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김민지 PD, 정효민 PD, 김지윤 작가(왼쪽부터)
‘마녀사냥’ 김민지 PD, 정효민 PD, 김지윤 작가(왼쪽부터)
‘마녀사냥’ 김민지 PD, 정효민 PD, 김지윤 작가(왼쪽부터)

사랑 연애 그리고 섹스. 인간을 논하면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국내 예능에서는 이제서야 섹드립, 19금 성적 소재들이 물꼬를 트게 됐지만 실은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대중문화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예술은 일찍부터 인간의 ‘에로티시즘’에 몰두해왔다. 그것이 인간의 가장 여리고도 솔직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역일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가상이라는 외피를 입은 여러 영역의 예술들이 성적인 소재를 꺼내놓고 이야기할 때, 이들보다 더욱 현실과 맞닿아있는 예능이 뒤늦게야 성적 소재들과 손을 잡은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예능은 이 민감한 성적 소재들을 유머 속에 부드럽게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나. 물론, 그것이 값싼 웃음의 소재로 전락해버릴 위험도라던가 현실과 더 맞닿아있기에 오히려 꺼내기가 주저되는 마음들이 있었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 우리의 예능 속 섹드립들은 조심스럽게 사뿐히 그들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남들이 먼저 다룰까 재빨리 선두의 영역을 낚아채버린 JTBC ‘마녀사냥’의 제작진(정효민 PD, 김지윤 작가, 김민지 PD)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인간의 가장 솔직한 영역에 남들보다 먼저 침범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왜 없었겠냐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미소에는 남들보다 더 유쾌하고 건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어려있었다.

Q. 처음에 남자들의 여자 이야기와 함께 ‘마녀사냥’이라는 타이틀을 들었을 때는 뭔가 했다. 실은 ‘마녀사냥’이라던가, 이 프로그램의 코너 제목이기도 한 ‘마녀재판’은 모두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나. 굳이 이 제목을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
정효민 PD : 히스토리가 있다. 처음 기획할 때 가제는 ‘섹쇼’였다. 그러나 실제 방송에 올릴 수는 없는 제목이라 좀 더 호감가면서 귀여운 ‘빨간 라디오’로 제목을 바꿨다. 그러나 회사 쪽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장년층에서는 ‘세다’는 의견이 많더라. 다른 제목을 찾아야 했고, 그 때 했던 생각은 ‘섹스’뿐만 아니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여자들의 주요 관심사이긴 하지만 남자들의 관심사는 아니니까 그것을 유도할 수 있는 제목이 돼야한다는 것?
김민지 PD: 애초에 의도는 연애가 아니라 여러 소재로 (성적) 드립만 계속 하려고 했었는데, 연애로 수위를 낮추게 됐고 그러다보니 방향이 달라졌다. 남자들끼리 여자이야기를 하며 낄낄대는 코드로 바꾸자 하다가 제목이 이렇게 결정됐다.

Q. ‘SNL코리아’가 있긴 했지만, 토크 속에 섹드립을 다루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먼저 한다는 것에 있어 우려되는 부분은 없었나.
김민지 PD : 처음에는 엄마친구들이 보면 어떡하나 했다(웃음).
정효민 PD : 장모님이 보시면 어쩌지 생각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급박했다. 누군가 하기 전에 꼭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예능에서도 ‘섹스’를 아예 안 다룬 것은 아니었지만, 미혼의 성, 그것도 미혼여성의 성은 건드리지 못한 영역이었다. 기껏해봐야 중년들의 질퍽한 수다 정도 아니었나.

Q. 수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앞으로 차차 높여갈 계획인가.
정효민 PD : 충분히 높지 않나요?(웃음)

Q. 여자들이 보기에는 높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평소 자신들이 하는 이야기의 반도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김지윤 작가 : 여자들은 ‘이런 이야기까지 이제 할 수 있구나’라며 속시원해하는 분위기인데, 남자들은 우리 MC들을 보고 기대치가 높았던 것 같다(웃음). 제작진으로서는 그 사이 선을 잘 타야할 것 같다.
정효민 PD : 똑같은 이야기도 1회 때 하느냐 10회 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술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1차 때 그 이야기를 하느냐, 다 취한 3차 때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딱 그 사이에 있는 것이 적당한 것 같다는 판단도 한다. 아직은 진행되는 것을 봐야할 것 같다.
김지윤 작가 : 살짝 아쉬운 감이 있는 것이 계속 보게되는 이유 아닐까?

‘마녀사냥’ 김민지 PD, 김지윤 작가, 정효민 PD(왼쪽부터)
‘마녀사냥’ 김민지 PD, 김지윤 작가, 정효민 PD(왼쪽부터)
‘마녀사냥’ 김민지 PD, 김지윤 작가, 정효민 PD(왼쪽부터)

Q. 프로그램이 19금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이 건강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은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었다. 여기엔, MC들의 공헌도 큰 것 같고.
정효민 PD :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한 지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10년 째가 됐어도 제대로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면 호감도가 높은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우리 MC들을 섭외했다.

Q. 특히 ‘겨털’ 예비신부 사연의 해결은 지금 생각해도 좋다. 자극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남자의 입장, 여자의 입장을 두루 들어볼 수 있는 동시에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으로서 합리적인 판단까지도 할 수 있게끔 MC들이 정리를 하더라. 결국 젊은 층의 성의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착하게 뻗어나갈 줄은 정말 몰랐지만 말이다(웃음).
김지윤 작가 : 사실 늘 (신)동엽 오빠가 ‘이제 이런 이야기는 꺼내놓고 해야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의도하고 움직인 것은 결코 아니다(웃음).

Q. 젊은 방청객이나 이원중계에 참석한 이들이 속시원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세태도 신선했다.
김지윤 작가 : 그건 정말 MC들의 힘같다. 이들 모두가 내 이야기를 터놓고 싶은 사람아닌가. 또 그들 자체도 솔직하고 없는 소리를 못한다.

Q. 참, MC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거리낌이 없어 좋더라. 연애에 대한 사연을 소개하며 결국 MC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가장 솔직한 사람은 누구인가.
김민지 PD : 우리 MC들 중에 허지웅 씨가 가장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분은 솔직한 것이 장점이다. 사석에서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처음에 예상한 것도 허지웅 씨가 가장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성시경 씨도 장난아니다. 첫 회에 이미지 걱정했던 샘 해밍턴 마저도 이제는 난리다. 신동엽 씨가 이분들 수위 정리하느라 바쁘셨다(웃음).
김지윤 작가 : 가끔은 무서울 때도 있을 정도다(웃음). 그러나 섹드립은 마무리가 중요한 것이 마무리 한 방으로 방송에 나가느냐 안나가느냐가 결정되는데, 정말 기가 막히게 잘 해주신다.

Q. 성시경은 정말 이 프로그램의 ‘신의 한수’였다. 섹드립 신동인데, 본인은 부정하더라(웃음).
정효민 PD : 시경 씨가 지상파에 그것도 KBS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에 나와서 ‘왜 사람들이 방송에서 섹스를 섹스라고 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보고 이 사람은 되게 솔직한 사람이고 그것을 TV에서도 이야기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편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김지윤 작가 : ‘강심장’을 하며 (성시경을) 만났는데, 말을 하는 느낌도 다른 이들과 달랐고 거부감없이 편안하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더라. 우리가 흔히 아는 발라더의 느낌과는 또 다른 그런 면이 있었다. 그러면서 또 순수한 분이기도 하다(웃음).

Q. 발라더의 이미지를 못된 동네 오빠로 전환시킨 것에 대해 책임감은 느끼지 않나(웃음).
김지윤 작가 : 죄책감이 있을 법도 했지만, 본인이 워낙 즐거워하시니까(일동 빵터짐).
정효민 PD : 다만 회사(소속사)는 노심초사한다.

Q. 성시경은 사연을 읽을 때 선보이는 연기마저도 잘 하더라. 표정을 보면 완전히 몰입해 있다.
정효민 PD :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표정이 궁금했다. 막상 보니 정말 굉장했다(웃음).

정효민 PD
정효민 PD
정효민 PD

Q. 반면, 허지웅의 콩트 연기에는 몇 점을 주겠나.
정효민 PD : 본인은 연기경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가지고 한다(웃음).

Q. 사연을 말하다 항상 이야기는 새버린다. 하지만 그게 또 굉장히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김지윤 작가 : 다행인 것이 해결책을 바랄까봐 걱정이 되긴 했다. 하지만 우리 의도는 해결은 확실히 아니었다. 연애에 어떤 명백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나. 잘 들어주고 자기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쩌면 더 정답이 될 수 도 있다.

Q. 사연을 보낸 이들이 해결책을 듣고는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김지윤 작가 : 사연을 보내는 분들은 ‘아! 대박!’ 이러며 굉장히 좋아하며 듣는다. 나중에는 이들의 후일담을 모아 기획해볼 의도도 있다. 기대가 된다. 그러나 살짝 걱정이 돼 AS를 해주겠다고는 했다(웃음).

Q. 사연은 많이 들어오나.
김민지 PD : 사연도 그렇지만, 방청신청도 엄청나다.
김지윤 작가 : 겨털 예비신부의 사연같이 민감한 사연도 메일로 오곤 한다. 물론 그 사연은 당사자가 익명으로 해달라고 하긴 했다. 그 사연의 주인공이 녹음을 해서 보내왔다.

Q. 아, 녹음을 사연 주인공이 직접 하는 게 맞았나보다. 궁금했던 부분이었는데.
김지윤 작가 : 사연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재미있고 또 귀엽다. 보내주신 분들 파일명이 ‘녹음9′, ‘녹음10′ 이렇다. 10번 녹음하신거다. 또 어떤 분은 여러 버전을 녹음해 골라서 쓰라고도 하신다.

Q. 이원생중계의 반응을 보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처음과 지금이 상당히 다르다. 뿌듯하겠다.
김지윤 작가 :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에 설치해두고 갑자기 TV 속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는 콘셉트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준비한 코너다. 어떤 준비된 상태가 아니기에 요즘 사람들의 날생각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뭐지?’하는 반응이긴 했다(웃음).

김지윤 작가와 김민지 PD(왼쪽부터)
김지윤 작가와 김민지 PD(왼쪽부터)
김지윤 작가와 김민지 PD(왼쪽부터)

Q. 게스트들의 활용도 궁금하다. 앞으로 섹드립 신동을 발굴해내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는 기대도 크다.
김지윤 작가 : MC들이 즐겁게 재미있게 자기들이 서로 즐겁게 하고 있다. 관리 안되는 웃음이 터지는 순간들도 많고 그것이 우리의 힘이다. 또 어린친구들 중에도 섹드립 강자들이 많지만 소속사의 관리가 장벽이다(웃음).
정효민 PD : 마치 ‘무한도전’ 초기처럼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다.
김민지 PD : 많은 배우들이 19금 연기에는 열려있는데 이제 예능으로 와주시길(웃음)

Q. 금요일 밤 11시 편성 시간대는 만족하고 있나.
김지윤 작가 : 처음에는 정말 ‘슈퍼스타K’만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전쟁이더라(웃음).
정효민 PD : 하지만 금요일 밤에 보기에 적합한 프로그램같다.

Q. 지상파 쪽 반응은 어떻던가.
정효민 PD : 찔끔찔끔 문자가 온다. 지상파에서는 아직은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런 점에 대한 ‘부러움’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무튼 그런 반응(웃음). 지상파에서는 아무래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하기에는 아직 벽이 높다. 물론 우리는 낮은 시청률이라는 장벽이 있고.

Q. 여전히 온 가족이 보는 프로그램이 목표인가(웃음).
김지윤 작가 : 의외로 그렇게 보는 집이 있더라(웃음).
정효민 PD : 딸과 엄마가 같이 보는 집이 많다.
김민지 PD : 이번에 명절에 온 친척이 모여 맥주마시며 본 사진을 보내주신 분도 있다. 신기하더라.
김지윤 작가 : 좋은 것은 보신 분들 소감이 하나같이 우리 MC들과 함께 수다떠는 느낌으로 맥주 한 잔 놓고 본다고 하더라.

Q.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혹시 없나.
김민지 PD : 연애 뿐만 아니라 남녀의 시각차이, 남자들이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인만큼 확장될 수 있는 영역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효민 PD : ‘야심만만’도 굉장히 오래 연애를 가지고 이야기했었다. 좋은 선례가 된다.
김지윤 작가 : 다르게 풀어낼 수 있는 여지는 많은 소재인 것 같다.

Q. 마지막 질문, MC들 중 연애를 가장 잘 할 것 같은 이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정효민 PD: 난 허지웅!
김민지, 김지윤 작가: 응?! 왜?!
정효민 PD: 아닌가?(웃음)
김민지, 김지윤 작가 : 기준이 ‘잘’ 인가요? 아니면 ‘많이’ 인가요? 뭐 어쨌든, 우린 신동엽! 그분은 정말이지 타고난 것 같다.

Q. 이런, 끝까지 성시경 씨가 안나오네요(웃음).
일동 : 헛!(웃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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