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엄마처럼 살지 않을거야!”

어쩌면 세상의 모든 딸들이 한 번쯤 엄마에게 외쳤을 법한 이 절규. 엘렉트라 콤플렉스(유아기 여아가 아버지를 선망해 어머니에게 살해욕구를 느낀다는 융의 정신분석 이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도돌이표 인생에서 탈출구를 찾고 싶어질 때, 나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벗어나고플 때, 한 때는 한 몸이었던 제 ‘껍데기’에게 늘어놓는 푸념에 더 가까울 터.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법도 하다. 무뚝뚝하고 일 밖에 모르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이상적인 존재는 아니다. ‘아버지와 달리’ 쿨하고 능력있고 다정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십상일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들을 바라본다면? 최근 MBC <일밤>의 ‘아빠?어디가!’ ‘진짜 사나이’,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tvN <푸른거탑> 등 ‘남자의 일생’을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진짜 군 생활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평범한 아버지의 속마음은 어떨까.

[남자의 일생]아들아, 아빠를 닮지마라
" />윤여수의 <아들아, 아빠를 닮지마라>

19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는 윤여수는 최근 펴낸 <아들아, 아빠를 닮지마라>(열린세상)에서 ‘남자의 일생’을 살며 40대 중반에 다다른 아버지의 눈으로 아들에게 솔직담백한 고백을 내놓는다. “영유아기, 질풍노도의 사춘기, 빛나지만 암울했던 청춘의 숱한 실책을 자신의 아이만큼은 반복하지 말았으면”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다. 때로는 영화를 본 뒤의 감상을 담아, 때로는 바이킹을 탄 기억을 되살리며, 때로는 이준익 감독에게 “루저”라는 말을 듣고 꽁꽁 마음을 닫았던 일을 털어놓으며 남자의,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다.

담백하고 성찰적인 문체 덕분일까. 인터넷에서 검색만 해 보면 나오는, 흔한 스타의 가십이나 취재담 대신, 저자는 자신이 일하며 가정을 꾸리며 느낀 점들을 담담히 담아냈다. 잔잔하게 풀어낸 듯 하면서도, 그 안의 힘이 느껴지는 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험난하고 힘겨운 경쟁의 시대. 하지만 내 아버지가 그랬고,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듯, 저마다 그 돌파의 저력은 갖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남들에게 소소한 폐를 끼치고 살지언정, 나 스스로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으면 된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할 줄 알고 배려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대신 자신의 길을 묵묵히 똑바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면 되면 그것 역시 성공한 인생이라 믿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이라고 믿을 만한 명징한 근거가 있다면 그것으로도 아이는 꿋꿋하게 발 딛고 우뚝 선 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아빠!어디가?’의 지아 아빠 송종국이 “이 책은 상처받은 이 시대의 ‘아빠’가 아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말한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