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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의 설 연휴도 이제 막바지로 가고 있다. 올 연휴에도 직장, 진학, 혼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들로 스트레스 좀 받으셨나? 대학 졸업하면 취직해야 하고, 취직하면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면 애 낳아야 하고. 어른들은 항상 미래를 걱정하고, 젊은이들은 현실을 즐기고 싶다. 자, 구정도 지나갔다. 연휴가 끝나간다고 슬퍼하지 마라. 이제 귀경길에 오른 당신들에게는 들뜬 가슴을 달래줄 OST가 필요하다. 음악을 듣고 왠지 모를 허전함이 생긴다면, 하루 남은 휴일 동안 영화를 봐라.

겨울왕국 ‘Let It Go’
앨범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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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겨울왕국’ 열풍이다. 영화만큼 삽입곡 ‘렛 잇 고(Let It Go)’도 음원차트에서 가요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는 등 엄청난 인기몰이 중이다. 이유가 뭘까? “주인공이 억눌림에서 자유롭게 해방되는 심정을 담은 노래가 해방감을 준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에서 엘사가 이 곡을 부르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도 있더라. ‘겨울왕국’ OST를 들어보면 과거 디즈니의 전통을 이어간다기보다는 재작년에 호조를 보인 영화 ‘레미제라블’ OST가 떠오른다. 최근 트렌드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 곡의 진짜 매력을 알고 싶다면 영화를 직접 보길. 귀경길을 겨울왕국으로 만들어줄 곡.

서칭 포 슈가맨 ‘Sugar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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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위대한 노래를 부르는 사내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니. ‘슈가 맨(Sugar Man)’을 노래하는 로드리게즈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단 한순간에 공기를 바꿔버릴 정도로 위력적인 목소리가 아닌가. 1970년대 미국에서는 달랑 6장 팔린 로드리게즈의 음반이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흘러들어가 자유를 갈구하던 청년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게 된다. 남아공에서는 엘비스보다 위대했지만, 정작 그 누구도 로드리게즈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사실은 소설보다도 신기하다’라는 격언을 일깨워주는 이야기, 그리고 노래들. 귀경길을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어줄 곡.

블레이드 러너 ‘One More Kiss D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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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리플리컨트를 제거한 ‘블레이드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는 황황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온다. 인조인간인지, 인간인지 구분하기 힘든 리플리컨트를 ‘처형’이 아니라 ‘제거’한 데커드는 피곤한 눈으로 술을 한잔 시킨다. 그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가 반젤리스의 ‘One More Kiss Dear’. 우울하고 침침하고, 인간미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 SF영화에서 유일하게 아날로그 감성이 배어나오는 순간이 바로 이 장면이다. 신디사이저를 동원해 당시로는 상당히 혁신적인 전자음악으로 OST를 채운 반젤리스가 관객에게 주는 안식의 선물이기도 하다. 귀경길을 낭만의 바다로 이끌어줄 곡.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Nobody Does It B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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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 제임스 본드에 삽입된 노래들은 영화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또 영화처럼 나름대로 공식이 있다. 극적이고, 섹시하며, 스릴 넘치고, 약간은 과장된 악곡의 음악들. 서프 기타가 일품인 존 베리 오케스트라의 ‘제임스 본드 테마(James Bond Theme)’는 영화를 상징하는 테마로 각인됐다. 007 삽입곡의 전형을 보여준 노래가 셜리 베이시가 부른 ‘골드 핑거’에 삽입된 동명의 곡 ‘골드 핑거(Gold Finger)’라면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곡으로는 칼리 사이먼이 부른 ‘노바디 더즈 잇 베터(Nobody Does It Better)’를 꼽을 수 있겠다. 귀경길을 사랑의 관광버스로 만들어줄 곡.

킬 빌 ‘Twisted N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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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킬 빌’에서 엘 드라이버(대릴 한나 분)가 주인공 키도(우마 서먼 분)를 살해하러 가는 길에 흐르는 곡. 엘 드라이버가 직접 부는 휘파람이 이 음악으로 이어지는 것이 절묘한데, 사람 죽이러 가는 길에 나오는 곡 치고는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트위스티드 너브(Twisted Nerve)’는 영화음악의 거장 버나드 허먼이 만든 곡이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과거 영화 속 아이템들을 자신의 영화에 적절히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 곡은 1968년에 나온 동명의 스릴러 영화 ‘트위스티드 너브’의 테마로 쓰였다. 귀경길을 스릴의 절정으로 인도해줄 곡.

택시 드라이버 ‘A Reluctant Hero/Betsy/End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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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미국의 실상을 주인공 트레비스(로버트 드니로 분)의 시각으로 다큐처럼 보여주는 영화. 어둡고, 때론 음울하기까지 한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안식의 시간을 주는 것은 바로 이 연주곡이 흐를 때다. 베트남전에 다녀와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미국의 추악한 현실을 마주하는 트레비스의 삶은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여인 베시를 만났을 때 조금이나마 밝아진다. 하지만 그도 오래가지 않는다. 남는 건 비루한 일상뿐. 버나드 허먼이 만든 이 곡의 색소폰 연주는 탐 스캇이 맡았다. 귀경길을 안식으로 채워줄 곡.

시네마천국 ‘Cinema Parad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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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성룡 영화를 안 보면 섭섭하듯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을 듣지 않으면 아쉽다. 살아있는 영화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꼬네는 자신의 음악으로 수많은 영화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의 음악은 ‘미션’에 종교적인 숭고함을, ‘시네마천국’에 소년의 동심을, ‘러브어페어’에 애틋한 사랑을, ‘시티 오브 조이’에 약동하는 열정을 불어넣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폭력과 마초적 감성이이 우아한 메시지로 전환될 수 있었던 데에도 그의 공이 컸다. 특히 ‘시네마천국’에서는 감동적인 장면에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비로소 눈물을 흐르게 만들어준다. 귀경길에 우아함을 더해줄 곡.

카우보이 비밥 ‘Piano Bar 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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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071년을 사는 현상금사냥꾼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때로는 비장하게 다룬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일본 애니메이션의 OST 완성도가 높은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카우보이 비밥’의 음악은 경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애니메이션에서 이토록 수준 높은 재즈 연주를 듣게 될 줄이야. (여담이지만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칸노 요코는 이 OST를 맡기 전까지 재즈를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이 피아노 연주곡 ‘Piano Bar Ι’은 경쾌한 랙타임 형식의 곡으로 애니메이션 사이사이에 흐르며 긴장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설 연휴 동안 잔소리 때문에 힘들었던 당신의 긴장을 풀어줄 곡.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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