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당일 철수 준비를 하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 당일 철수 준비를 하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공연 당일 철수 준비를 하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안타까운 일들로 공연들이 모두 취소 혹은 연기 되고, 나에겐 수입이 없다. 음악만 해서 그렇다. 음악 외에 다른 일을 못하는 나에겐 가혹한 상황이다. 알바 사이트를 뒤져 봐야겠다.”(한 음악인이 SNS에 올린 글)

최근 세월호 침몰로 인해 온 국민이 침통함에 빠지면서 음악 콘서트, 페스티벌들이 연기 및 취소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월드 DJ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는 연기됐고,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전격 취소됐다. 이런 비통한 상황에 과연 예정된 음악 공연을 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는 음악인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하지만 최근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뷰민라)가 공연장 고양아람누리를 대관해준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개최 하루 전에 취소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 대중음악이 홀대받고 있다는 것이다.

‘뷰민라’를 진행한 ㈜마스터플랜프로덕션(이하 마스터플랜) 측은 행사 개최 하루 전인 25일 금요일에 고양문화재단으로부터 공연 취소와 관련한 공문을 전달받았다. 이로써 ‘뷰민라’ 측은 공연 당일인 26일에 미리 세팅을 하고 리허설까지 마친 무대를 해체시켜야 했다. 마스터플랜 측은 이달 1월부터 본격적으로 ‘뷰민라’ 개최를 준비해왔다. 마스터플랜 관계자는 “현장에만 투여되는 인력은 약 200명이다. 그 외에 무대 설치 및 음향 등 협력업체까지 따지면 이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뷰민라’를 준비해왔는데 그 노력이 물거품이 돼버렸다”라고 전했다. ‘뷰민라’에서 공연하기로 한 약 60여 팀의 뮤지션이 설 무대를 잃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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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양문화재단의 취소 통보 정치인들의 등살에 휘둘린 결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취소 통보가 나기 전인 25일 오전 백성운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최성 시장, 세월호 통곡 속에 풍악놀이 웬말인가!’라는 제목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서 백 후보는 “이번 고양시 등의 음악페스티벌 강행은 분통을 넘어서 안쓰러운 반상식적이고, 반시민적인 폭거라고 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라며 “고양시와 문화재단은 세월호 통곡 속에서 맥주를 마시며 온 몸을 들썩거리게 하는 음악페스티벌과 관련, 100만 고양시민들께 정중히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성명을 나온 뒤 백 후보는 최근 총동문회 행사장에 참석해서 막걸리를 마시고 명함을 돌리며 물의를 빚은 일이 다시 도마 위로 오르며 SNS 상에서 강한 비난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글에는 강한 선율의 인디밴드 50개 팀이라고 나와 있는데 그렇지 않은 팀이 대다수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단어를 사용한 건지 궁금하다”라며 “진짜로 ‘뷰민라’ 진행이 슬퍼서 멈추고 싶었다면 공연 하루 전이 아니라 진작 이런 성명을 올렸어야 한다. 그런데 왜 취소하기도 어려운 4월 25일일까? 자신의 경쟁자인 현 고양시장 최성의 목을 조르기 위함”이라고 일갈했다. 즉,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 애꿎은 음악페스티벌 개최를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민감한 때에 말이다.

가장 답답한 건 뮤지션 당사자들이다. 데이브레이크의 이원석은 25일 트위터에 “그 어떤 공연보다도 많이 고민하며 준비했던 뷰민라2014, 서로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저 가벼운 딴따라질로 치부되어지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 한 곡, 한 곡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싶었다, 오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주최측, 뮤지션, 관객을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로 만드는 이 선택이 옳은 것일까”라며 씁쓸한 심정을 토했다.

뮤지션들만이 아니다. 콘서트를 준비하는 기획사 및 협력업체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음향, 조명 렌탈 업체들은 5월이 피크다. 우리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데 모든 공연을 취소시키면 어쩌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음악공연을 위안이 아닌 향락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가수 김C는 26일 트위터에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음악으로 위로 받아본 적 없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음악은 흥 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한 관계자는 “9·11때 쉬지 않고 이어지던 미국방송의 추모공연이 떠오른다. 세월호 구조작업이 끝날 때까지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쉬지 않고 이어지는 추모음악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선 오히려 비난만 받을 것 같다”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음악평론가 김성환 씨는 “공연이란, 페스티벌이란 개최가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항상 돌발 변수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뷰민라’의 취소사건과 같이 관청의 강제적 집행과 그것을 이끈 정치인들의 발언은 그들이 한국의 문화 예술, 특히 대중음악이 갖는 다양한 기능을 과연 제대로 이해는 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음악을 ‘풍악’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사고를 갖고는 진정한 한 나라의 문화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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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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