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좌), 이용원(옐로우 몬스터즈)
이승환(좌), 이용원(옐로우 몬스터즈)
이승환(좌), 이용원(옐로우 몬스터즈)

30일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열린 ‘몬스터즈 락쇼’에서는 관객들이 이승환의 신곡 ‘폴 투 플라이(Fall To Fly)’를 합창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옐로우 몬스터즈, 내귀에 도청장치, 일본 인디 신의 실력파 밴드 로코프랑크가 함께하는 합동공연에 이승환이 함께 한 것. 이승환이 후배들의 홍대 클럽 공연에 함께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앨범 프로모션 준비에 한창이었던 지난 달 21일에는 기타리스트 이현석의 20주년 기념앨범 콘서트가 열린 롤링홀을 찾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다른 가수들이면 컴백 기간에 방송국을 도느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 이승환은 공연장을 찾느라 바빴다.

이승환은 오는 4일 비틀즈 트리뷰트 밴드 타틀즈의 공연에 게스트로 나갈 예정이다. 정규 11집 ‘폴 투 플라이’는 3년간 1,820시간을 들여 녹음했고, 순수 녹음 비용만 3억8,000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새 앨범에 투자한 금액이 큰 만큼 공중파에 집중하는 것이 음반 판매를 위해 더 좋은 일 아닐까? 이승환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실제로 그는 컴백하는 중견 가수들의 단골 프로그램인 JTBC ‘히든싱어’ 섭외를 거절한 바 있다. “‘히든싱어’ 측에서 예우를 갖춰 제안을 했다. 난 밴드를 말했다. 내 정체성은 밴드니까. 그런데 MR을 제작해주겠다고 하더라. 난 MR을 쓰지 않아서 우리 녹음실에 ‘천일동안’ MR도 없다”라고 이승환은 말했다.

이승환은 ‘폴 투 플라이(Fall To Fly)’ 발매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근황을 솔직하게 말했다. 그 근황에는 막대한 물량을 투자한 전작 ‘드리마이저(Dreamizer)’가 비참하게 망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다른 가수들이라면 숨기고 싶을 법한 내용이지만 이승환은 솔직했다. 허나 이승환의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자존심, 그리고 좋은 음악에 대한 열망은 변함이 없다.

이승환은 1995년 발표한 정규 4집 ‘휴먼’(Human) 앨범부터 데이비드 켐벨 등 최정상급 뮤지션들과 작업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에 ‘한국에서 온 왕자가 돈을 뿌리고 다닌다. 한국에서 석유가 나느냐’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엄청나게 투자를 했고, 이는 국내 음반 퀄리티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로 이어졌다. 이번 앨범 역시 음향의 퀄리티 면에서 최근 국내 음반 중 최고라 할 만하다.

이러한 음악적 고집에 대한 팬들의 화답일까? 3월 26일 발매된 ‘폴 투 플라이’는 발매 첫 주 교보문고 핫트랙스를 비롯해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등주요 음반매장에서 판매율 1위 점령하는 저력을 보였다. 신나라에서는 일시적으로 앨범이 품절되기도 했다. 소속사 드림팩토리 측은 “음반시장이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 아이돌 가수가 아닌 뮤지션의 앨범이 음반차트에서 선전하는 것은 소장가치가 높은 앨범에 대한 음악팬들의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이승환의 앨범을 통해 좋은 음반이 대중들의 사랑받을 수 있고 뮤지션들이 자신의 앨범 작업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우리 대중음악 환경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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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음악적 고집은 이소라가 6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8집 ‘8’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31일 오후 서울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열린 프리미엄 음악 감상회 ‘미리 봄’에서 들어본 새 앨범 ‘8’의 곡들은 기존의 이소라의 이미지를 깨트리는 음악들이었다. 이번 앨범에 기존 팬들이 좋아했던 이소라의 발라드는 듣기 힘들다. 대신 이소라가 새롭게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정지찬, 이한철, 김민규, 정순용, 임헌일, 정준일, 이상민, 정재일 등의 조력자들의 힘과 합쳐져 탁월한 음악으로 발현됐다.

이소라의 새 앨범 ‘8’에서는 강렬한 록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이소라 개인적 취향만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이소라(보컬)-임헌일(기타)-정재일(베이스)-이상민(드럼)-정준일(건반)의 5인조 록밴드(이소라 밴드?)의 음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이는 그저 록에 도전하고자 하는 열망을 넘어서 이소라가 아티스트로써 자신이 하고자 하는 스타일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리라. 이러한 변신에 대해 정지찬은 “이소라가 어느 날 나에게 기타를 알려달라고 하더라”라며 “이소라 예전 음악이 피아노 위주의 발라드였다면, 점점 기타가 강조된 밴드음악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소라는 ‘8’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부각되기 보다는 전체적인 음악에 집중했다. “이소라는 본인이 작곡을 하지 않으면서 앨범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라는 이한철의 말처럼, 이소라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면서 앨범의 완성도를 고민한 결과물인 것이다.

정지찬은 “이소라의 음악은 멈추지 않고 점점 다른 형태로 바뀌어 간다. 많은 이들이 예전 스타일을 그리워할 수 있겠지만, 이소라가 새롭게 추구하는 음악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고집’이 대중성을 고려한 ‘타협’보다 더 상업적으로 히트한 경우는 별로 없다. 오는 8일 신보 발매를 앞둔 이소라는 대중의 앞에 나서기보다는 가사와 악보를 미리 공개하는 등 음악 자체를 선보이려는 이색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음악을 보여주려는 시도인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이소라의 낯선 음악을 대중에게 전하는 효과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음악적 고집이 상업적 히트로 이어지는 사례는 수많은 음악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나비효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드림팩토리, 포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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