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누나
꽃누나
tvN ‘꽃보다 누나’ 6회 2014년 1월 3일 오후 10시 50분

다섯 줄 요약
승기는 여정의 고데기를 새로 사기 위해 길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고데기를 구매하는 데 성공한 승기는 여정으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빗속에 산책을 나선 희애와 미연은 관광을 즐긴다. 이후 희애는 홀로 산책을 나선다. 반지를 잃어버린 여정은 방을 뒤진 끝에 어렵사리 찾아낸다. 희애는 혼자 여행을 즐기던 중 폭우를 만나고, 승기는 이런 희애를 찾아 나선다. 다음 날, 일행은 마지막 여행지로 떠난다.

리뷰
한결 여유로워진 카메라와 인물들 사이에서 ‘꽃보다 누나’는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고 편집하지 않아도 스스로 약간은 이야기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그것은 캐릭터가 구축된 이후여서가 아니라 서로가 갖고 있는 조심스러움이 여행이 흘러가며 자연스러워지듯, 카메라와 인물들 간의 관계도 조금씩 강박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꽃할배’에 비해 자신의 모습을 내려놓기 더욱 힘들고, 이미 충분히 서로가 낯선 상황에서 여행을 하는 ‘꽃누나’들의 경우 그 불편함과 이질감이 여전히 거리를 좁히는 데 벽이 되는 부분이 있다. 예민한 여배우들의 여행이 어떠한 파장을 불러 올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아마 제작진도 미처 하지 못한 부분일 것이다. ‘꽃할배’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듯 빠르게 자신을 놓아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대와 달리 ‘꽃누나’들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지는 못했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에서 볼 수 있던 여배우들의 반전 캐릭터는 ‘꽃누나’에서처럼 시간이 긴 여행에서는 오히려 위태로운 모습을 띄게 됐다.

물론 자연스럽고 느긋해졌고, 그 만큼 여행의 본질에 가까워지기는 했다. 그러나 ‘꽃보다 누나’는 ‘꽃보다 할배’가 빠르게 다음 시즌을 결정하고 다음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보다는 다음 발걸음을 망설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회차가 거듭되며 떨어지는 이슈성도 그러하지만, 무엇보다 예민한 여배우들의 여행을 ‘그들만의 것’으로 온전히 만들지 못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여행을 그 자체로 즐기기 보다 ‘견디는 것’으로 표현하는 윤여정이나, 일정 시간이 지나자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김희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김자옥과 모든 선배들의 수발을 드느라 정작 여행을 온전하게 즐기지 못하는 이미연 역시 그렇다. 일과 휴가 사이에서 애매하게 자리한 ‘꽃보다 누나’의 여행은 색다른 재미를 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휴가 보다는 ‘노동에 가까운 일’처럼 여겨지는 까닭에 보는 사람 역시 여배우들의 여행은 온전히 편안하지만은 않다.

끊임없는 위기와 안정 속에서 ‘꽃보다 누나’는 때로는 만족스럽고 때로는 위태롭게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클라이맥스는 지났다. 2회 동안 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카드는 사실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위태로운 여행에 대해 모두가 조금이라도 빨리 끝나길 바라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행이 계속되며 제작진도 짐꾼인 이승기도 낯선 이들과의 긴 여행으로 배려에 지친 여배우들 역시도 이 여행과 현재를 충분히 즐기기 보다는 빠른 마무리를 바라는 것 같이 느껴지는 순간이 적지 않게 있다. 한시바삐 끝나기를 원하는 여행만큼 고단하게 보이는 것은 없다. 여행의 그 짙은 피로감이 드리운 ‘꽃보다 누나’의 마지막 반전은 과연 존재할까.

수다포인트
- 양말 냄새 맡기는 여배우에게 치욕, 고데기는 자존심. 여배우의 여행이기에 가능한 재미!
- 카메라 앞에선 항상 여배우여야 하는 이들의 삶. 의식하지 않는 삶은 언제쯤이면 이들에게 올까요.
- 촬영 할라치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나PD의 날씨 운은 ‘1박 2일’ 시절이나 ‘꽃누나’ 시절이나 변하지 않네요.

글. 민경진 (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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