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댓시네마] 샘 해밍턴, 연기를 향한 꿈, 남몰래 품어보게 했던 영화들
[올댓시네마] 샘 해밍턴, 연기를 향한 꿈, 남몰래 품어보게 했던 영화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머쓱한 표정으로 나이 어린 선임들에게 꾸중을 듣다가도 250원 짜리 바나나라떼 한 잔에 방긋 웃는 반전 매력의 호주 사나이. 현재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일밤>의 코너 ‘진짜 사나이’를 통해 예능계 샛별로 떠오르고 있는 샘 해밍턴이다.

알고 보면 한국 방송에 정식 데뷔한 지 6년이 넘은 그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명절 특집 방송을 통해서만 가물가물 기억되는 얼굴이었는데, 그야말로 격세지감. 그러나 오늘의 영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샘 해밍턴이야말로 누구보다 준비된 그릇이 아닌가. 뮤지컬 배우이자 캐스팅 디렉터, 방송인으로 활동하던 어머니의 영향 탓에 어린 시절부터 방송에 익숙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호주에서 아역배우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힘들었다고 고백한 재연배우 시절 역시도 오늘의 그를 만든 소중한 경험이 됐다. 현재는 예능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지만 기회만 닿는다면 어린 시절 잠시 꺾어두었던 꿈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욕심 많은 호주형, 샘 해밍턴이 영화 5편을 추천했다. 연기를 향한 그의 열정을 짐작케 할 정도로 그가 추천한 영화들은 넓고 깊다.



[올댓시네마] 샘 해밍턴, 연기를 향한 꿈, 남몰래 품어보게 했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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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증오

1997년 | 마티유 카소비츠

샘 해밍턴: 인종 차별을 말하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처음 보고 마음을 빼앗길 정도로 매력적인 영화였죠. 제가 한국에서 혹독한 인종 차별을 겪었던 것은 결코 아니지만,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하는 영화였죠. 저는 <증오>처럼 킬링타임용 영화보다는 생각을 많이 해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영화설명: 프랑스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과 뱅상 카셀이 호흡한 영화. 특히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은 이 작품으로 199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카소비츠 감독은 자신이 직접 시위에도 참석한, 구 콩고 민주공화국(현 자이르 공화국) 출신 소년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에서 시작된 1993년 폭동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연출했다. 차별, 빈곤, 소외 등 당시 프랑스 사회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투박하지만 사실적인 시선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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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티 오브 갓

2005년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카티아 런드

샘 해밍턴: 리얼한 묘사가 마음에 와 닿은 브라질 영화입니다. 유명한 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기억에 많이 남은 영화죠. 이 영화는 어머니와 함께 본 영화인데, 어머니가 싫어하는 장르였는데도 불구하고 잘 보았다고 말씀하신 작품이기도 하죠. 워낙에 잘 만들어진 수작입니다.

영화설명: 타임지 선정 역대 최고의 영화 100선으로도 뽑힌 <시티 오브 갓>은 브라질의 참혹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에게 버림받아 역설적으로 ‘신의 도시’라고 이름 붙여진 무법의 도시에서 어린 소년들조차도 갱단의 일원이 돼버린 현실을 담았다. 대부분 실제 거리의 아이들인 비전문 배우들이 연기해 사실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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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콜래트럴

2004년 | 마이클 만

샘 해밍턴: 개인적으로는 톰 크루즈가 나온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톰 크루즈라는 배우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작품이었죠. 바퀴 달린 의자를 밟다 넘어지는 장면이 있는데, 벌떡 일어나 쫓아가는 장면이 나왔어요. 제가 보았을 땐 연출된 장면이 아니라 톰 크루즈의 순발력으로 만들어진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 하나만으로 톰 크루즈가 얼마나 노력하고 기민한 배우인지 알게 됐습니다. 게다가 개봉 당시만 해도 기술적으로 진보된 영화라는 평을 얻었던 영화입니다.

영화설명: 미국의 노장 감독이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남성 영화를 고집해온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했다. <콜래트럴>은 소박한 꿈을 갖고 살던 평범한 L.A. 택시 운전사 맥스(제이미 폭스)가 우연히 승객 빈센트(톰 크루즈)를 택시에 태우게 되면서 그의 여정에 동행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톰 크루즈의 배우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작품이면서 코미디 배우로 각인됐던 제이미 폭스의 재발견도 가능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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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간도

2003년 | 맥조휘, 유위강

샘 해밍턴: 워낙 홍콩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간도>는 스토리도 배우도 모두 굉장한 영화였습니다. 홍콩 영화 자체의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색다른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디파티드>라는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는데, <디파티드>는 결코 <무간도>의 느낌을 쫓아가지 못했어요.

영화설명: 언더커버 소재의 대명사가 돼버린 홍콩 느와르 <무간도>는 흑사회 일원으로 잠입한 경찰, 경찰에 잠입한 흑사회 스파이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로, 3부작으로 완성됐다. 양조위와 유덕화 등 유명 홍콩배우들이 총출동했으며 맥조휘, 유위강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홍콩 느와르를 향한 관객의 열망은 90년대 이후 급격히 식었지만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무간도>로 반짝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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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아시스

2002년 | 이창동

샘 해밍턴: 한국영화 중 최고의 작품입니다. 제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연기, 특히 문소리 씨의 연기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경지입니다. 연기자로 그런 배역에 선뜻 하겠다고 나선 의지와 완벽하게 끝마친 열정 모두에 감탄할 수밖에요. 다른 배우들과는 게임도 안 되는 모습이었어요.

영화설명: <오아시스>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교도소에서 살다 나온 홍종두(설경구)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문소리), 소외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창동 감독의 영화다. 무엇보다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여인을 연기한 문소리의 연기가 세계적 찬사를 얻었고 제5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 역시 베니스에서 감독상을 비롯, 국제비평가협회상ㆍ가톨릭비평가상ㆍ이탈리아 영화인이 뽑는 영화비평가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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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샘 해밍턴
샘 해밍턴에게 추천영화를 들려달라고 청하자, 그의 두 눈은 더욱 빛났다. 다섯 편의 영화를 꼽고 나서도 계속 아쉬워하며 그가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들을 끝맺지 못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냥 앉아 시간을 죽이는 영화들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제가 영화를 보는 목적은 분명해요. 두 시간 동안 작품 속에 깊이 빠져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의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고, 또 무엇보다 그 모든 것을 포장해내는 그림이 중요합니다. 카메라의 각도, 배경 등 신 하나하나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 말이죠.” 영화에 대한 벅찬 열정은 이제 꽃피기 시작한 호주 사나이의 미래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까? 사뭇 궁금해지고 또 기대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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