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자카파(왼쪽부터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
어반자카파(왼쪽부터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
어반자카파(왼쪽부터 권순일, 조현아, 박용인)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이끄는 가수가 있다.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만으로 사람들에게 행복과 위안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정말 행복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반자카파는 그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룹이다. 대형기획사 소속의 가수들이 장악하고 있는 음원차트에서 공격적인 방송 활동 없이도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2009년 데뷔 이후 일관성 있는 어반자카파만의 음악을 발표해 음악적 실력과 대중적 인기 모두 인정받았다. 어반자카파의 음악에서 들려지는 깊은 감성은 눈물을 짓게 만드는 힘까지 있다.

대체 세상을 얼마만큼 살아야 이런 감성이 나올까 생각하다가도 어반자카파가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만나보니 알 것 같았다. 어반자카파는 자신의 감정에 꾸밈없이 솔직하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귀엽게 투닥거리는 유쾌함도 지녔다. 무한 신뢰로 가득 차 있는 멤버들 간의 팀워크는 어반자카파라는 색깔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각자 나름의 방황하던 시절도 겪으면서 감성은 더욱 다져졌다. 이들의 음악에는 특별한 이유나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 그냥 그들 자체가 음악이었다. 지난 3일 정규 3집 앨범 ’03′을 발표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Q. 정규 3집 반응이 좋다. 공개 직후 실검에도 오르고 모든 수록곡이 주목받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조현아 : 기쁘다. 많이 걱정했는데 반응이 좋으니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Q. 안도의 한숨이라니? 어떤 걱정을 했었나?
조현아 : 3집 앨범이니까 아무래도 이번에는 음악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도 안 되고, 완급조절이 중요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다. 발매된 날 밤에 스케줄이 늦게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맥주 한 잔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Q. 어반자카파는 앨범 이름을 특별히 정하지 않는다. 1집 ‘01’, 2집 ‘02’, 3집도 ‘03’이다. 이유가 있나?
권순일 : 수록된 모든 곡들을 한 가지의 주제나 단어, 문장으로 담아내는 게 어렵더라. 그래서 처음 정규1집을 발표할 때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 결국에는 정하지 못하고 심플한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01’을 하게 됐다.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거 같다. 나중에도 고민 안해서 정말 좋다. ‘99’정도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Q. 이번에는 더블 타이틀곡으로도 활동한다. 이유는 무엇인가?
조현아 : 사실 타이틀곡은 회사에서 정하는 편이다. ‘코 끝에 겨울’과 ‘다르다는 것’ 두 곡이 스타일이 다른데 두 곡다 마음에 드신다고 회사 직원들하고 이야기가 나와 두 곡을 모두 타이틀로 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있었다. 타이틀곡이 두 개라고 해서 부담이 되는 건 아니니까.
권순일 :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앨범 전체에 신경을 쓰지 어떤 곡을 타이틀곡으로 쓰겠다고 마음먹고 작곡한 적도 없다. ‘노래가 다 모이면 누군가의 노래가 타이틀이 되겠지’라는 마음이다.

Q. 그런데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준 곡은 타이틀곡 ‘다르다는 것’이다고 했다.
조현아 : 큰 시도는 사실 없다. (웃음) 듣는 음악이 조금 바뀌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스타일이 바뀐 거 같다. 곡을 쓸 때도 딱히 장르를 정해서 쓴다기보다
권순일 : 보컬적으로 들으시면 그냥 ‘어반자카파구나’ 생각하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장르에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부르면 어반자카파의 노래, 어반자카파의 목소리가 장르가 되길 원한다.

Q. 듣는 음악이 바뀌었다니. 요즘 무엇을 듣는가?
조현아 : 원래는 R&B, 팝을 정말 좋아한다. 늘 그런 음악들만 듣다가 재작년 들어서 록을 듣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콜드플레이?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것만으로 뭔가 다른 색깔이 나오는 거 같더라.

Q. 앨범 발표 이전에 먼저 공개된 ‘거꾸로 걷는다’는 마치 돌림 노래처럼 가사가 되풀이된다. 특별한 의도가 있나?
조현아 : ‘거꾸로 걷는다’는 굉장히 많은 뜻을 담고 있다. 이 음악을 들으면서 ‘왜 계속 같은 말이 나오지’ 보다는 자기가 머릿속으로 거꾸로 걸어서 과거를 회상한다든지 그런 시간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가사 생각보다 자기 생각을 더 하는 음악이길 바랐다. ‘거꾸로 걷는다 거꾸로 걷는다 돌아서기 아쉬워 거꾸로 걷는다’는 그 소절이 딱 생각이 나니까 뭘 더 붙이면 오히려 잊혀질 거 같더라.

Q. ‘거꾸로 걷는다’도 그렇고. 이전 앨범에서는 이별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 앨범은 좀 더 보편적인 감성을 담은 듯하다. ‘두(Do)’처럼 달달한 사랑 노래도 있고. 이번에 이별을 하지 않은 건가? (웃음)
조현아 : 이별을 하긴 했는데 (웃음) 사랑에 관한 이야기보다 사랑이야기도 너무 하고 싶고, 세상 이야기를 하고 싶더라. 서른 쯤 되면 다 그러지 않나? 관조적인 느낌의 생각?
권순일 : 사랑이 아닌 사람이야기를 담았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을 포괄적으로, 특정 대상이나 특정 이야기가 아니다.

Q. “서른 쯤 되면” 이라니 꼭 서른이 된 것처럼 이야기한다. (조현아의 실제 나이는 25세다.)
조현아 : 사실 내 실제 나이를 듣고 배신감 느끼시는 사람도 많더라. 대부분이 나를 서른 살 안팎으로 본다. (웃음)
권순일 : 나는 다행히 내 나이로 보더라. (권순일의 나이는 26세)
조현아 : 일부러 귀여운 티셔츠를 입고 다니니까 그렇지.
권순일 : 그런 거 아니다~! 이 나이에 입을 수 있고, 하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입는 거다! 서른 다섯 살에 이 옷 입으면 주책이잖아. 옷에 있어서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멤버들이 싫어할 때가 있더라. (웃음)

Q. 그럼 순일이 가장 패셔니스타겠다.
권순일 : 아니다. 패셔니스타로서는 용인 씨를 빼놓을 수가 없다. 오늘 파란색 모자에 빨간색 옷을 입고 왔는데 태극기를 연상시킨다.
조현아 : 오늘은 정말 편하게 입고 왔는데 평소에 어디 나가려면 무조건 수트를 입는다.
권순일 : 정말 이태리 남자 느낌이다. 맞춤 정장 이런 것 입는다.
박용인 : 사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별로 없는데 인터뷰하러 와서 정장 맞춰 입으면 또 오버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름대로 평소에 잘 입지 않는 청바지를 챙겨 입었는데… 신발은 처음 신고 온 거다!
권순일 : 평소에는 정말 갖춰진 남자.
어반자카파
어반자카파
Q. 이전의 앨범보다 배 이상의 작업시간이 소요됐다고. 왜?
권순일 : 녹음하는 기간은 짧았다. 10곡이 넘지만, 보컬과 모든 악기 녹음을 두 달 안에 끝냈다. 다만 어떤 곡을 넣어야 하는 고민과 쓰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조현아 : 곡이 안 나와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은 곡이 나오긴 했지만, 이것도 별로인 것 같고, 저것도 별로인 것 같고 방황하면서 ‘나는 왜 이럴까’ 피해의식도 생겼었다.

Q.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을 듯하다. 스트레스는 주로 어떻게 푸나?
조현아 : 그냥 집에 있는다.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진짜 백수처럼 있는다. ‘난 뭐하는 사람일까’라고 생각도 하면서 삶의 목표도 없어 보일 때도 있다. 자책하고 이런 시기가 있어야 다시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권순일 : 집에 있을 때도 있지만, 매일매일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막 놀러 다니기도 한다. 힘들어서 더 이상 못 놀겠다며 지칠 때까지 논다. 용인 씨는 여행 가서 영국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작업하던데? 그 사진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Q. 이번에도 역시 솔로곡이 있다. 앨범마다 꼭 솔로곡을 넣는 것 같다.
조현아 : 사실 ‘솔로로 불러야지’ 작정하고 곡을 만들지 않았다. 어반자카파를 생각하고 곡을 만들었는데 혼자 불러도 될 거 같아서 부른 거다.
권순일 : 우리는 의도하는 게 없다. 콘셉트를 잡거나 방향을 잡거나 곡을 쓸 때도 ‘이번에는 이런 내용으로 이렇게 가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냥 느끼는 대로 한다.

Q. 2011년 텐아시아와 했던 인터뷰를 보니, 용인과 현아는 허스키하고 두꺼웠던 목소리를 권순일과 맞추기 위해 일부러 깨끗하고 얇게 부르려고 노력한다고. 2년이 지난 지금, 보컬적인 면에서 변한 게 있나?
조현아 : 이제는 오토다.
권순일 : 셋이서 보컬 톤을 맞추는 게 이제 자동이 됐다. 곡 분위기마다 은은하게 변화를 주면서 그때그때 맞춘다.

Q. 각자 모두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다. 서로 스타일이 어떤가?
권순일 : 다 비슷하다. 서로가 뭘 잘하는지 파트를 줄 때도 가장 어울리는 것을 주고, 파트에 대해 불만도 없다. 부딪히거나 이런 게 없다.
박용인 : 특히 이번 3집을 작업하면서 노하우가 생겼다는 걸 느꼈다. 노래를 먼저 들으면 ‘내가 여기를 부르게 되겠구나’라고 자동적으로 맞춘다. 그런 거에 대해 불만도 없다.
권순일 : 그래서 녹음을 시작하면 일사천리로 끝난다. 멤버들이 없어도 미리 코러스를 해놓는 다던가. 만약 용인씨가 솔로를 부르며 우리는 쉬고, 서로 배려하면서 편하게 작업했다.

Q. 인생의 슬럼프가 있다면?
조현아 : 초등학교 때부터 클래식을 했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방황을 했다. 나한테 습관이 돼버린 하기 싫고,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할 줄 아는 것도 피아노뿐이었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그만두게 됐다. 엄마한테 욕도 많이 먹고, 1년을 쉬었다. 다시 재즈 피아노를 하긴 했지만, 그 1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고비가 아니었나 싶다. 일단은 음악을 잠깐이나마 놨던 시기고, 안 좋게 하고 다니고, 정상적인 성인이 될 수 있을까도 고민했다. 재즈 피아노하면서 학원을 다녔는데 그 학원에서 노래도 가르쳐주더라. 그리고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서 했던 ‘별밤 뽐내기 연말 결선’에서 대상(금상)을 타면서 가능성을 봤다.
권순일 : ‘커피를 마시고’ 때가 슬럼프였다. 그 전까지는 그냥 학교를 가고, 부모님 말을 잘 듣던 아이였다. 노래하고 싶은데 내가 가수를 업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안하면 후회할 것 같더라. 취직을 해서 회사원이 되고, 서른이 되면 그때는 아무도 노래를 시켜주지 않을 텐데… 그래서 집에도 안 들어가고 노래했다. 부모님은 “아들이 다 커서 사춘기가 왔다”며 슬퍼하셨다. 지금은 지방 콘서트에도 한 번도 빠짐 없이 찾아 오신다. (웃음)
박용인 : 사실 작년에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졌는데 사람들이 망나니인줄 알 정도로 매일 아침 7시까지 술을 마시고, 저녁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었다. 이별은 그 전에도 많이 했었으니까 이별이 힘들고 슬픈 것이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도 힘들었다. 이제는 많이 극복했다. 이제는 그때 헤어짐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생각나지 않고, 그때의 아름다운 감정들이 떠오르더라. 인생에 가상 큰 가치를 꼽으라면 서로 연애하고 사랑하는 게 크다. 나는 일보다도 그게 훨씬 중요하다.

Q. 아이돌과 콜라보레이션도 자주 했다.
권순일 : 현아는 블락비 박경씨와 함께 노래를 부를 때 춤도 췄다. 망사스타킹도 신고, 멋있게. (웃음)
조현아 : 블락비 멤버들이 박경이라는 친구가 꼭 나랑 하고 싶다고 말을 했다고 하더라. 다른 멤버가 “그 누나는 춤을 안 추시잖아”라고 해도 꼭하고 싶다고 했다더라. 그래서 같이 하게 됐는데 그런데 그 친구들 자기네가 프로듀싱을 하던데 아이돌이라는 생각되기 보다 어떤 아티스트와 작업하게 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다 어른이다보니 아이돌은 분위기가 다르더라고. 춤을 같이 추자고 했을 때 흔쾌하지는 않았는데 ‘이왕 할 것이면 제대로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했다. 사실 블락비가 아이돌이라서 팬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안하더라구요. (웃음)
권순일 : 보통 팬들은 질투를 하는데 다 ‘현아언니 노래도 잘하고 멋져요’라고 하더라.
박용인 : 왜 질투를 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권순일 : 오빠를 채갈 인물이 아니니까. ‘딱 봐도 실력파야’ 안무 중에 키스하는 듯한 안무도 있었는데 악플 대신 선플만 달리더라. (웃음)

Q. 디스전이 됐다. (웃음) 이번에는 서로의 보컬에 대해 칭찬해보자.
조현아 : 순일의 목소리는 정말 희귀하다. 미성이지 않나. 하이톤의 목소리가 듣기가 좋고, 기름칠해놓은 목소리다. 저음도 저음 나름의 매력이 있고,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노래를 배우지 않고, 굉장히 많이 들으면서 따라 부르면서 학습해서인지 감각이 뛰어나다. 센스도 발휘할 때도 많고, 어렸을 때부터 들은 게 많으니까 멜로디감도 좋다. 굉장히 좋은 친구다. 용인은 목소리가 엄청 저음인데 조금만 눌러서 소리를 내면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둥근 목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리버’라는 노래도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순일도 나도 절대 가질 수 없는 목소리다. 고음에서의 파워도 가지고 있고. 파트가 제일 적기도 하지만, 그 적은 파트에서도 가장 존재감을 발휘한다.
권순일 : 용인이 이번 앨범에서 ‘어떤 하루’, ‘다르다는 것’도 그렇고 하이라이트를 많이 불렀다. 노래가 진행될수록 악기가 굉장히 많아져서 자칫 목소리가 묻힐 수도 있는데 용인이 악기의 파워와 동등하게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굉장히 파워풀하고 정말 좋다고 느꼈다. 꽉 찬 목소리다. 현아는 디바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유명 디바들의 노래를 들어서인지 귀가 되게 높다.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아니면 다 노래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아는 노래를 잘한다. 어반자카파 하면서 현아의 보컬 스펙트럼이 되게 넓어져서 웬만한 여성들이 못 부르는 파# 같은 말도 안 되는 음역대부터 ‘코끝에 겨울’에 ‘점차 나아지겠지’ 부분 같이 아래서부터 내려오는 무거운 목소리까지 내는 보컬이다. 전형적인 디바다. 최고의 찬사가 아깝지 않다.
박용인 : 순일은 나 같은 사람에게 부러운 사람이다. 남자들은 음역대가 제한적인데 우리 팀 음악 자체가 남자가 부르기에는 높은 노래들이 많다. 순일은 진성 가성을 왔다 갔다 하면서 여자보다 높은 소리를 낸다. ‘꿈’이라는 노래를 많이 듣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 오묘하다. 고음으로도 부르고, 저음으러도 불러서 오묘하다. 순일이의 넓은 음역대가 부럽다. 어렸을 때부터 머라이어 캐리를 좋아해서 몇 번 꺾는지도 모르는 그런 테크닉도 정말 잘한다. 나 같이 힘으로 노래하는 사람들은 부러워하는 스타일이다. 현아의 경우, 노래를 들었을 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딱 들리는 보컬이 있다. 그런 보컬이다. ‘우울’이라는 노래도 현아 솔로곡인데 그냥 힘없이 부르는 거 같지만서도 ‘이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식으로 불렀구나’가 딱 들린다. 테크닉적으로 화려하기보다 디테일을 살리는 사람이 노래를 참 잘하는 사람이다.

Q. 권순일의 가성은 타고났나
권순일 :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음악에 영향도 받았고, 사람은 노력하면 다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즐기면서 노래하다 보니 ‘잘한다 잘한다’는 칭찬에 좋아서 더 노래를 많이 부르게 됐다. 특히 머라이어 캐리를 좋아해서 그 분의 노래를 열심히 부르다보니 지금에 이른 것 같다.
조현아 : 따라할 수 있는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죠. 순일 씨는 이른 시기에 자신의 상대를 아주 잘 찾았다. 그것을 또 훈련받지 않고, 수천 번 수만 번 따라 불렀기 때문에 더 대단한 것 같다.
어반자카파
어반자카파
Q. 평생을 함께한 조력자를 일찍부터 만났다는 게 참 부럽다. 팀워크 유지 비결은 무엇인가?
조현아 : 서로한테 솔직하게 대해야 된다. 여가시간도 같이 보내고, 정말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다.
권순일 : 짜증 부리고, 히스테리를 부려도 이해를 한다. 오래된 사이라 얼굴만 봐도 ‘쟤는 오늘 건드리면 안 되겠다’면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됐다. 또 섭섭한 것이나 불만에 대해서 자존심 상해하지 않는 사이다.

Q. 20대 중반은 20대 초반과 어떻게 다른 거 같나?
조현아 : 하는 짓은 똑같은데 사회성이 생겼다.
박용인 : 정말 현아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마음속으로만 좋게 생각하고 표현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 넓은 마음을 상대방을 배려하는데도 쓸 줄 알다. 그걸 보며 나도 이제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정말 현아는 남자들 보다 의리가 있다. 또 무엇보다 20대 초반보다 예뻐졌다.
조현아 : 샵을 다니니까.
권순일 : 현아 인상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자기중심적인 철학이 있었다면 지금은 사회성이 생기면서 눈꼬리가 내려가더라. (웃음) 정말 예뻐졌다. 어반자카파 활동하면서 현아 씨는 예뻐지고, 용인 씨와 저는 망가지고. (웃음) 옛날 사진을 볼 때, 현아 씨는 보기 싫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때가 좋았지”라고 말한다.
박용인 : 얼마 전에 1집 ‘봄을 그리다’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몸무게만 생각해도 그때가 7~8Kg 덜 나갔을 때라 정말 다르더라.
조현아 : 안색부터 달라졌어!

Q. 현아는 다른 두 남자 멤버보다 한 살 어린데도 말을 편하게 한다.
권순일 : 현아에게 오빠라고 소리를 못 들은지 10년이 넘었다.
조현아 : 우리는 정말 편하다. 순일 씨가 누나가 두 명이라 약간 여성스러운 면이 있고, 내가 또 약간 남성스러운 면이 있어서 내가 홍일점인 것에 관계없이 죽이 잘 맞는다.
박용인 : 둘이 죽이 잘 맞아서 질투가 난 적도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어차피 한 배를 타고 있고, 어쩔 수 없이 평생 봐야 하니까 질투해서 뭐하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는 친구인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더 가까워 졌다.

Q. 연말에 서울, 대구, 부산, 대전에서 콘서트를 연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조현아 : 이번에도 노래만 주구장창 부르다가 항상 하던 자카파쇼가 있다. 살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박용인 : 말 안하고 노래만 해야지!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외모를 구경하러 온 사람은 아예 없을 뿐더러 재미있는 멘트를 기대하는 분들이 없으니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것은 우리 노래로 꽉꽉 채워서 들려드리는 것 같다. 여기에 자카파쇼를 곁들이면 베스트!

Q. 50대의 어반자카파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자.
박용인 : 늘 상상해봤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농담 따먹기 하면서 서로 놀리고, 그때도 서로 누가 힘든 일 있으면 술 마셔주면서 이해하면 그런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아직도 기억나는 게 10년 전에도 지금이랑 똑같았었다. 어떤 고민을 했었는지도 기억난다. 그때 현아 씨가 어른인척하면서 나를 달래줬다. 술을 먹으면 안 되는 나이에 같이 마시기도 했다. (웃음)
권순일 : 나는 사실 상상이 안 되는 게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애를 낳고, 그 아이들이 나한테 삼촌이라고 부르면 오그라들고 이상하다. 얘네들이 누구랑 결혼을 할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산만큼 더 살면 50살인데 무섭다.
조현아 : 나도 진짜 모르겠다.
박용인 : 내 생각엔 현아 씨는 장필순 선생님처럼 제주도 같은 곳에 가서 자유롭게 살 것 같다.
조현아 : 아니다. 나는 프랜차이즈 카페 없는 곳이면 못 산다. ‘어반’이다. (웃음)

Q.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권순일 : 앨범을 꼭 1번부터 12번 트랙까지 들으셔야 한다. 그래야지 비로소 이번에 어반자카파가 어떤 음악을,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조현아 : 타이틀곡에 집착하지 말고, 꼭 ‘전체재생’을 눌렀으면 좋겠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플럭서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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