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히들스턴
톰 히들스턴
영화 속 이미지가 강렬해 실제로 만났을 때 알아보기 힘든 배우가 종종 있다. 톰 히들스턴도 그 중 한 명이다. 실제로 본 그의 모습은 선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악랄한 로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그는 자신과 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에 충실한 셈이다. 늘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인간의 본성을 탐색해 보는 노력은 그의 연기를 더욱 진실되게 만드는 힘이다. 로키가 악역임에도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바로 톰 히들스턴이 로키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끄집어냈고, 표현했기 때문이 아닐까.

‘토르:다크월드’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톰 히들스턴, 이번 방문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의 연기 선생님이 다름아닌 최민식이기 때문이다. 텐아시아와 만난 톰 히들스턴은 영화 ‘올드보이’의 배우 최민식을 보면서 연기를 공부했다고 당당히 말하기도 했다.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톰 히들스턴은 2010년 영화 ‘섬들’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자비를 들여 부산영화제를 방문했고, 당시만 해도 그를 알아보는 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많은 팬들과 함께 했다. 그의 소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Q. 한국에도 인기가 상당한데, 혹시 알고 있었나?
톰 히들스턴: 한국 팬들이 런던 집으로 팬레터와 선물을 보내줘서 감동을 했었는데, 어제야 실감하게 됐다. 공항에서 나오는데 400~500명의 팬이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그런 적이 처음이어서 큰 감동이었고 감사했다. 런던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도 아무도 안 알아봐 줬는데(웃음).

Q. 지하철에서 톰 히들스턴을 못 알아본다는 게 말이 안 된다(웃음).
톰 히들스턴: 런던 지하철이 재밌는 게, 모두 다 바쁘게 움직인다. 잠을 잔다든가, 신문을 읽고 있다. 각자 자기만에 세계에 있다. 한번은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나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있었는데, 나를 못 알아봤다(웃음).

Q. 다시 한국 이야기를 하자면, 영화 ‘올드보이’를 좋아한다고 들었다. 한국 영화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톰 히들스턴: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알게 됐다. 열네 살 때 어머니와 처음으로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영화를 처음 봤었다.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였는데, 영어권 영화가 아니어도 좋은 영화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블록버스터 영화도 좋아했지만, 대학교 다닐 때 외국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매주 갔었다. 연기 공부를 할 때, 영화 ‘올드보이’를 본 기억이 난다. 그것을 보고 며칠, 몇 주 동안 머리에서 맴돌았다. 특히 최민식의 연기가 강렬해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 영화에 대해 더 알아보고 그랬다. 세상은 작아지는데 영화는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정말 좋다.

Q. 2013 MTV 영화 시상식에서 최고의 악당 상을 받았다. 로키라는 악역을 맡는 것에 대한 힘든 점은 없었나?
톰 히들스턴: ‘어벤져스’ 덕분에 최고의 악당 상을 받았다(웃음). 경쟁 상대가 쟁쟁했기 때문에 자랑스러웠다. 연기는 심리적인 호기심을 파헤쳐보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나 악행이 어디까지 가는지 탐색해볼 수 있다. 그래서 악당은 복잡한 지혜를 가져다준다. 나와 반대되는 성격을 연기하는 것도 재밌다. 지금의 나로서 만족하지만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건 늘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영화 속에서 항상 악당이고 싶다(웃음).

Q. 연기를 할 때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나?
톰 히들스턴: 연기를 지도 해주시던 교수님이 했던 말인데. “상상의 상황 속에서 늘 진심을 말하는 것이 배우의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인물은 허구 속에 살지만 배우의 일은 늘 진심을 전하고 인물의 본성에 충실해야한다. 본성이 선함, 사랑, 유머 아니면 로키가 지니고 있는 질투, 교만함, 야망, 허영심이던 충실해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은 배우는 완전히 인물의 윤곽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기는 잠깐 동안 다른 삶을 사는 특권이다. 나는 그 특권을 누리려고 늘 노력한다.

글. 이은아 domino@tenasia.co.kr
사진제공.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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