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3,4회 2013년 11월 16일, 17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주하(서영희)는 여전히 광모(조한선)를 곁에 두려하고, 광모는 죄책감에 주하의 요구를 따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한편 은수(이지아)의 딸 슬기는 아빠인 태원(송창의)의 집에 다녀오고 난 뒤 ‘학교 친구들이 고아라고 놀린다’며 아빠에게 가서 살겠다고 떼를 쓴다. 속상한 은수는 태원을 만난다. 이를 안 최여사(김용림)는 이순심(오미연)을 찾아오고, 이에 화가 난 현수(엄지원)는 태원에게 사실을 말한다. 화가 난 태원은 최여사에게 재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리뷰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치고는 독특한 지점에 있는 드라마다. 그 동안 항상 강점을 보여왔던 가족 드라마에서는 살짝 비껴져 있지만, 그렇다고 ‘천일의 약속’이나 ‘내 남자의 여자’처럼 멜로를 정면에 내세운 드라마도 아니다. 멜로 드라마에 있어서 항상 여성 캐릭터에 극단적인 상황(알츠하이머, 불륜, 불치병 등)을 부여하며 갈등을 만들어 왔던 경우를 짐작해 볼 때, 미지근한 감정 앞에 망설이는 주인공들만 있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그 동안 김수현 작가가 써 왔던 ‘정통 멜로’의 카테고리에서는 벗어난다.

그런가 하면 전매특허처럼 만들던 판타지 가득한 따뜻한 대가족을 중심으로 내세운 가족 드라마도 아니다. 3대 이상이 부족해도 행복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족이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는 없다. 이혼과 재혼이 생소하지 않은 이야기가 된 현실에서 이를 극의 한 가운데로 끌고 들어온 김수현 작가는 70의 나이가 넘은 지금에도 자신이 여전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진행형’ 작가임을 작품으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어디선가에서는 볼 수 있을 법한 은수(이지아)의 처지와 관계, 현수(엄지원)와 주하(서영희)의 상황. 그리고 이혼과 재혼을 하는 과정에서 상처받는 아이 슬기의 모습과 이를 돌보는 은수의 부모 등은 김수현 작가가 보여줬던 그 어느 상황보다 현실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작위적일만큼 따뜻한 대가족의 판타지와 끈적한 감정의 멜로를 보여줬던 김수현 작가는 그렇게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현실을 깊숙히 끌어 안았다.

다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역시 아무리 기존에 볼 수 없는 카테고리 안에 있다 하더라도 ‘김수현’이라는 이름 석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는 드라마다. 무엇보다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특징 중 하나인 ‘대사’가 그렇다. 토씨 하나 소품 하나 연출의 영역을 주지 않는다고 소문이 난 김수현 작가 드라마답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등장인물들은 하나 같이 합리적이고 똑 부러지게 제 할 말들은 놓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사’와 ‘대사를 받아치는 리듬’ 같은 겉으로 보이는 사항이 아니다. 문제는 이 대사로 표현되는 인물들의 한치 틈도 허용하지 않는 꼿꼿한 ‘자존심’이다.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존심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은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혼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결국 태원(송창의)의 사랑보다 물질적 가치에 비상식적으로 의존하는 시댁을 견딜 수 없는 자존심을 먼저 택했다.

현수는 먼저 오랫동안 광모(조한선)를 좋아하면서도 고백한 번 하지 못하지만, 이는 사실 수줍음보다는 자존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도한 자존심 아래 있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속 여 주인공들은 여전히 변함 없는 김수현의 페르소나 캐릭터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기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따뜻한 가족과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만 결핍을 가진 가족의 대비는 또 한 번 반복됨으로써 김수현 작가의 세계관 역시 공고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처럼 기존에 보여준 장르에서 변화되긴 했지만 김수현 작가의 판타지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서 여전히 표출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김수현 작가의 판타지와 캐릭터가 그 동안은 유효하게 통해왔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있어서는 썩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강렬한 멜로나 복닥대면서도 포근했던 가족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펼쳐왔던 김수현 작가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그 주인공들의 뜨뜻미지근한 감정의 온도만큼이나 보는 사람들에게도 미적지근하게 다가온다. 결국 이는 주인공들의 과잉 자아와 관련된 문제다. 오은수에게 결혼 생활을 깨거나 지켜내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자존심’ 문제에 따르는 것이고, 현수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어떠한 인간’인지에 대한 프레임을 정해 놓고 행동하는 인물들의 움직임은 놀랍도록 아무런 감흥이 없고 덕분에 그 카테고리 안에서 아이임에도 징그럽게 말을 잘하는 슬기는 살짝 질리는 느낌마저 든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김수현 작가의 이전 드라마 만큼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그 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이야기와 언제나 늘 익숙하게 김수현 작가가 그려왔던 인물과 배경이 섞여들지 않는 이물감 때문이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실재하는 인물들은 김수현 작가가 그려내는 믿을 수 없이 ‘자존심만 강한’ 인간들이다. 경험상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서 ‘자존심 강한 여자 주인공’들은 언제나 자신의 선택이 ‘곧 죽어도 옳은 것’인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실수를 납득하지 않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그려내는 상황과 인물들의 이물감은 보는 이들에게 쉽게 납득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주변에 있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자의식 과잉인 사람들 앞에서 갈 길을 잃는다. 그 어떤 누구도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인물들이 ‘그럴 수 있는’ 상황들을 이어가고 있으니 이야기는 합이 맞지 않은 채 물과 기름처럼 따로 분리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인물들의 지난 사연들이 다 밝혀지지도 않았고, 이야기는 초반에 불과하다. 이야기들이 조금씩 풀려가며 해결될 실마리는 있다. 다만 무엇보다 캐릭터의 힘이 중요한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기존과 한치도 다르지 않은 캐릭터와, 다소 예측 가능한 밋밋한 이야기들은 분명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과연 김수현 작가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건재한 뒷심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그것이다.

수다 포인트
- 이제 ‘뽀글머리’는 김수현 작가 드라마에서 ‘제정신 아닌 여자’의 표식 같은 건 기분 탓인가요?
- 애완동물 이름이 ‘뽀뽀’와 ‘쭈쭈’라니… 모태 솔로, 장래 DKNY(독거노인)의 슬픔이 느껴집니다. ㅠ
- 현수의 짝사랑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니… 이…이건 아니에요ㅠㅠㅠ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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