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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5월 18, 19일 오후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현수(연정훈)는 문득 생긴 몽희(한지혜)에 대한 호기심에 몽희가 가진 아픈 상처에 대한 질문을 건네고, 이에 기분이 상한 몽희는 현수에게 화를 낸다. 화를 풀어주기 위해 고민하던 현수는 보석 디자이너의 꿈을 가진 몽희를 지원하려 하고, 두 사람은 한층 가까워짐을 느낀다. 한편 엇나가기만 하던 현태(박서준)와 몽현(백진희)은 서로의 진심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고, 현태는 혼란에 빠진다. 순상(한진희)의 달라진 태도에 서운함을 느낀 현준(이태성)은 순상에게 대든다.

리뷰
꼬인 관계들 속에서 인물들 각자가 감정적 진전을 이뤘다. 현수와 몽희는 ‘1억 짜리’ 계약 관계 속에서도 인간적인 관심과 호감을 드러냈고, 결혼 자체가 신분 상승을 위한 계약과 다르지 않았던 현태와 몽현 또한 감정의 진전을 드러내며 관계 속의 알맹이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계약’이라는 관계 속에서 조금씩 이를 채울 감정들을 드러낼수록 순상의 집안은 더욱 더 혼란 속으로 접어들게 됐다.

흥미로운 것은 대부분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순상 집의 관계가 현대극임에도 사극에서 익히 보아왔던 궁궐 내 여인들의 권력 투쟁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마치 동시간대 방송되고 있는 <꽃들의 전쟁>처럼 <금 나와라 뚝딱!> 속에도 ‘꽃들의 전쟁’은 사극 못지않게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권력에 의해 맺어지는 혼인 관계 속에서도 애정을 빌미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투쟁했던, 우리가 사극 속에서 흔히 보아왔던 궁내 투쟁은 <금 나와라 뚝딱!> 속에서도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유사 왕의 관계에 있는 순상은 유사 중전과 후궁들의 관계로 치환이 가능한 각기 다른 아내와 혼외 관계를 통해 나온 아들들을 마치 왕위 승계를 위한 시험대에 왕자들을 올리듯 후계자 감을 물색하고 있다. 이에 각자 아들들이 보석 회사를 물려받기를 바라는 생모들은 치열한 싸움터에서 밀려나거나 혹은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흥미롭게도 고전 ‘사씨남정기’를 보듯 현수의 생모는 덕희(이혜숙)와 영애(금보라)의 알려지지 않은 음모에 휩쓸려 집안에서 내쳐졌고, 남은 덕희와 영애는 각자의 아들을 앞세워 권력 투쟁을 멈추지 않는다. 이들 집안에서 순상의 마음, 즉 애정은 곧 권력으로 치환되고 이 권력은 보석 회사의 후계자 자리를 보증한다. 계약으로 성사된 권력 관계가 곧 애정과 뒤엉키게 되면서 순상의 심경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이 집안의 갈등은 애정사가 곧 권력사와 동일하게 나아가면서 비극을 자초했던 궁내 권력 암투와 다르지 않게 보인다.

현수와 현준, 현태에 이르기까지 아들 모두는 덕희의 헤게모니 아래에서 암묵적 계약 관계를 맺고 선을 지켰지만, 이들에게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몽희와 몽현으로 인해 이 관계는 새로운 갈등을 유발한다. 우선 현수는 내쳐진 생모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몽희를 이용하지만, 동시에 몽희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갖게 되면서 계약 관계는 혼란에 빠진다. 또한 신분 상승을 이유(그것이 심덕의 뜻이었다 하더라도)로 현태와 결혼을 택했던 몽현 또한 현태에게 인간적인 연민과 애정을 느끼며 이들의 암묵적 혼인 계약 관계 또한 갈등을 유발한다. 여기에 철저히 덕희와 성은(이수경)이 구축해 둔 계약 관계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현준 또한 변해가는 아버지의 애정에 따라 이동하는 헤게모니에 불안감을 느끼고, 여기에 덕희나 성은과는 달리 어쩔 수 없이 핏줄로 연결 된 형제들에게 연민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추가적인 갈등이 유발된다.

이처럼 유사 사극과 같은 <금 나와라 뚝딱!>이 한편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순상 집안의 관계를 다루면서도 상대적으로 답답해 보이는 심덕의 집안에 비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궁중 사극과 다르지 않은 관계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현대판 ‘궁중 암투극’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극을 풀어나갈 것인가. 다만 걱정스러운 것은 결정된 역사가 아니기에 비극으로만 끝날 수 없는 현대극이 장차 이 관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마무리해 낼 것인가 하는 지점이다.

수다 포인트
- 현태 조련을 시작한 몽현. 성은 조련을 시작한 몽희. 정씨 집안 자매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 로코의 정석 ‘동거’와 ‘마트’. 그 중 압권은 ‘파프리카’의 연기 아닐까 싶네요.
- 속을 알 수 없는 순상의 마음. 그 무서운 덕희 여사랑은 어떻게 사셨나 궁금할 따름.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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