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일생]‘남자 예능’을 바라보는 군필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아빠! 어디가?”진짜사나이’, <나 혼자 산다> 방송캡쳐" />MBC <일밤>’아빠! 어디가?”진짜사나이’, <나 혼자 산다> 방송캡쳐

오랜 침체기에 있었던, MBC를 대표하는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인 <일밤>. 두 편의 ‘남자 예능’이 뜻하지 않게 <일밤>을 부활시켰다. 아빠들과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고(‘아빠! 어디가?’), 군대 생활(‘진짜 사나이’)에 카메라를 들이댄 이 두 프로그램이 침체기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일밤>을 구해낼 거라고 어느 누가 예상했을까. 더욱이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 중 하나인 ‘군대’ 이야기 아닌가. 또 자취하는 남자들은 혼자서도 밥을 잘 해 먹을까. 궁금증을 돋게 하는 소재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이런 호기심을 살살 건드려 주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등을 가리지 않고 TV 곳곳에서 남자의 일생을 들여다보고 있다. ‘남자들의 일상’에 여자들의 지지가 상당하다. 허나, 같은 남자가 바라보는 것과 여자가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를 터. 텐아시아 황성운(남), 김광국(남), 박수정(여) 기자가 잠시 기자 타이틀을 내려두고, ‘남자 vs 여자’의 다른 시각을 따져봤다. 참고로 황성운과 김광국, 두 남자는 군필자다.

Q. 시청률을 놓고 봤을 때, 남자들의 일상을 드러내는 소위 ‘남자 예능’이 여자들에게 더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남자들의 삶에 여자들이 궁금증을 느낀다는 의미인데 반대로 ‘여자’를 내세우면 남자들이 호기심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여하튼 왜 ‘남자 예능’이 열풍일까.

박수정 : 어릴 적 ‘팬질’을 할 당시를 떠올려보면, 남자가수와 여자가수의 가십을 대하는 게 극과 극이다. 남자 가수의 열애설이 나오면 ‘그럴 수 있지’ 하는데 여자 가수 열애설이 나오면 물어뜯기 바쁘다. 남자 가수 열애설에도 상대 여자를 물어뜯지 않나. 그처럼 반응이 달라질 것 같다. 또 신체적인 행동반경에 있어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자가 제한이 많은 것도 한 이유라고 본다.
황성운 : 하긴 자연스런 속옷 바람도 힘들테니.
김광국 : ‘아빠! 어디 가?’나 <나 혼자 산다>는 상대적으로 남자가 했을 때 임팩트가 더 있을 것 같다. 상식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청소도 안하고, 정리도 못하고, 빨래도 안 할거라고 보니까. 정리를 해도 남자들이 하면 ‘오~’란 반응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
박수정 : 여자는 잘해도 본전이라면 남자는 잘하면 칭찬받고, 못해도 개성으로 덧씌워지기도 한다. 여자가 못해봐라. 곧장 ‘여자가 돼서… 쯧쯧쯧’ 이런 반응 나온다. 하하.

Q. 그럼 ‘진짜 사나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황성운 : 여자들의 지지가 높은데 그 이유가 궁금하긴 하다. 아내하고 프로그램을 보는데 정말 재밌게 본다.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아닌데. 나 같은 경우엔 비교도 하고, 경험에 대한 추억도 있고 하니까.
박수정 : 재미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 신기하단 생각이 먼저 든다. 남자 선배들이나 군대 다녀온 친구들에게 듣던 것을 리얼하게 보여주지 않나. ‘군대리아’처럼. 그런 것들이 신기했다.
김광국 : 공감과 호기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특히 군필자들은 자신의 군 생활과 비교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반면 여자들은 군대라는 게 막연하지 않나. 그들에게 호기심을 주고, 또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황성운 : 시청률 면에서도 엄마 세대가 가장 높다곤 하더라.
김광국 : 엄마들은 자식 군대 보내놓고 걱정 많이 하지 않나. 그런데 알고 걱정하는 것과 모르고 걱정하는 건 분명 다른 차원이다. 그런 점에서 군 생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관심이 갈 것 같다.

[남자의 일생]‘남자 예능’을 바라보는 군필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진짜사나이’" />MBC <일밤>’진짜사나이’

Q. 남자와 여자, 특히 군필자와 여자가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어떤 점을 느낄까. 진짜 리얼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박수정 : 솔직히 처음엔 병영체험 수준에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하루 일과에 맞춰 군대 생활을 보여주지 않나. 여자들에겐 군대는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지 알 수 없으니까.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
김광국 : 여자들로부터 ‘진짜야’란 질문을 많이 하긴 하더라. 근데 군필자들은 부대에 누가 온다고 하거나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안다.
박수정 : 저 역시 계속 확인하긴 했다. ‘바나나 라떼’ 나오지 않나. 진짜 먹어봤냐고? 맛은 어떠냐고? 물어보곤 했다.
황성운 : ‘군대리아’도 마찬가지다. 서경석도 말했지만 굉장히 이상한 조합이다. 그걸 보면서 아내가 진짜 맛있냐고 물어보더라. TV에선 정말 맛있게 먹으니까. 내 기억에 병장 땐 잘 먹지 않았다는 것만.
박수정 : 나중에 안 먹는다는 건 정말 ‘맛있는’ 건 아니라는 뜻인가.
김광국 : 이등병 땐 뭐든 맛있다. 현실과는 조금 다른 논리를 적용시켜야 한다. 군대라는 특수성이 있지 않나.
황성운 : 제대한 사람들도 군복만 입혀놓으면 평소 모습과는 달라지는 게 있다. 하하. 그리고 구체적으로 군대에서의 하루 일과나 훈련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게 100% 날 것이라곤 생각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박수정 : 그건 방송이란 선입견 때문일 수도 있지 않나. 하루 일과, 훈련 등은 리얼 아니냐. 물론 방송이니까 살살 하겠지란 생각은 여자들도 한다. 진짜 다른 게 있나?
김광국 : 몸이 힘든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많다. 아무래도 그런 부분은 표현하기 힘들기도 하겠지만 ‘진짜 사나이’에선 그런 걸 볼 수 없다. 모두 훈훈하다. 그게 정말 리얼일까 싶은거다.
황성운 : 어디에서든 자기와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지 않나. 사회라면 자기와 성격이 잘 맞지 않으면 좀 멀리하기도 하는 등 어느 정도 자기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군대에선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부대원 전부하고 다 잘 맞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박수정 : 너무 훈훈하게 그려지는 면이 없잖다. 그런 점에선 오히려 <푸른거탑>이 리얼이겠다. 과장되긴 해도.
황성운 : 군필자라면 <푸른거탑>의 ‘또라이’ 같은 선임들을 보면서 다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 면만 놓고 보면 시트콤인 <푸른거탑>이 훨씬 더 리얼하다고 할 수 있다.
박수정 : 선임이 후임한테 <스타크래프트>를 종족별로 시키는 게 있었는데 ‘요즘도 계속하는구나’란 댓글이 있더라. ‘진짜 사나이’에서 그렇게 하면 엄마들 난리 나겠다.
김광국 : 국방부 전화기도 불날 듯. <푸른거탑>은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황성운 : 하긴 ‘진짜 사나이’는 다 이병이고, 나머지는 진짜 현역 군인이라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내긴 힘들겠다.

Q. 그렇다면 리얼리티는 어느 정도 될까?

박수정 :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은 군대를 경험한 사람이기에 자신만의 경험과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리얼이니 여부를 따지지만 미필자나 저 같은 경우는 직접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없다. 그래서 이게 날것이란 생각이 드는 거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필요이상의 훈훈함은 리얼에 대한 의심을 들게 하더라.
황성운 : 진짜 ‘리얼’이라고 느낀 부분도 있다. TV를 보면서 ‘아~ 이건 정말 100% 리얼’이다 했던 부분. 바로 가요 프로그램 보고 있는 병사들 모습이다. 멍하게, 넋 놓고 보지 않나. 속된말로 환장한다 환장해!
김광국 : 군대에서 걸 그룹은 신이다. 그래서 CD도 많이 샀던 것 같다. 걸 그룹의 음반 판매량은 군인이 책임진다. 그리고 유행하는 춤이 나오면 그때부터 머리가 아프다. 선임들이 분명 시킬테니까. 하하.
황성운, 박수정 : 하하하.

샘 해밍턴
샘 해밍턴
샘 해밍턴

Q. 캐릭터는 어떤가. 샘 해밍턴이 완전히 떴다.

박수정 : 샘 해밍턴의 경우엔 외국인이란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먹는 것도 귀엽고, 말도 어설픈데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다. 그런 비주얼로 보는 것 같다.
김광국 : 다른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군복을 입혀놔도 연예인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리고 ‘리얼’을 표방해도 어디까지나 ‘예능’임을 잊지 말자. 우리는 진짜 군인을 보는게 아니라 연예인을 보는거다.
황성운 : 그래도 미르를 보면서 짠하긴 하더라. 어떻게 보면 유일하게 군대를 가야할 입장 아니냐. 그래서인지 그 마음이 전해지더라. 총 들고 겁먹어 하는 모습이나 이런게.

Q. ‘아빠! 어디가?’로 넘어가보자.

박수정 : 처음 만든다고 했을 때 <1박2일>과 <붕어빵>을 섞어 놓은 게 아닐까 싶었다. 근데 아이들이 천진난만함이 예상을 빗나가게 했다. 웃음소리 자체도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더라. 윤후와 지아의 러브라인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김광국 : 아이들이 절반은 먹고 들어갔다. 카메라 의식을 잘 안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리얼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양육법도 보게 된다. ‘아빠! 어디가?’를 보면서 어떤 아빠가 되야겠다, 뭐 그런 생각.
황성운 : 나는 입장이 다르다. 예를 들면, 내 아들과 TV 속 아이들이 유사한 행동을 보였을 때 TV 속 아빠들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런 것들도 보게 된다. 또 나중에 내 아이가 좀 더 크면 저런 건 같이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고. 특정지어 어떤 아빠를 본받겠다가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하나씩 대입시켜본다고 해야 할까.
박수정 : 저는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저렇게 아빠랑 여행을 갔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한 번 더 전화도 하게 되고. 순간순간 의미를 만드는 것 같다. 별거 아닌데 아빠랑 함께 하니까.
황성운 : 피곤할 때도 있다. 자꾸 압박이 들어온다. 좋은 모습이 나올 때면 TV 속 아빠들처럼 하라고. 게으르고, 신경 안쓰고 이런걸 닮으라고 하진 않잖냐.
김광국 : <우리 결혼했어요> 초창기 때 알렉스가 남자들의 공분을 샀던 것처럼.
박수정 : 하긴 대부분 아빠들은 그렇게 못한다. 그걸 알면서도 부러운 모습을 너무 보여주기도 한다.
김광국 : 거기 나오는 아빠들도 다른 아빠를 보면서 제2의 사회화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른 아빠들의 다양한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것 아니냐.
박수정 : 어찌됐든 최대 수혜자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인 것 같다.
황성운 : 그래도 분명 민감한 부분은 있다. 아이들이 대중에 노출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불행’일 수도. 제작진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

[남자의 일생]‘남자 예능’을 바라보는 군필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나 혼자 산다’" />MBC <일밤>’나 혼자 산다’

Q. <나 혼자 산다>는 어떤가. 남자가 자취한다는 거? 궁금할까 싶었는데 요즘 이것도 반응이 꽤 괜찮더라.

박수정 : 제목은 <나 혼자 산다>지만 가만 보면 외로움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다. 같이 해야 더 좋은 느낌이랄까. 여행도 혼자 가면 외롭고, 처음에는 어색하고 귀찮은데 없으면 허전하고. 어느 순간엔 그런게 부각되더라.
김광국 : 혼자 여행 가기, 친구집 놀러 가기, 봄맞이 자기 집 꾸미기 등 미션들이 생활을 하면서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인위적이진 않다. 의도하지 않은 효과로 외로움이 강조된 캐릭터도 있지만 핵심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 아닐까. 남자가 혼자 산다고 하면 요리도 안하고, 집을 개판해놓고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근데 막상 다르기도 하고.
황성운 : 그런 면에선 <인간의 조건>과도 비슷하다.
박수정 : <인간의 조건>은 약간 특별한 미션이라면 <나 혼자 산다>는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미션이다. 그것을 통해 개인마다 살아온 방식을 보여주지 않나. 그런 점에선 좀 다르다.
김광국 : 공감의 문제다. 소소하게 살아가는 모습들이 ‘공감’을 주더라. <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와는 다른 지점이 분명히 있다.
박수정 : 연예인이 사는 집을 보여주는 것도 흥미롭긴 하다. 그리고 서인국, 여자들이 보면 좋아할 것 같은 행동을 많이 한다. 이 역시도 평소 이미지가 덧입혀지니까.
김광국 : 하긴. 연예인도 사람이구나. 이미지로는 안 그럴 것 같은데라고 말하기도 하고.
황성운 : 개인적으로 공감이 안된다가 아니라 공감하고 싶지 않다. 무슨 말이냐고. 옛날 자취했던 기억을 떠올리기 싫다. 하하.

정리.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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