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그를 향한 시선은 이중적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비겁한 우리들은 그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주류(주류라는 것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는데, 대다수가 선택한 안정적인 길 역시도 주류에 해당한다고 정의하면)와는 다른 편에 놓인 튀는 행보들을 꾸준히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한편, 거친 발걸음을 옮기다 혹시나 상처받을까 염려되는 마음에 이제는 안전한 방식으로 도약하길 응원하는 마음이 교차한다.

실은 이제 겨우 스물여덟살인 청춘. 여전히 불안하고 흔들리고 그러면서 성장해가는, 그러나 공인이라는 거추장스러운 껍데기 탓에 그 불안한 성장통 속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최대한 감춰두길 강요받는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가 SNS를 통해 걸러지지 않은 발언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박수를 치는 한편 불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그가 단정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면 배신감이 일고 말 것이다.

각별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아주 특별한 배우 유아인. 그의 최근작인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와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던 KBS2 <성균관 스캔들>(이하 성스) 두 작품으로 교차된 시선을 풀어보았다.

[대담한 대담] 유아인vs유아인
속 걸오 문재신을 연기하는 유아인" /><성균관 스캔들> 속 걸오 문재신을 연기하는 유아인

<성스>의 유아인 : 유아인은 비주류 일 때, 가장 유아인스러워.

문재신. 그러나 미친 말이란 뜻의 걸오로 더 자주 불렸던 인물. 어린 시절 “자꾸 그러면 버릇된다”는 잔소리를 해대며 시시콜콜 간섭하던 형이 하나 있었는데, 일찍 하늘로 가버렸다. 하나 뿐인 형을 잃은 슬픔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형의 죽음을 이용해 아버지가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것. 그 순간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던 재신은 성균관에 들어가서도 낙제만 세 번. 세상을 향한 분노를 홍벽서로 드러내면서 불안한 청춘을 살아가던 인물.

헝클어진 머리, 엉망진창이 된 의복, 세상에 무관심한 듯 나무 위에 올라가 잠이나 자며 대부분의 낮을 보내고 밤에는 홍벽서가 돼 탐관오리들에게 경고장을 날리는 기백의 걸오 문재신. 유아인의 걸오가 특별했던 것은 걸오와 홍벽서, 그리고 문재신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곧 방황하는 청춘의 표상이었기 때문이며, 걸오가 상처받아 세상과 쌓은 벽을 뚫고 김윤희(박민영)와 이선준(박유천), 그리고 구용화(송중기)와의 관계 속에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한편의 드라마였기 때문이었어. 가장 의지하며 살아가던 존재인 아버지와 형의 서로 다른 모양의 부재 탓에, 어려서부터 홀로 세상과 싸워내야만 했던 그의 치기어린 방식의 소통은 실은 유아인이 대부분의 필모그래피를 채웠던 청춘이라는 이름의 비주류스러운 캐릭터의 연장이기도 했어.

그러나 <성스>는 그의 다른 전작과 다르게 트렌디하면서 상업적이라는 점에서, 유아인의 연기인생에 큰 분기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해. 일부 팬들이 <성스> 이후 너무 유명해져버린 유아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는 한탄을 한 일도 있었지. 어쨌든, 유아인은 <성스>에서는 아직인 비주류의 향기를 내뿜고 있었고, 바로 그 세상과 섞일 듯 섞이지 않는 모습이 가장 유아인 스럽다고 생각해.

실은 <장옥정> 속 이순을 보면서도 가슴 한 편으로는 걸오를 떠올렸어.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 속에 감춰진 혼자만의 소용돌이, 인생의 모든 번뇌를 알아버린 듯한 외로움은 분명 이순과 걸오의 닮은 점이었지. 그런데 걸오의 드라마는 하나의 완결성을 갖추고 차곡차곡 채워졌다면 이순의 드라마는 중후반부 들어서 뭔가 흐지부지해진 느낌이라 아쉬웠어. 이건 유아인에 대한 아쉬움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 일 수 있지만. 어쨌든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방황하는 청춘 속의 유아인이 가장 유아인스럽다고 생각하고 그 모습을 더욱 지지하는 것이 사실이야.

같은 이유로 유아인이라는 배우는 또래의 다른 배우들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그의 작품 선택에서 알 수 있듯 지극히 상업적인 한국의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유아인의 작품 선택은 상업적이거나 트렌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 역할 역시도 뻔하지만 그래도 많은 박수를 받을 만한 멋있는 역할들은 전무하잖아. 앞으로도 여전히 그스러운 캐릭터를 구현해줬으면 해. 유아인이 이승기스러워진다면, 그건 더 이상 유아인이 아니라고 난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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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대담] 유아인vs유아인
에서 숙종 이순을 연기하는 유아인"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숙종 이순을 연기하는 유아인

<장옥정>의 유아인 : 유아인의 더 확장된 미래를 볼 수 있었어.

숙종 이순. 천하를 호령할 것만 같은 왕이기는 하나, 실은 남인과 서인의 정쟁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아버지 왕 밑에서 자란 인물. 세자 시절 조선의 주인은 국왕이 아니라 사대부라는 주장을 펼치는 서인들의 기세등등함을 보며, 이를 갈며 왕이 된 사내. 장옥정과 운명과도 같은 사랑에 빠졌지만, 그 사랑에 함몰되어 있기에는 그가 짊어진 짐이 너무나 무거웠던 조선의 국왕. 결국은 그 사랑마저 정치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또 다시 자신의 무력감을 알아버려야 했던 그런 남자.

이순을 보고 있으면 걸오가 떠오른다고?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사람들이 유아인에게서 걸오를 찾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 나 역시 유아인의 걸오가 좋았지만, 걸오가 풋사과 같은 느낌이라면 이순은 소년이 비로소 완전한 남자로 거듭난 느낌이 들었기에 흠뻑 빠져들게 됐지. 걸오의 드라마가 한편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고, 반면 이순의 드라마에는 어딘지 허술한 면이 있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이순을 통해 불안한 세자시절부터 진정한 왕으로, 또 한 여인을 사랑하는 사내의 모습부터 그 사랑을 이용해 정쟁 속에서 우뚝 일어서고자 하는 지략가로서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었잖아. 드라마가 중반부터 산으로 가게 되면서 이순의 오롯한 성장 스토리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쉽지만, 초반 진정한 왕이 되고자 하는 이순의 모습에서 유아인의 미래를 보았어. 사실 <성스> 때만 해도, 김윤희-이선준-구용화-걸오 즉, 잘금 4인방의 일원으로 극의 1/4을 담당했다면 이번 <장옥정>에서는 타이틀롤 김태희보다 더 깊은 존재감을 보여주며 원톱주연으로서의 가능성도 보여줬잖아. 특히나 <성스> 때는 어느 정도 작품빨(?)도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작가와 연출 모두가 욕을 먹는 상황에서도 그의 몫을 해냈다는 점에서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지. <장옥정>에서 유아인이 신의 한수였다는 평가에 100% 동의하지만, 유아인에게도 이 작품은 <성스> 이후 또 하나의 잔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더 이상 유아인에게서 걸오를 찾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지. 그 말은 늘 또래 배우들과 다른 행보를 걸어왔지만 바로 그 유아인 스러움 때문에 유아인의 세계가 좁아진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런 면에서 이순은 유아인의 세계를 어느 정도 확장시켜준 캐릭터라는 생각도 들어.

유아인이 너무 뻔한, 남들이 가는 길을 쫓는 것은 싫지만 그의 색깔을 지키면서도 조금씩 그 스펙트럼을 넓혀가야만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해. 늘 굴절된 유아인만 볼 수 없잖아. 편안하게 극 전체와 어우러진, 그러나 강렬한 에너지를 가진 유아인의 모습을 보고 싶어. 그리고 이순을 통해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해.

그래서 유아인의 가장 가까운 미래는 뭘까? 올해 하반기(가을 유력!) 개봉되는 영화 <깡철이>(감독 안권태)다. <장옥정> 방송 전인 지난 3월 크랭크업된터라 실은 시기적으로는 <장옥정> 보다 앞선 작품이기는 하다. 그러나 <장옥정>에서 원톱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듯, <깡철이>에서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작 영화 <완득이>가 김윤석을 구심점으로 극이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국민엄마이자 천만배우인 김해숙과의 앙상블과 더불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주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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