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
백년의 유산
MBC 주말특별기획 <백년의 유산> 35회 2013년 5월 4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방회장(박원숙)은 가식적인 모습으로 채원(유진)에게 다가가 다시 며느리가 되어달라고 한다. 한편 효동(정보석)의 마음을 얻으려던 세윤(이정진)은 공사 현장에서 상한 음식을 맛을 모른 채 먹고 식중독에 걸린다. 맞선 자리에 나간 기옥(선우선)은 결국 강진(박영규)을 잊지 못해 팽달(신구)의 땅문서를 훔쳐 강진에게 프로포즈를 한다. 곧 잡힌 기옥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은 그 동안 100억짜리 유산으로 알고 있던 땅이 가문의 것임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리뷰

<백년의 유산>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 중 하나는 드라마의 중요한 갈등을 만들어 내는 ‘멜로’ 라인에 있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주인공들의 ‘멜로’가 주된 갈등이 되는 미니시리즈가 아닌 주말 가족극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다. 중반부에 이르기까지는 그 흔한 ‘본부장’ 타이틀을 달고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던 남자 주인공 세윤이 그러했고, 세윤의 저돌적인 구애에도 흔들리는 모습도 없이 굳게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채원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전형적인 코드를 안고 있는 캐릭터들임에도 불구하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을 이들은 전혀 갖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그 고질적인 문제점은 강진와 기옥 캐릭터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극의 갈등을 이끄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많은 나이차이를 극복하고도 멜로를 형성해야 하는 만큼 강진과 기옥의 경우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 시켜야 하는 케이스다. 상대적으로 세윤과 채원, 철규와 주리가 전형성을 외피로 이런 캐릭터의 매력 없음을 감출 수 있었다면 강진과 기옥은 이러한 포장물 없이 순수하게 캐릭터의 힘으로 시청자들을 설득시켜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강진과 기옥은 전혀 캐릭터의 명분이나 진정성 없이 기계적인 상황에서 엮여 들어가고 있고, 결국 전혀 이들 커플이 매력적이지 않음은 물론 극에 큰 의미가 없게 느껴지는 사족 같은 역할에 불과한 상황이다. 기옥이 강진에게 매력을 느끼는 과정은 극 중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것처럼 터무니 없고, 이는 강진 또한 마찬가지. 그리고 이들이 얼마나 매력이 없는 캐릭터인지는 기옥이 팽달(신구)의 ‘100억짜리 땅문서’를 스스럼 없이 가져다 놓을 때 여지없이 드러났다. 아무리 기옥이 순수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강진의 마음을 얻고자 땅문서와 함께 프로포즈를 한다는 것은 그 동안 숱한 우연과 억지를 반복해 왔던 <백년의 유산>이라고 해도 쉽사리 납득할 수 업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강진과 기옥이 쌓아온 매력과 역사가 부재한 이상, 이 상황은 그 누구라 해도 추후 사건을 위한 기계적인 진행에 불과했다.

이처럼 날 것의 캐릭터가 드러난 상황에서, 극단적인 증오 없이는 어떠한 캐릭터 제조도 불가능했던 <백년의 유산>의 허점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멜로를 이끌어 나가야 할 인물들에게는 역사와 매력이 부재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아 올라간 그 어떤 갈등도 ‘전투력’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인물들의 증오와 팽달 가족이 보여주는 ‘시트콤 가족’의 힘이 그나마 극의 활력을 잡아주는 유일한 요소일 뿐이다.

수다 포인트

- 강진에게 청혼하는 기옥의 대사에서 차라리 ‘얼마면 돼?’가 나왔더라면…
- 주리는 몇 주째 한,두씬으로 연명. 이러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건가요…
- 폭력적인 드라마에 출연 중인 이정진 씨, 평화를 비는 분이 혼자는 아닐 겁니다. 너무 외로워 마세요.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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