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들은 만능이어야 한다. 우선, 20대의 금쪽같은 시간인 2년 동안 나라를 지키는 든든한 군인이 돼야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한 집안의 가장이 되면 남편은 물론 아빠 역할까지 해내야 한다. 혼자 살면 또 혼자 사는 대로 냄새나는 홀아비 취급하는 주위의 시선과 싸워야 한다. ‘만능’이 되어야 하지만 어딘가 어설픈 모습이 재밌어서일까? ‘남자들의 예능’이 화제다.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그리고 MBC <나 혼자 산다>는 아빠, 군인, 독거남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예능 프로그램 속 인물들의 모습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저마다의 장점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만능이 돼야 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을 위해 예능 속 인물들을 조립하여 완벽한 남자를 만들어 봤다. 이른바 <남자 조립 설명서>다.

@ 완벽한 군인, MBC <일밤> ‘진짜 사나이’

[남자의 일생]〈남자 조립 설명서〉, 예능 속 완벽한 남자


완벽한 군인 완성 모습" /><남자 조립 설명서> 완벽한 군인 완성 모습

1. 이름 : 박훈인
2. 나이 : 만 23세
3. 취미 : 음악프로그램 시청
4. 특기 : 냉동튀김 전자렌지에 돌리기
5. 좋아하는 것 : 걸그룹, 군대리아
6. 싫어하는 것 : 아침
7. 합체 모습

머리(김수로) : 사회와 단절된 군 부대에서 2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나면 머리가 리셋될 거라는 생각들을 한다. 하지만 군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머리를 쓸 필요가 있다. 항상 선·후임간의 관계를 생각하고 내가 맡은 일이 무엇인지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최고령인데다 아픈 곳도 많은 김수로가 ‘FM병사’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던 건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머리로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서경석) : 그렇다고 잔머리만 굴렸다가는 뺀질뺀질한 놈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전우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쉬운 일을 찾아 쏙 빠지는 ‘밉상’은 군대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기 힘들다. ‘명령 불복종’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논란을 만들긴 했지만 서경석은 머리보다는 가슴의 동료애를 보여줬다. 국방부 시계는 느리게 간다지만 그래도 시계바늘을 조금씩 움직이는 건 동고동락하는 전우들과의 우정이다.

손(류수영) : 단순히 몸만 쓰는 것이 군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섬세한 손재주가 필요할 때도 많다. 류수영은 주특기로 부여받은 박격포 훈련에서 탄약수 역할을 맡았다. 위험할뿐 아니라 정교하게 포를 밀어넣어야 하는 탄약수로서 류수영은 침착하게 훈련에 임해 모든 포를 명중시켰다. 이발 솜씨도 빼놓을 수 없다. 휴가를 나가는 선임병들은 물론 중대장의 이발까지 맡아 임무를 완수했다.

목(손진영) : 반면 ‘한번 구멍은 영원히 구멍’이란 말을 몸소 실천하는 손진영같은 군인도 있다. 간부들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시종일관 장난스런 태도로 일관하는 손진영은 아슬아슬하다. FM병사 김수로가 항상 손진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가수로서의 특기를 살려 구멍을 어느 정도는 메운다. 군대에는 훈련 잘 받고 재빠른 병사도 필요하지만 손진영처럼 한 평짜리 노래방을 클럽으로 만들 수 있는 ‘놀 줄 아는 남자’도 필요하다.

발(미르) : 선임병들의 사랑을 받기 위한 무기는 또 있다. 신병이 들어오면 선임들이 꼭 묻는 것이 ‘누나나 여동생 있어?’다. 여자 형제가 없는 병사들은 아는 친구라도 소개시켜줄 수 있도록 발이 넓어야 한다. 미르에겐 예쁜 누나도 있을뿐더러 엠블랙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여자 아이돌 인맥이 있다. 누구보다 긴장된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던 미르가 선임들의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씨스타 보라의 전화번호 덕분이었다.

배(샘 해밍턴) : 노래도 못하고, 아는 여자도 많지 않고, 이해력도 딸리고, 눈치도 없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군대에서 남는 음식은 막내 앞에 놓여지고, 그걸 처리하는 건 막내의 몫이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선임들이 사준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된다. 관등성명 대는 것도 벅찼던 샘 해밍턴이지만, 쉴새없이 뽀글이, 바나나 라떼, 냉동튀김을 흡입하는 그라면 오랜만에 선임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는 기회다.



@ 완벽한 독거남, MBC <나 혼자 산다>

[남자의 일생]〈남자 조립 설명서〉, 예능 속 완벽한 남자
, 완벽한 독거남 완성 모습" /><남자 조립 설명서>, 완벽한 독거남 완성 모습

1. 이름 : 독고남
2. 나이 : 만 35세
3. 취미 : ‘무지개’ 명예 회원들과 수다 떨기
4. 특기 : 혼자 시간 보내기, 배달음식 시키기
5. 좋아하는 것 :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따스함
6. 싫어하는 것 : 회식 자리 없이 일찍 집에 들어가는 것
7. 합체 모습

머리(노홍철) : 깔끔한 라이프를 추구하는 ‘무지개’의 마스터.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멤버들을 독려하면서 ‘무지개’ 회원들 간의 관계형성을 돕는다. 자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의 끈도 놓치지 않는다. 감성적인 사람 같지만 사실 무척이나 냉철하다. 혼자 사는 남자가 냉정한 판단력을 잃는 순간, 삽시간에 ‘자기연민의 늪’으로 빠져든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일까. 완벽한 ‘독거남’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얼음처럼 차가운 판단력이 필수적이다.

가슴(이성재) : 반려견 ‘에페’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도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정도로 심플한 라이프를 지향하는 이성재. 귀찮은 것은 절대 못 참는 듯 보여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든 하고야 만다. 게임을 좋아하고 밤마다 광선검을 갖고 노는 그의 가슴 속엔 젊은이들 못지않은 뜨거운 열정이 가득하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생활하는 딸과의 영상통화에 봄철 만개한 목련 같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딸바보’아빠다.

팔1(김태원) : 번데기로 연명하는 기러기 아빠. 그에게 음악은 생계 수단이자 존재 이유이다. 눈이 어두워 청소는 잘 안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시도 때도 없이 기타를 연주한다. 낚시터에서 하루를 보내며 물고기가 아닌 음율을 낚겠다고 말하는 모습에선 프로의 모습이 엇비치기도 한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혼자 사는 남자의 필수 요건 중 하나가 아닐까?

팔2(김광규) : 자취경력 15년의 노총각. 자기계발을 꾸준히 한 덕분에 수준급 요리 실력과 뛰어난 살림능력을 갖췄다. 음식물 쓰레기를 냉동실에 보관하는 모습에선 장인정신까지 느껴진다. 혼자 떠난 여행, ‘심혜진의 스카프’와 같은 반려자를 찾으려 기차에 올랐지만 남은 것은 숙취뿐이었다. 혼자 살지만 품격 있는 삶을 꿈꾸는 그는 오늘도 일등 신랑감으로 자신을 갈고 닦는다.

배(데프콘) :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은 혼자 사는 남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등쌀에도 꿋꿋이 음악작업을 하며 돈을 모아온 데프콘. 홀로 떠나는 제주도 여행길에선 1일 7식을 감행하며 폭발적인 식욕을 자랑했다. ‘제주도 먹방’을 선보인 그의 여행에선 타인의 빈자리가 느껴질 틈이 없다. 잠자리에 들기 전 광어회 한 접시를 뚝딱 비워내는 그의 모습은 솔직해서 더 정감이 간다.

다리(서인국) : 울산에서 상경한지 어느덧 7년차. 깔끔한 비주얼과는 달리 특유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쓰레기더미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도 역시 젊음은 속일 수 없다. 혼자 캠핑을 떠날 정도로 활동적이고, 아직은 연애보다는 일이 더 좋을 만큼 정력적이다. 젊지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온 굳건한 두 다리는 완벽한 독거남에겐 필수적인 조건이다.



@ 완벽한 아빠. MBC <일밤> ‘아빠! 어디가?’

[남자의 일생]〈남자 조립 설명서〉, 예능 속 완벽한 남자
완벽한 아빠 완성 모습" /><남자 조립 설명서> 완벽한 아빠 완성 모습

1. 이름 : 어부지
2. 나이 : 만 41세
3. 취미 : 각종 아웃도어 브랜드 섭렵하기
4. 특기 : 아들, 딸 안아주기
5. 좋아하는 것 : 아들, 딸의 ‘사랑해’
6. 싫어하는 것 : 아들, 딸이 투정부릴 때
7. 합체 모습

머리(김성주) : 김성주는 교육열이 대단하다. 아들 민국이에게 여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택시 기사에게 펜까지 빌려가며 지도를 그렸다. 청량산에서 역사탐험을 할 때나 제주도에서 해산물을 공부할 때에도 김성주는 끊임없이 민국이에게 질문을 던졌다. 민국이가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때 아빠는 한숨을 쉬기는 해도 결코 아들을 구박하지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이끈다.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기본 지식이 없다면 함부로 시도하지 못하는 똑똑한 아빠의 육아법이다.

가슴(성동일) : 성동일은 휴일에 아이들과 놀기보다 잠을 더 자고 싶어 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항상 피곤한’ 아빠다. 그는 첫 번째 여행 때 아들 준이와 대화하는 것도 어색해 했고 다음날 늦잠까지 잤다. 그러나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남들 부럽지 않다. 다만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어색할 뿐이다. 여행을 통해 조금씩 변한 성동일은 이제 애정표현도 하면서 때로는 엄하게 아이를 다룰 줄 아는 아빠가 되었다. 누구보다 자녀를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을 품은 성동일이다.

팔(송종국) : 송종국은 대한민국 대표 딸바보 아빠다. 딸 지아를 혼내다가도 딸이 울음을 터트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딸 달래기에 급급하다. 항상 딸이 춥지 않을까,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딸의 남자관계(?)마저도 질투한다. 청량산 등반 때 지아를 안고 정상까지 올랐던 사건은 송종국을 국가대표 딸바보에 등극하게 했다. 그 ‘팔힘’의 원천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체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배(윤민수) : 윤민수는 다섯 아빠 중에서 아들과 가장 잘 놀며 농담도 능숙하게 주고받는다. 또 그는 병원놀이, 김밥말이, 윗몸일으키기 등을 통해 윤후의 통통함을 놀리는 개구쟁이 아빠다. 아들이 눈길에서 넘어져도 걱정하기보다 친구처럼 “그럴 줄 알았어”라며 놀린다. 끊임없는 대화와 놀이를 통해서 윤후의 통통한 배와 먹방 신드롬을 이끌어 낸 것은 윤민수의 능력이다. 아들의 매력을 발견하고 꺼내는 아빠야말로 진짜 보배다.

다리(이종혁) : 이종혁은 결코 아들 준수에게 화를 내거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준수가 혼자 한글을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준수가 공부에 의욕이 없어도, 예절교육을 거부하고 결국 잠이 들어도 이종혁은 그냥 받아들인다. 준수가 씻고 싶지 않다고 잠투정을 부려도 호통을 치려다가 웃고 만다. 이종혁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길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다. 개성을 존중하고 아이의 버팀목이 되어 응원하는 든든한 아빠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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