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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닛 현아와 비스트 장현승의 혼성 듀오 트러블메이커의 위력은 대단했다. 과감한 란제리 룩을 담은 한 장의 티저 사진이 공개됐을 때부터 인터넷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곡이 발표된 후 음원 발표와 함께 온라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를 단번에 점령하고 나서더니 사흘 가까이 1위를 수성했다. 뮤직비디오는 공개 20시간 만에 2백만 조회 수를 넘겼고 현재 6백만을 훌쩍 넘었다. ‘섹시함의 아이콘’ 현아의 존재감이 이번에도 먹힌 셈. 트러블메이커의 힘이 아니다. 현아의 위력이다.

‘내일은 없어’의 뮤직비디오에서 현아는 베드신에까지 도전하는 등 전보다도 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포미닛 시절부터 현아가 보여준 섹시함은 주로 포미닛의 안무를 통해서 발현됐다. 노래의 콘셉트에 맞게 짜인 안무였다. 섹시한 안무는 한국의 거의 모든 걸그룹이 하고 있는 것이지만, 같은 춤도 현아가 추면 그렇게 야했다. 글래머러스한 몸매도 아니고 가냘프다. 귀여운 외모이지만, 의도적으로 눈빛을 강조하다보니 야하게 보였을까? 현아가 그 많은 걸그룹 멤버 중 도드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내일은 없어’의 뮤직비디오에서 현아는 안무 외에도 현승을 상대로 한 연기로서 섹시함을 표현하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 현아로서는 기존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실존인물이면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에서 다뤄진 ‘보니 앤 클라이드’를 모티브로 했다고는 한다. 하지만 영상과 가사로만 유추하기에는 스토리의 전달이 불분명해 뜬금없이 자극적인 장면들의 나열로 비쳐지기도 한다. 마치 영화예고편을 모아놓은 느낌이랄까? 과감하긴 했지만, 신선하진 않았다. 현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보다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남용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단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기존 가요계에서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가인 ‘피어나’ 앨범재킷
가인 ‘피어나’ 앨범재킷
가인 ‘피어나’ 앨범재킷

뮤직비디오의 수위 면에서는 작년에 나온 가인의 노래 ‘피어나’도 만만치 않았다. 베드신을 통한 섹스의 표현에 있어서는 오히려 ‘내일은 없어’보다 훨씬 적극적인 작품이었고 당시 많은 화제가 됐다. 하지만 ‘피어나’가 달랐던 것은 명확한 콘셉트였다. 김이나 작사가가 만든 가사는 ‘소녀’가 섹스를 통해서 ‘여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적으로 표현했다. ‘피어나’의 뮤직비디오에는 베드신과 함께 심지어 마스터베이션을 연상케 하는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것은 대단한 파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나’가 단순히 야한 장면의 나열로 비쳐지지 않은 것은 노래의 주제와 영상이 탁월한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눈과 가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작품으로써 섹슈얼리티를 다룬 노래 중에는 하나의 좋은 본보기로 남았다. 동시에 가인이 온몸으로 표현해낸 이 노래는 훈육된 걸그룹이 어엿한 여가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언문과도 같았다.

사실 대중음악에 있어서 섹슈얼리티를 표현해온 역사는 길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부터 섹스어필로 주목받았지 않나? 한국 가요계에서는 섹슈얼리티의 표현이 여성뮤지션과 걸그룹에 특화돼 있다. 남성 뮤지션의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90년대에 박진영 정도였고, 그가 제작한 여성가수, 걸그룹의 음악들이 섹시함의 표현에 있어서 하나의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가요계에서 나타나는 섹슈얼한 퍼포먼스들은 너무 시각적인 것에 집중한 나머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대중음악은 우리의 삶, 일상성을 담고 있고, 섹스는 그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사실 말이다. 말초신경만 자극하지 말고 공감을 주라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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