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정유미
“어떤 노래가 꽂히면 지겨워질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다. 그렇다고 외우는 건 아니다. 가령 여행지에서 어떤 노래만 들었는데 나중에 오랜만에 다시 그 노래를 들으면 그 여행지에서 느꼈던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떠오른다.”

정유미가 음악을 듣는 스타일이다. 숱한 작품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명확히 보여줬던 정유미, 음악 듣는 스타일도 뚜렷하다. 상업성이 강한 영화에서부터 예술영화 그리고 안방극장을 넘나들 듯 노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 목록을 보면서 자주 듣는 음악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일관성 없다’일관성이 없다며 웃음이다. 지드래곤, 비욘세, 다이나믹 듀오, 레이첼 야마가타 등 다양한 노래 목록이 정유미가 무한 반복해 듣는 노래다. 물론 이 노래들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 그녀의 말대로, 어느 순간 어떤 노래에 필이 꽂히면 그 노래를 무한 반복 들을 테니까.

1. 지드래곤의 ‘블랙’
지드래곤
지드래곤
“요즘엔 지드래곤 앨범에 나온 노래를 주로 듣는다. 그 중에서도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블랙’을 자주 듣는다. 멜로디나 음악의 흐름이 좋다. 또 이 노래는 다른 것과 달리 느린 곡인데 이 노래를 들을 때 뭔가 와 닿았다.”

지드래곤이 4년 만에 발매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쿠데타’(COUP D’ETAT)의 수록곡이다. 1집 앨범과 마찬가지로 2집 역시 지드래곤이 전곡 작사, 작곡 참여는 물론 앨범 프로듀서까지 도맡아 진행,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중 ‘블랙’은 반복되는 힙합 리듬과 잔잔한 멜로디에 감성적인 래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성도를 높인 곡이다.

2. 비욘세의 ‘Best Thing I Never Had’
비욘세
비욘세
“공연 영상 보는 것을 되게 좋아한다. 나는 못하는 거니까. 그래서 비욘세의 라이브 공연 실황 DVD를 샀는데 정말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음악은 공연 당시 비욘세가 노래에 대해 설명한 게 있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 이유로 자주 듣는다.”

비욘세는 설명이 필요 없는 전 세계적인 슈퍼스타. ‘Best Thing I Never Had’는 2011년 국내 발매된 비욘세의 새 앨범 ‘4’에 수록된 곡으로 비욘세표 서정적인 발라드다. 베이비페이스가 만든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쿨하게 이별 통보하는 심정을 담은 가사로 비욘세는 멜로디를 따라 자유자재로 완급을 조절하며 최상의 노래를 선보였다.

3. ‘우리 선희’ OST 중 ‘고향’
최은진 고향
최은진 고향
“‘우리 선희’ 영화에 나오는 ‘고향’이란 음악을 듣고 힘이 생겼다. 평소에 듣던 노래도 아닌데 음악을 듣고 이상한 힘이 생겼다. 가사 보다 멜로디나 음악에 꽂히는데 ‘고향’은 기운이 있었다.”

최은진의 1집 ‘풍각쟁이 은진’(2010)에 수록된 곡이다. 노래에 담긴 사연도 사연이겠지만 ‘고향’과 ‘우리 선희’에 관련된 사연이 더 흥미롭다. 영화의 실제 촬영 장소이기도 한 서울 북촌 근처의 ‘아리랑’이란 카페는 바로 최은진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직접 CD를 받은 홍상수 감독은 직접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영화에 음악을 넣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해서 ‘고향’은 ‘우리 선희’에서 반복적으로 흘러 나온다.

4. 레이첼 야마가타의 ‘Duet’
레이첼 야마가타
레이첼 야마가타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작년에 진짜 많이 들었던 노래다.”

2008년 발매된 ‘Elephants…Teeth Sinking Into Heart’에 수록된 곡. 레이첼 야마가타는 일본계 4세로 미국 국적을 가지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Duet’은 레이첼 야마가타의 감성 짙은 목소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노래다. 레이 라몬테인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조화를 더했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 마지막 회에 삽입되기도 했다.

5. 프라이머리와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
프라이머리
“너무 잡식성이죠.” (웃음). 정유미는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 목록을 보면서 즐겨듣는 음악을 선곡했다. 그리고 프라이머리와 다이나믹 듀오를 언급하면서 웃음을 보였다. 지금까지 자신이 선택한 노래에서 일관성을 찾기 어려웠나 보다. 여하튼 정유미는 프라이머리와 다이나믹 듀오의 어떤 곡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보다 두 가수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사실 정유미의 선곡은 다소 의외였다.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 드라마 ‘직장의 신’ 등에서 그녀가 보여준 마이너한 감성 때문에 노래 취향도 독특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정유미는 흥미롭다. 항상 예상을 빗겨가면서 색다른 매력과 즐거움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도, 노래에서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자신 스스로 동의가 되는 길을 선택하려고 하는 모습이 지금의 정유미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 정유미는 또 어떤 색깔로 우리 곁에 다가올지 궁금한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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