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의 서>, 야심찬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MBC <구가의 서> 5회 2013년 4월 22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조관웅(이성재)이 보낸 자객이 만든 환영과 싸우던 여울(배수지)과 강치(이승기). 강치는 칼에 맞을 위험에 처한 여울을 대신해 팔로 칼을 막아내 여울을 살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박무솔(엄효섭)은 담평준(조성하)으로부터 이순신(유동근)을 소개받는다. 이순신은 무솔에게 왜란을 대비한 군자금을 대 줄 것을 요청하고, 무솔은 이순신이 만들고자 하는 배를 만들 수 있는 군자금을 대기로 결정한다. 한편 조관웅은 무솔을 역모로 몰아 붙일 계획을 세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무솔은 강치를 대신해 칼을 맞고 생을 마감하고, 그 모습을 본 강치는 구미호의 본 모습을 드러낸다.

리뷰
2회가 신화에 가까운 판타지였고, 4회까지가 가벼운 톤으로 퓨전 사극의 톤을 강화하며 젊은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잡아준 시기였다면, 5회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던 사극을 한층 현실로 끌어내리며 이야기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기점을 마련한 한 회였다. 이순신(유동근)이 등장해 ‘임진왜란’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실제 역사의 이야기와 접점을 만들었고, 군자금이라는 형식을 통해 거상 박무솔(엄효섭)과 강치(이승기) 사이의 연결고리까지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조관웅(이성재)의 음모가 더해지며 대를 이은 트라우마가 강치에게 더해졌다.

그리고 시작된 강치의 각성은 긴 서사의 출발을 알렸다. 영웅의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웅을 움직이게 하는 트라우마이며, 이를 통해서만 영웅이 각성할 수 있듯 실제로 강치는 아버지와 동일시 했던 무솔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 비록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아버지이지만 친아버지와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 무솔 모두를 죽음으로 이끈 조관웅에게 본능적인 분노를 가진 강치는 반인반수로서 본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극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트라우마는 결국 강치를 새로운 세상에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이에 무솔의 의지가 더해져, 거부했던 이순신(유동근)과의 인연을 다시 이어갈 수 밖에 없는 끈으로 만들었다. 강치와 이순신의 인연은 중반부 이후 이야기의 주요 서사가 될 왜란 이야기를 풀어갈 중요한 기점이 되기도 했다.

캐릭터 설명을 위한 3,4회가 호기심을 자극하며 숨을 고르는 때였다면 5회는 멜로와 액션, 그리고 역사가 담긴 서사까지 동시에 진행시키며 다소 숨이 가쁘게 진행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덕분에 몰입도는 높아졌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가지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강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버렸고 시청자들은 다소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이순신과 여타 인물들의 등장과 이야기의 진행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방대한 이야기들을 차근히 풀어가기 위해선 전체적인 호흡 조절이 필요한 때다. 그 서사가 이처럼 실제 역사와 혼재된 강렬하고 신화적인 이야기일수록 이는 더욱 그렇다. <구가의 서>가 가진 야심은 이쯤이면 충분히 드러났다. 이제, 이 야심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이들에게 남겨진 가장 큰 과제다.

수다 포인트
- 어느 한 구석에 처박아뒀던 소설 <왜란종결자>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이겠죠…
- 대충 넘어져도 꼭 여주인공 위에 포개지다니… 요즘 사극 아역들은 어찌 그리 잔망스러운지…
- 조관웅이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을 보았나’ 하는 순간… 윤문식씨가 떠오른 건 저 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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