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메인 수정
김연아 메인 수정
2009년 3월 29일은 여자 피겨 역사상 첫 200점대 점수가 탄생한 날이다. 기록의 주인공은 김연아. 사람들은 김연아가 정점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틀렸다. 1년 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는 또 한 번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자신의 기량을 은반위에 녹였다. 그녀의 마지막 공식무대가 펼쳐질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계를 가늠할 수 없는 이 천재 스케이터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전성기를 걷고 있는 김연아의 선전을 기원하며 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살펴봤다. 언젠가 김연아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1사랑은머무는곳에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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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을 소재로 한 영화의 가장 큰 장애물은 캐스팅이다. 스키점프처럼 헬멧을 쓸 수도, 스피드 스케이팅처럼 고글을 사용할 수도 없는 탓에 대역을 쓰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카메라 기술발달로 어느 정도 눈속임이 가능하지만, 예전에는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피겨스케이팅 영화의 ‘조상’으로 평가받는 ‘사랑이 머무는 곳에’가 장애물 돌파를 위해 강구한 방법은 실제 피겨선수를 캐스팅 하는 것이었다. 도널드 라이 감독은 1974년 전미 피겨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린-홀리 존슨’을 파격 캐스팅, 카마라에게 자유를 허했다. 전직 피겨 선수가 주인공인 만큼 스케이트 타는 장면의 리얼리티가 제대로다. 김연아의 장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연기는 난이도상 볼 수 없지만(아무나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기본기에 충실한 피겨 춤사위가 눈을 호강시킨다. 한마디로 피겨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인 영화다. 가슴 먹먹한 멜로영화를 편애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없이 좋다. 시력을 잃은 정상급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사랑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신파가 따로 없지만, 가끔은 정직한 신파가 끌리는 법. 멜리사 맨체스터가 부른 주제가 ‘Through the Eyes of Love’(뜨루 더 아이스 오브 러브)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겨울왕국’의 ‘Let it go’(렛잇고) 못지않았다.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며 영화보다 더 큰 인기를 모은바 있다.

  • 기술점수: 실명에도 불구, 현란한 스핀을 구사하는 주인공의 ‘언빌리버블’한 능력 ★★★☆
  • 예술점수: 주제곡 ‘Through The Eyes Of Loved’의 감미로운 선율 ★★★★
  • 감점요소: 안톤 오노를 너무 닮은 남자 주인공 닉. 오, 노! ☆
  • 가산점: 이젠 좀처럼 볼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의 순애보적 사랑 ★★☆
1아이스프린세스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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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프린세스 완성
아이스 프린세스 완성
피겨에 흥미가 생겼다면, 이젠 이론을 익힐 차례다. 디즈니가 제작한 ‘아이스 프린세스’는 공부벌레 여고생 케이시 칼라일(미셀 트레텐버그)이 은반의 요정으로 변신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스핀과 점프 등 피겨스케이팅 동작들을 물리학의 원리로 풀어내려고 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니, ‘피겨를 글로 배웠습니다’가 떠오른다. ‘러츠’에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눈여겨보자. 왜 김연아가 러츠 점프의 정석이라고 불리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스타 스케이터들의 카메오 출연도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김연아의 우상인 미셀 콴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브라이언 보이타노 등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섹스 앤 더 시티’ 욕정의 화신 사만다(킴 캐트럴)가 진중한 코치로 등장하는 것은 적응이 안 된다. 그녀의 코치가 필요한 이는 섹스리스들이거늘.

  • 기술점수: ‘피겨를 글로 배웠습니다’ 피겨 동작을 물리학 원리로 풀어내는 신공 ★★★
  • 예술점수: 디즈니 표 감동을 나름 신선하게 요리 ★★☆
  • 감점요소: 공부 잘해, 운동 잘해, 얼굴 예뻐! 이런 여주인공은 이제 그만. ★★★
  • 가산점: 김연아가 왜 위대한지를 알려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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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머무는 곳에’가 아련한 멜로 드라마라면 ‘사랑은 은반 위에’는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다. 2년 동안 8명의 파트너를 갈아치울 정도로 괴팍한 성격의 피겨스케이팅 챔피언 케이트 모슬리(모이라 켈리)와 한쪽 눈 실명으로 좌절한 아이스하키 선수 도로시(D.B. 스위니)가 페어 팀을 이뤄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 올림픽 기간에 개봉하는 절묘하고도 고단수적인 틈새공략으로 흥행에도 제법 성공했다. 영화의 흥행을 타고 3편까지 제작되기도 했다. ‘사랑이 머무는 곳에’와 ‘사랑은 은반 위에’의 또 하나의 차이라면 카메라 기술이다. 스케이트 경험이 전무한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절묘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으로 장애를 감쪽같이 피해갔다. 발달한 기술력 덕분에 영화 속에 등장하는 기술 난이도도 상당하다. 특히 영화 마지막,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발목을 잡아 공중으로 빙빙 돌리다가 ‘휙’ 던지는 장면은 SF가 따로 없다.

  • 기술점수: 파트너를 궤짝 들듯 사뿐히 들어 휘휘 젓는 남자의 튼실한 팔 근육 ★★★★
  • 예술점수: 캐나다 몬트리올의 아름다운 풍광 ★★★
  • 감점요소: 청소년관람불가인 이유를 당최 모르겠네. 베드신은 물론 그 흔한 애무도 없습니다.(국내 비디오 버전은 편집본인가요?)★★
  • 가산점: 여주인공 모일라 켈리의 ‘미친 외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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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즈 오브 1
블레이즈 오브 1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한 팀을 이뤄 페어경기에 출전한다면 이런 모양새가 될까?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는 세계랭킹 1위를 다투는 남자 싱글 선수가 남남커플로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세계빙상연맹 규정을 어긋날 게 자명한 허무맹랑한 남남 커플의 이야기는 윌 페럴이 있기에 배꼽 잡고 웃으며 넘길 수 있다. 윌 페럴이 짐 히더와 호흡을 맞춰 자지러지는 화장실 유머를 선사한다. ‘므흣’한 체위를 연상시키는 이상야릇한 포즈들의 향연과 이를 행하는 주인공들의 착잡한 표정이 압권이다. 사진만 봐도 빅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는 2007년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를 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평단의 평가도 상당히 호의적이었는데, ‘은반 위의 짐승’들은 제16회 MTV 영화제 코미디 연기상과 최고의 싸움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 기술요소: 최선을 다해 망가져 주는 윌 페럴과 존 헤더의 ‘무한도전’ 정신 ★★★★★
  • 예술점수: 은반 위의 짐승들. ‘므흣’한 체위를 연상시키는 포즈가 압권 ★★★★
  • 감정요소: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두 남자의 민망한 타이즈 패션 ★★★☆
  • 가산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두 남자의 에로틱한(?) 타이즈 패션 ★★★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편집. 최진실 tru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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