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따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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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제작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처음 그것을 기획했을 때 세련된 ‘전국노래자랑’을 상상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PD가 시키지도 않는데 관객이 춤추고 박수치는 음악프로그램은 ‘전국노래자랑’이 유일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실제로 ‘슈스케’는 ‘전국노래자랑’처럼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은 프로그램이 됐다. 파급력도 대단했다. ‘슈스케’에서 노래한 음원은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랐으며 버스커버스커와 같은 스타 뮤지션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슈스케’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프로그램이 됐는가?

‘슈스케’는 아마추어 가수의 꿈을 이뤄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제작진은 어느 때인가부터 자신들이 한국 음악시장 저변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말해왔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슈스케’ 출신 가수들이 아이돌 음악이 지배하고 있던 가요계에 변동을 가져왔다는 것. 서인국,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김예림, 로이킴, 정준영, 유승우 등이 새롭게 음원강자로 떠올랐고, 기존의 아이돌그룹의 음악과 달랐던 이들의 음악이 한쪽으로 치우친 가요계에 균형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트레이닝 시스템까지 만들며 스타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때부터 ‘슈스케’는 아마추어의 경연장이 아닌 엄연한 신인 뮤지션 발굴의 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슈스케’ 출신들이 과연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의 저변을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경연자들이 선보인 음악은 과거에 있던 음악들로써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가령 허각은 발라드 가수의 부재 하에 사랑을 받았고, 버스커버스커는 인디 신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감성의 음악이었다. ‘슈스케’가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기보다는 아이돌 댄스의 팬덤에 가려져 드러나지 못했던 대중의 니즈를 건드려준 것이다. 이처럼 하나둘 스타를 배출하면서 ‘슈스케’는 경연자를 방송 중에 이미 아마추어가 아닌 뮤지션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자작곡 심사를 도입하면서는 경연자들이 싱어송라이터 대접을 받았다. 때문에 설익지 않은 음악들이 계속해서 대중에게 선보여졌고, 그 와중에 표절 시비도 일었다.

이 때문에 ‘슈스케’는 가요계를 발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대중이 가요를 바라보는 눈을 낮췄다는 비난도 받았다. ‘슈스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많은 시청자가 브라운관을 바라봤고,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에는 노래에 대한 감동 외에 경연자의 인생에 대한 감정이입도 함께 담겼다. 시청자들이 프로 가수보다는 오히려 아마추어에 가까운 경연자의 노래를 즐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슈스케’가 시청률 6~7%를 넘긴 인기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아직 나이 어린 아이들이 ‘슈스케’를 보면서 가수를 꿈꾸기 시작했다. 가수가 되는 통로로 자연스레 ‘슈스케’를 떠올리기도 했다. ‘슈스케’ 예선 합격을 위한 학원이 생겨날 정도였다. 가수의 꿈을 쉽게 갖도록 부채질한 것이다. 과거 같으면 딥 퍼플을 보며 기타를 연습하던 이들이 이제는 장재인을 롤 모델로 삼고 통기타를 뚱땅거리기 시작했다. ‘슈스케’를 보고 꿈을 키워 가수가 되는 것은 또 하나의 위험한 순환 고리가 될 수 있다. 목표가 낮으면 결과물도 떨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외국 오디션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 빌보드차트에 오르고 ‘엑스펙터’ 출신이 UK차트에 오르는 것처럼 출연자들이 각 나라 차트의 일부를 차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런데 오디션프로그램에 대한 기존 뮤지션의 반발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푸 파이터스의 리더 데이브 그롤은 “아이들이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보이스’ 같은 TV쇼를 시청하는 것을 보면 ‘아 저렇게 해서 뮤지션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800명씩 컨벤션 센터 앞에 모여 8시간씩 줄을 서서, 누군가 앞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하고, 그리곤 그들로부터 실력이 없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지금 그러한 작태가 다음 세대 뮤지션들을 파괴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시즌 5를 맞은 ‘슈스케’ 제작진의 실수라면 자신들의 위치를 잠시 망각했다는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재미를 추구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었을 뿐, 대단한 원석을 발굴할 수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쟁 오디션프로그램들이 늘고, 매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려다보니 오디션 대상을 인디, 더 나아가 프로 뮤지션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오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급기야 ‘미스터 파파’, 마시따 밴드 현재 가요계에서 일급 세션 연주자로 활동하고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이들이 시즌 5에 경연자로 나섰다. 프로뮤지션을 꿈꾸는 학생들은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슈스케’에 나온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시즌 5에서는 제작진은 해서는 안 될 초유의 실수를 저질렀다. 마시따 밴드의 드러머로 신석철이 경연에 참여하게 방치한 것이다. 신석철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로 현재 한국 가요계에서 최고의 세션 드러머로 평가받고 있다. 형 신윤철과 함께 록밴드 서울전자음악단으로 활동했다. 서울전자음악단은 2007년에 미국 최대 음악 쇼케이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 올라 해외 관계자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2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를 통해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신석철이 ‘슈스케’에 나간 것은 마치 그래미상을 수상한 아티스트가 ‘아메리칸 아이돌’에 나와 심사를 받는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촌극이었다.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프로그램을 대중이 외면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절차였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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