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5월에도 계속된다. 4월에 싸이와 조용필의 신곡 발표가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5월엔 여자 아이돌의 컴백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포미닛과 시크릿이 앨범을 발표했고 이효리는 21일 정규앨범 발표를 앞두고 싱글 ‘미스코리아’를 선공개해 ‘차트 올킬’을 달성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가수들은 가수들의 앨범 발표가 몰리는 시기를 피해 컴백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미니앨범 ‘WILD’로 돌아온 나인뮤지스는 과감히 정면승부를 택했다. 다른 여자 아이돌의 컴백에 위축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나인뮤지스의 색깔을 분명히 해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신곡 발표 전에 공개한 ‘19금 티저 영상’은 이슈를 만들며 일단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나인뮤지스 ‘WILD’ 쇼케이스
나인뮤지스 ‘WILD’ 쇼케이스
나인뮤지스 ‘WILD’ 쇼케이스

8일 오후 2시 청담동의 한 클럽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WILD’를 공개한 나인뮤지스는 타 걸그룹들의 컴백에도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멤버 이샘은 “이전까지는 우리끼리 즐거운 추억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활동했다. 물론 이번에도 그 생각은 변함없지만 조금 더 욕심을 가지고 나인뮤지스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유애린은 “딱히 5월을 겨냥해 나왔다기보다는 이번 앨범 녹음을 하면서 수록곡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빨리 팬들과 함께 듣고 싶은 마음에 컴백을 서두르게 됐다.”고 말했다. 경쟁자들을 고려해 전략을 짜기보다는 나인뮤지스의 색깔이 확실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앞서 발표한 티저 영상에 이어 뮤직비디오까지 ‘19금’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멤버들 모두 아쉬움을 드러냈다. 막내 민하는 “‘WILD’라는 제목처럼 강렬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19금 판정이 나서 속상하다”는 아쉬움과 함께 “무대에서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유애린은 “우린 청바지에 흰 티만 입어도 야하다는 말을 듣는다. 조금만 짧은 옷을 입어도 19금 딱지가 붙는다. 데뷔 초기부터 섹시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나인뮤지스라서 19금 판정이 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아쉬워했다. 경리는 “비슷한 시기에 컴백하는 이효리 선배님을 본받아 선배님과 함께 섹시함의 대표 아이콘이 되는 것이 로망”이라는 소망을 감추지 않았다.

나인뮤지스 ‘WILD’ 쇼케이스
나인뮤지스 ‘WILD’ 쇼케이스
나인뮤지스 ‘WILD’ 쇼케이스

이번 미니앨범의 특이한 점은 나인뮤지스가 데뷔한 이래 최초로 발라드곡이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앨범 마지막에 위치한 ‘사는 사람’은 많이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졌지만 어느 새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여자에 대한 노래다. 리드보컬 혜미는 “이 노래에 한껏 빠져든 상태에서 녹음을 한 것 같다. 실제로 녹음을 할 때, 녹음 후에 노래를 들을 때 운 멤버들도 많다. 최초의 발라드인만큼 우리에겐 큰 의미가 있는 곡”이라고 밝혔다. 경리는 “‘거봐 살아지잖아’라는 가사가 있는데, 특히 이 부분이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 없이도 잘 살고 있는 여자의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아 공감이 가는 노래”라며 기대해 줄 것을 당부했다.

나인뮤지스는 이미 군인들 사이에서는 ‘군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군부대 홍보대사와 군부대 행사는 물론,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예능프로그램 ‘푸른 거탑’에도 출연했고 심지어 쇼케이스를 군부대에서 하기도 했다. 이번 ‘WILD’는 나인뮤지스가 ‘군통령’을 뛰어넘어 보다 다양한 층의 팬들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제공. 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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