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엑소시대’다. 2012년 데뷔한 그룹 엑소(EXO)는 데뷔 2년차만에 정규 1집을 발표하며 ‘늑대와 미녀’와 ‘으르렁’으로 음반 백만 장 판매를 앞두며 보이그룹의 최정상으로 우뚝 자리했다. 이미 ‘2013 MAMA’에서 올해의 앨범상, ‘2013 멜론 어워드’ 3관왕에 올라 ‘엑소시대’임을 입증한 엑소는 12월 발표한 스페셜 앨범도 이미 음반 판매 전부터 선주문 수량 40만 장을 돌파하며 쾌속질주하고 있다.[중급] 응용 과정 돌입 : 검색 능력 강화! + 일코 시작
엑소시대 들어 새삼 고백한다. 엑소(EXO)가 데뷔했을 당시, ‘EXO’를 보고, ‘이엑스오’라고 읽어야 할지 ‘이그조’라고 읽어야 할지 ‘엑스오’라고 읽어야할지 고민했었다. 데뷔곡 ‘마마(MAMA)’의 난해한 가사와 아주 진지한 사회 비판적 가사를 보고 비웃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엑소의 매력에 빠진 채 엑소라는 이름을 검색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엑소 덕후’가 돼버렸다. 그래서 준비했다. 엑소에게 빠지는 입문-초급-중급-고급 네 가지 단계! 혹시 당신도 그렇습니까?
* ‘덕후’는 무엇 한 가지에 크게 특화된(또는 빠져있는) 경우를 보고 하는 말인 오타쿠, 오덕후의 줄임말로 절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을 먼저 밝힌다.

평소 SNS를 사회적 교류활동으로만 이용했던 사람들은 중급에 들어서면 인터넷 전문가가 변신한다. 인터뷰봇, 스케줄봇, 유튜브, 텀블러 등 섭렵하지 않은 SNS가 없을 정도까지 된다. 여기에 고화질 렌즈로 사진을 찍는 팬(일명 대포캠)의 SNS까지 팔로우한다면 어느새 휴대 전화 속에 엑소의 사진이 수천 장 이상 저장돼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동시에 이 시기는 본격적인 일코에 돌입하거나 당당히 팬을 밝히는 방향으로 양분되기 시작한다. 일코는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로 20대 이상의 대학생, 직장인이 보통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누군가의 팬이라는 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평범하게 사는 듯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숨기면 숨길수록 동지를 발견하는 레이더가 극도로 발달한다. 자주 가던 카페나 헬스장에서 갑작스레 엑소 노래가 흘러나오고 선곡을 담당하는 직원과 ‘다 안다는’ 눈빛 교환까지 성공한다면 엑소 덕후 중급 과정은 통과다.
[고급] 덕후 완성!

시상식에서 상을 수상할 때는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함께 눈물을 흘린다. ‘2013 MAMA’ 수상소감에서 준면이가(엑소 리더 수호) 말한 ’2013년 11월 22일 11시 43분 34초’를 자신만의 기념일로 지정하기도 한다. 우는 엑소를 보면서 더 좋은 상을 주기 위해 이제 또 다른 시상식(예를 들면, 서울가요대상) 투표도 한다. 단순히 엑소를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엑소의 미래와 다음 앨범 콘셉트 등을 함께 고민하는 등 이제 인간적인 감정까지 느낀다. 기획사 홍보팀 못지않은 활약까지 돋보인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단계이자 그야말로 정말 빠져 있는 고급 단계가 덕후의 완성이다.
당신은 지금 어느 단계인가?
[부록-오답노트] 덕후의 부정적 사례 : 사생
연예인과 팬은 사랑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관계다. 그러나 일명 ‘사생’이라고 불리는 일부 극성팬들에 의해 아름다운 관계가 퇴색되기도 한다. 사생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극도로 침해하는 팬을 일컫는다. 모든 스케줄에 따라다니며 숙소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는 것은 양반이다. 때로는 숙소 비밀번호를 알아내 침범하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도 하며 휴대전화로 문자나 전화를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등 그 행각이 범죄 수준에 이르기까지 한다. 특히 엑소는 사생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0월 멤버 백현의 친형 결혼식에 난입했던 사생 사건이나 군 면제 청원 사건, 최근 멤버들의 게임 아이디와 음성 채팅 프로그램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지인과의 대화를 유출시킨 사건까지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 엑소 멤버들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사생에 대해 “안 그랬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다”며 단호하게 자신의 의지를 전했다. 엑소의 실력과 음악성마저도 사생의 만행에 의해 함께 퇴색될 정도다.
일부 사생으로 인해 선량한 팬들까지 철없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생은 팬도 덕후도 아니다. 스토커다.
(입문·초급편 보러 가기)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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