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바라보면 동그란 눈에서 금세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옆에서 바라보면 살짝 길죽한 눈매에 장난기가 어리기도 한다. 토끼처럼 살짝 튀어나온 앞니는 그의 풋풋한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화룡점정이다.

그룹 미쓰에이에서 배우로 확고한 위치를 다져가고 있는 수지. MBC 월화미니시리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김정현)에서 씩씩하면서도 청순한 담여울로 중반부를 넘어선 드라마를 이끌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첫사랑 수지’와 KBS2 미니시리즈 <빅>(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지병현 김성윤)의 ‘엉뚱녀’ 장마리를 넘어 자신만의 담여울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지는 경기도 용인 MBC드라미아 등에서 밤샘 촬영을 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마치 햇빛을 보지 않아도 엽록소를 생산할 줄 하는 나무처럼 보인다. 18,19회 촬영 중이던 그는 “벌써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항상 시청자 여러분이 많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서 그 힘을 얻어서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술 장면을 촬영하다 보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경우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지는 “무술 장면 촬영할 때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많이 찍어야 해서, 똑같은 액션을 여러 번 찍다 보면 칼이 무거워서 팔도 아프고, 체력적으로 힘든 면이 있어요”라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극중 ‘강제 신부수업’을 받으며 서툰 바느질 솜씨를 보여줬다. 실제로는 어떨까. 수지는 예의 털털한 웃음을 내놓으며 “평소에 바느질은요, 아하하, 잘 못 하구요. 요리도요, 하면 할 수 있는데, 좀 귀찮아 하는 게 없지 않아 있어서 그런 면은 여울이랑 많이 닮지 않았나 싶습니다”라고 발랄하게 말했다.

사랑 이야기에는 어김없는 ‘첫사랑 수지’의 자태가 나왔다. 반인반수 최강치(이승기)와의 사랑에 대해 “여울이라면, 사랑한다면, 그게 인간이든, 뭐든 다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이다.

가수와 배우를 넘나드는 수지가 마음 속 폴더에 고이 접어 넣고 꺼내 듣곤 하는 OST 다섯곡을 텐아시아에 살짝 공개했다.

1. <구가의 서> OST ‘나를 잊지 말아요’ 수지
“드라마를 촬영하는 중 짬을 내서 녹음한 곡이라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최강치가 여울과의 추억을 기억해내는 장면에서 처음 나왔잖아요. <드림하이> 때도 ‘겨울아이’를 불렀었는데, 이번에는, 좀, 러브라인에서 나와서인지 쑥스럽기도 하고… 연기를 하면서도 제 목소리를 작품에 보탤 수 있다는 게 참 뿌듯했어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칵테일 사랑’ 김선민이 작곡한 정통 발라드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이 더해져 수지의 목소리가 더 애잔하게 들린다.



2.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 ‘눈의 꽃’ 박효신
“박효신 선배님의 목소리를 참 좋아해요. 굵은 듯 가녀린 듯 독특한 음색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미안하다 사랑한다> 방송 10년이 지났는데도, 이 곡이 ‘시민들이 기억하는 겨울 노래’에 1위를 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도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편이구요.”

박효신의 ‘눈의 꽃’은 2004년 방송된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로 큰 사랑을 받았다. OST를 넘어서, 박효신의 대표곡이 되었을 정도다. 나카시마 미카의 원곡이 있지만, 박효신이 원곡 못지 않게 해석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3. <빅> OST ‘너라서’ 공유
“작년에 제가 출연한 <빅>에서 공유 오빠가 부른 곡이예요. 담담하게 발라드를 부르시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마치 극중 경준이 노래를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영혼이 바뀐 경준이를 친구로 대하는 연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있답니다.”

‘너라서’는 OST를 다수 작곡한 히트 작곡가 Meng이와 송봉조가 만들고 송재원, 송봉조가 노랫말을 쓴 곡이다. 다비치의 목소리로 여성의 시각에서 드라마에 삽입됐고, 공유의 목소리로 남성의 시각에서 드라마에 실렸다.



4. <건축학개론> OST ‘기억의 습작’ 김동률
“사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제가 태어나던 해에 발표된 곡이라, 이전에는 잘 알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예요. 영화 <건축학개론>을 촬영하면서 ‘이렇게 멋진 곡이 있다니!’하고 빠져들었죠. 작년말에 MBC 대학가요제에서 이적 선배님과, KBS2 <뮤직뱅크> 연말 결산에서 샤이니 민호와 특별무대도 해서 더 기억에 남아요.”

‘기억의 습작’은 1994년 전람회가 발표했던 곡.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건축학개론>의 관통하는 OST로 지난해 다시 붐을 일으킨 곡이다.



5. <불새> OST ‘인연’ 이승철
“이승철 선배님은 드라마 OST를 많이 부르셨잖아요. 그 중에서도 이 곡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이승철 선배님이 직접 쓰신 가사도 그렇고, 윤일상 작곡가님의 발라드도 드라마의 애절함과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이은주 이서진 주연의 <불새>는 이승철의 ‘인연’과 어우러져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에릭의 “뭐 타는 냄새 안 나요?”라는 대사로도 유명한 드라마이기도 했다.

글. 이재원 jjstar@ten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