간 자신이 저질러온 비윤리적인 일을 고백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살려야겠다고 감정을 토해내던 장면이 바로 그 증거. 능숙하게 감정을 쥐었다 폈다 완급 조절을 해나가다 심장이 찢겨 나갈 것 같은 극도의 고통으로 발전시켰다. 감정이 고조되어 순간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버렸을 때 등장한 비통한 눈빛과 목소리, 이건 이종석의 모습이 아닌,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과거를 보내온 극중 인물 박훈의 인생 그 자체였다.

# 명민 아저씨, 기억상실 연기도 역시 급이 달라요

MBC ‘개과천선’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변호사 김석주 역을 맡은 김명민
MBC ‘개과천선’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변호사 김석주 역을 맡은 김명민
MBC ‘개과천선’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변호사 김석주 역을 맡은 김명민

MBC ‘개과천선’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변호사 김석주 역을 맡은 김명민은 전작들의 연장선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3화부터 기억상실증에 걸린 반전 캐릭터를 선보이며 이런 생각을 말끔히 날려버렸다. 냉철한 눈빛 대신 드라마를 보는 멍한 눈빛이 등장하고, 이전의 석주에게선 결코 찾아보기 힘든 요염하고 섬세한 자태도 묘사된다. 딱딱하고 차갑기만 하던 말투 역시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릿하고 편안하게 바뀌었다. 특히, 그를 찾아온 대표(김상중)와 인턴(박민영)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인 양 쳐다보며 병실로 들어가던 신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디테일한 연기가 돋보였던 부분이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황과 예전과는 180도 달라진 성격이 동시에 표현됐으며, 눈빛에 서려있던 묘한 장난기는 변화될 그의 모습에 대해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건, 자신의 이름을 “명남이에요, 제가. 무명남이요”라고 말하며 이를 드러내 실없이 웃던 모습. 힘을 뺀 그의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러운지 잘 드러났다.

# 윤상현, 그 선한 눈에 눈물 고이면 너무 슬퍼

tvN ‘갑동이’에서 열혈형사 하무염을 통해 감성 연기를 선보인 윤상현
tvN ‘갑동이’에서 열혈형사 하무염을 통해 감성 연기를 선보인 윤상현
tvN ‘갑동이’에서 열혈형사 하무염을 통해 감성 연기를 선보인 윤상현

윤상현이 드디어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tvN ‘갑동이’에서 연쇄살인마 갑동이와 카피캣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하무염 역을 맡은 그에게선 매회 필요 이상의 분노만 보였다. 수렴 없이 발산만 하던 모습에 그가 묘사하는 감정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던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난 10일에 방송된 8화에서 그가 왜 그렇게 미치도록 갑동이를 잡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물오른 연기를 통해 드러났다. 자신의 아버지가 갑동이로 몰려 죽게 된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형사로서의 직업의식, 과거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그를 움직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탄 연쇄 살인 사건’의 5차 피해자인 여고생이 살해당한 현장 사진을 보던 그는 이전과는 다르게 피해자에게 감정 이입한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여고생의 환영과 맞닥뜨렸을 때 뜨겁게 눈물 흘리며 손을 뻗던 연기는 하무염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와 ‘갑동이’ 속에서 확고히 자리잡아 갈 그의 존재감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했던 시점에 등장한 적절하고도 탁월한 연기였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제공. MBC, 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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