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충고,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스틸" /><은밀하게 위대하게> 스틸

하루 평균 조회 수가 한 회당 200만을 넘고 댓글은 찬사 일색이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대박’이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대박 웹툰’들을 중심으로 영화화 행렬이 줄을 이었지만 평가와 흥행, 모든 면에서 ‘대박’은 없었다. 단순히 해당 감독이나 영화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으면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숙명인가.

‘웹툰의 영화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5일 개봉돼 폭발적인 개봉 첫 주를 보냈다. 원작자가 직접 감독으로 나선 영화 <더 파이브>는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기 웹툰 <다이어터>, <목욕의 신>, <신과 함께:저승편>도 영화화가 진행 중이다. 웹툰 팬들로서는 기대하는 한편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김수현의 티켓 파워라는 반응. ‘웹툰 원작 영화’의 정답이라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정답은 과연 있을지, 있다면 대체 무엇일지 영화에게 던지는 ‘웹툰의 충고’를 들어보자.

웹툰의 충고,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스틸" /><미생> 스틸

‘친절한 웹툰씨’와 ‘불친절한 영화씨’
웹툰의 장점 중 하나는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컷을 볼 수 있다는 것. 별 임팩트가 없는 컷은 ‘스킵’할 수도 있고, 재미있는 장면은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 그래서 웹툰은 짜임새가 다소 헐겁거나 스토리가 늘어지는 부분이 있어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허나 영화는 다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꼼짝없이 흐름을 쫓아야 한다. 작은 허점도 쉽게 눈에 띄는 이유다. 게다가 영화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에 담아내려면 버릴 부분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대부분의 영화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감독의 능력 부족 탓으로만 돌리기엔 애초에 감상 방식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최근 모바일 영화로 제작된 <미생>은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영화 <미생>은 원작 주인공의 과거를 다루는 프리퀄로 제작됐다. 게다가 5분 분량의 모바일 영화로 만들어져 웹툰과 영화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간극을 최소화했다. <미생>은 하나의 힌트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원작을 해치지 말아주세요’와 ‘원작이랑 뭐가 달라’ 사이의 줄타기
웹툰의 영화화 소식이 들리면, 대부분의 웹툰 독자들은 “제발 원작을 해치지 말고 그대로 재현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가상 캐스팅 물망에 오르는 배우들도 원작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이다. 하지만 정작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영화가 개봉하면, “원작이랑 뭐가 달라”, “웹툰을 단순히 영화로 옮겨 놓은 수준이라 지루하다”는 심드렁한 반응이 나온다. 영화 제작진 입장에선 미칠 노릇이다. <아파트>는 주인공의 성별부터 시작해 너무 많은 설정을 바꿔 ‘원작을 망쳤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주인공 원류환 역에 김수현을 캐스팅해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고 흥행 대박으로까지 이어졌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원작의 ‘늘어지는 후반부’도 그대로 가져온 점은 아쉽다. 웹툰을 리메이크하는 감독들은 ‘취할 것’과 ‘버릴 것’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웹툰의 충고,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왼쪽)와 영화 <이끼> 스틸" />웹툰 <이끼>(왼쪽)와 영화 <이끼> 스틸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설명해 봐
수많은 웹툰들이 꾸준히 소비될 수 있는 건 저마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색깔은 그림체가 될 수도 있고, 독특한 색감이 될 수도 있다. 영화나 연극의 ‘미장센’을 연상시킬 정도로 감각적인 화면 분할도 웹툰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지금껏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이런 ‘색깔’은 대개 고려되지 못했다. 그림체는 영화에 반영하기 힘든 요소라고 치자. 색감이나 화면 분할 등의 개성은 영화에서 오히려 더 극대화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이야기’와 ‘캐릭터’에만 몰두해 ‘딱 잘라 설명하기 힘든 분위기’를 놓쳤다. 그나마 그 ‘분위기’를 잘 살린 게 <이끼>다. 특히 이장 천용덕 역을 맡은 정재영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분장으로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성이 웹툰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잊지 말자.

준비 중인 영화들을 위한 ‘웹툰의 제안’

웹툰의 충고,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 <다이어터>, <목욕의 신>(왼쪽부터 시계방향)" />웹툰 <신과 함께>, <다이어터>, <목욕의 신>(왼쪽부터 시계방향)

<신과 함께:저승편>(주호민)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저승을 그린다. 특유의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로 교훈과 재미를 동시에 독자에게 전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로 만들어질 경우엔 그 방대한 이야기 구조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저승의 변호사 진기한과 김자홍, 저승차사, 군부대 내의 비리까지 2시간 내에 모두 다루기엔 벅차다. 필요한 건 ‘선택과 집중’. 김자홍이 죽은 뒤 지옥에서 겪는 일들이 보다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각종 지옥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특수분장과 CG팀의 노력이 필수다. 소시민을 대변하는 김자홍과 ‘내 고객에게만은 다정한’ 진기한 변호사의 연기력도 중요하다. 김자홍, 진기한 변호사 역할로는 연기력을 갖춘 김광규, 엄기준이 어울릴 것 같다.

<다이어터>(네온비 글/캐러멜 그림)의 뼈대가 되는 이야기는 수지가 트레이너 서찬희의 도움을 받아 살을 빼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2시간을 꾸미기엔 아무래도 이야기가 단순해질 수밖에 없다. 웹툰에서도 중간 중간에 삽입됐던 수지의 몸속 이야기를 영화에서는 좀 더 부각시키는 것이 어떨까. 수지가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할 때마다 몸속에서는 단백질, 탄수화물,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들이 ‘치고 받고’ 싸운다. 이 권력 다툼을 완성도 있는 ‘액션’으로 구현해 낸다면, 원작의 귀여운(?) 영양소를 예상했던 이들에게 파격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수지 역할은 (개인적으로 수지가 맡아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체중 조절이 가능한 여배우라야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좀 건들거리면서도 귀여운 서찬희 역으로는 ‘미스터 김’으로 거듭난 김동완이 어떨까. 몸도 좋은데.

<목욕의 신>(하일권)은 모든 게 과장되어 있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허세’의 셀카, 목욕탕의 규모, 과하다 싶은 때밀이들의 열정까지…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 장르는 뮤지컬 영화다. 게다가 원작에도 몇몇 장면에서 BGM이 깔렸고, 심지어 <목욕의 신> OST 음원까지 발매됐다. 거대한 목욕탕에서 팬티 한 장씩만 걸친 채 노래하고 춤추는 때밀이들이라, 그림이 딱 나온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하면 오그라들 수 있는 <목욕의 신>의 과장된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듯 하다. 주인공 허세 역할로는 장근석 외에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가 힘들다. 평소 허세남 이미지를 가진 장근석은 이참에 ‘얄밉지 않은 허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외모와 실력을 겸비했지만 주목받지 못한 뮤지컬 배우들에게는 기회다. <목욕의 신> 팬들은 늘씬하고 잘생긴 ‘훈남’ 때밀이를 원한다.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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