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 진부한 막장 공식을 뛰어 넘다
" />SBS <출생의 비밀>

“‘출생의 비밀’이라는 단어의 본연의 뜻을 찾는 작품으로 만들겠다.”

드라마 시작 전 제작진의 공언은 18회의 여정이 이어지는 동안 작품 곳곳에서 잘 발현됐다. 막장드라마의 공식처럼 여겨진 ‘출생의 비밀’이란 단어가 “인간은 누구나 귀한 생명으로 태어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의미로 재정립되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방송 내내 따뜻한 가족애가 빛나는 드라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해리성 기억장애로 사랑하는 남자와 아이에 대한 기억을 잃은 여자가 다시 가족을 찾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기억을 잃은 여주인공 정이현 역의 성유리는 몇 번씩 역할 변신에 나서고 그녀를 찾아 나선 남편 홍경두 역의 유준상은 애잔한 순애보 연기를 그려냈다.

23일 마지막회 방송에서 이현과 경두 부부는 다시 만나 딸 해듬(갈소원)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성공하고 이현을 질투해 온 이선영(이진)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이현의 논문을 표절해 받은 학위를 반납한다.

형인 최국(김갑수)을 미워하다 치매에 걸린 예가그룹 회장 최석(이효정)은 아이같은 모습으로 형과 다시 만나 잃어버렸던 형제 간의 정을 느끼고 예가그룹의 장남 기태(한상진)는 해듬을 납치하려는 어머니 조여사(유혜리)의 의도를 저지한다.

각 인물들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맺음한 이 작품은 “인간애를 담겠다”는 당초 기획의도를 시종일관 고수하며 한자리수 대 시청률에도 깔끔한 극 전개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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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진정성있는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에 큰 몫을 담당했다.

여주인공 성유리는 이 작품으로 한층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천재이면서도 해리성 기억장애가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시종일관 설득력있게 그려내며 그간 주연 연기자로서는 부족하다는 연기력 평가를 만회했다.

눈물 연기 등으로 뜨거운 부성애를 그려낸 유준상도 극의 중심을 잡아 주는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진한 사투리 연기와 복고풍 패션으로 자칫하면 과할 수 있는 연기 톤을 진정성 어린 눈빛과 표정 연기로 승화해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선사한 것.

악역 연기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 한상진과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적 갈등을 진부하지 않게 표현한 이진, 연기자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갈소원 등 조연 연기자들의 탄탄한 뒷받침도 극을 잘 이끌고 간 요소다.

초반부터 마지막회에 이르기까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완성도를 놓치지 않은 <출생의 비밀>은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주말극 시장에 활력적인 요소를 준 작품으로 남았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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