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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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한다” 진영이 의상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사진기자가 감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그랬다.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이 연기 경력의 전부였지만, 그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기민하게 반응했고 유연하게 움직였다. 표정도 자유자재. 어딘가에 ‘표정 무한 변신’이라는 버튼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무엇 하나를 요구하면 둘, 셋, 아니 그 이상을 선보였다.
애초에 진영의 콘셉트는 ‘꽃의 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 하나만으로도 그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세트와 소품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의상 역시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다는 올 화이트로 가기로 결정. 한마음 한뜻으로 “진영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했던,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콘셉트를 이번 기회를 통해 해볼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큐피드, 나른한 섹시 고양이, 장난꾸러기 소년 등 다양한 이미지를 색칠할 수 있는 하얀 도화지 같았던 진영의 매력에 빠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가수 앞에서 노래 불러 본 건 처음이야
이렇게 노래를 흥얼거려 본 적이 없었다. 보통 노랫말에 대해 이야기 하더라도 대화의 일부처럼 스치듯 말하며 지나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진영과의 인터뷰에서는 (가수가 눈앞에 있는데도) 노래를 작게나마 따라 부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곡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이 노래 아세요?” “이 노래 들어보셨어요?”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아무래도 그 질문에 대해 ‘알고 있다’는 확실한 대답을 해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진영의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성향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잠시나마 내게 옮겨져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영은 가사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짧게나마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 함께 따라 불렀던 건 꽤 민망하면서도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 하얀 박스 위에 앉은 아름다운 진영
첫 촬영에서 사용한 소품이라고는 하얀색 박스뿐이었다. 벽도, 소품도, 온통 하얀색인 이 공간에 우주 미남을 데려다 놓는다 해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만 같았지만 이게 웬걸. 진영이 등장한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귀여운 핫도그 모양의 실내화를 신고 다녔던 그가 실내화를 벗고 촬영에 들어가자 표정부터 바뀌었다.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달라 하니 셔터 소리에 맞춰 한 번도 같은 표정 없이 다양한 얼굴을 내보였다. 특히 그의 변신이 놀라웠던 순간은 상자 위에 올라가 앉았을 때다. 박스 위에 올라앉은 그는 세상의 모든 미사여구를 끌어안은 채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몸에도 언어가 존재함을 증명했다. 가장 길게 진행된 이 촬영이 끝난 후 사진기자는 “진영은 정말 다른 거(소품) 다 필요 없다”라며 감탄했다.

# 봄날의 나른한 고양이처럼 앙큼하게
사다리를 놓고 했을 때에는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가 꼭대기에 앉기도 했고 중간에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기도 했다. 여러모로 연기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이때 진영의 또 다른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하얀색 앙고라를 입고 등장한 터라 보들보들한 털을 지닌 동물이 연상되던 터였다. 사다리를 놓고 장난을 치던 모습에선 고양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독특한 눈매와 갸름한 얼굴형도 이런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켰다. 그가 지닌 외적인 조건 또한 촬영에서 큰 시너지를 내 주었다.

# 쉬지 않고 점프, 점프 또 점프
편안한 티셔츠를 입었을 땐 왠지 모르게 반항적인 느낌도 묻어 나왔다. 의상, 헤어, 메이크업이 조화를 이뤄 그의 분위기를 완성시켰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옷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바꿔가는 그의 모습이었다. 옷의 소재, 질감에 따라 연기의 질감도 달라졌다. 보드랍다가도 거칠게, 변했다. 이 촬영에선 진영이 연속해서 점프를 하기도 했다. 카메라와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점프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맨발로 맨바닥 위를. 힘든 촬영인 걸 안 사진기자가 멋쩍은 웃음으로 “한 번만 더 갈게요”라고 말했는데, 그는 힘들다거나 쉬었다 가거나 하자는 식의 뉘앙스를 한 번도 내비치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이 해내야 할 것들을 끝까지 해내는 남자였다.

# 바닥 엄청 차가운데, 괜찮아요?
촬영 현장에 함께 있던 남자 사진기자가 여러 가지 포즈를 먼저 취하며 진영이 위치해야 할 자리나 여러 가지 사항들을 체크했다. 마지막에 진행된 셔츠 촬영에선 바닥에 눕는 신을 시범적으로 연출해봤다. 시범이 끝난 뒤, 바닥이 엄청 차갑다며 여기에 진영이 누울 수 있겠느냐고 걱정 어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의상을 갈아입은 진영이 다시 돌아왔고 촬영을 진행한 사진기자가 누워 달라 요청했다. 진영은 “이 방향으로 누울까요?”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바닥에 누웠다. 촬영을 지켜보던 남자 사진기자는 “진짜 차가울 텐데…” 라며 내내 걱정이었다. 결국, 스태프 한 명에게 등에 댈 만한 수건 같은 것이 없느냐 물어 티셔츠를 챙겨 왔다. 진영에게 바닥이 너무 차가우니 이거라도 대라고 말하자, “어, 괜찮은데”라는 쿨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촬영에 몰두했다. 진정한 프로였다.

[인터뷰 번외편 - 로맨틱 보이]
Q.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던데, 최근에 본 작품은 뭔가?
진영 : ‘남자가 사랑할 때’. VOD로 봤는데, 진짜 재밌더라!

Q.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굉장히 감명 깊게 보지 않았나. 그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나 보다.
진영 : 맞다. 예전에는 SF 영화처럼 웅장한 느낌이 나는 걸 좋아했는데,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보고 나서부터 사랑 얘기에 빠졌다. 그 영화 보고 나선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은 다 찾아본 것 같다. 그때부터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기도 했고.

Q. 이런, 영화가 사람 다 버린다! (웃음) 현실적이지 않잖아.
진영 :
그러니깐 말이다. 아…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래도 누구나 꿈꾸는 거니깐. 영화 같은 사랑이어도 새드 엔딩은 안 된다. 무조건 해피로!

Q. ‘남자가 사랑할 때’도 인상적이었나? 나중에 한 번 봐야겠다.
진영 : 황정민 선배님이 조폭으로 나오는데 (영화 줄거리 설명 중) 엄~청 멋있다. 나중에… 아… 결말은 말하면 안 되겠구나. 보실 거니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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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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