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바닥을 쳤잖아요” VS 유아인 “내 연기 지저분한가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태희(왼쪽)와 유아인" /><장옥정 사랑에 살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태희(왼쪽)와 유아인

예상하지 못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태희는 자신이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낮은 시청률에) 자존심 상해 죽고 싶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는 유아인의 웃음소리에 번뜩 정신이 들어 “제가 너무 과하게 이야기 했나요? 알아서 순화시켜주세요. 뭐, 진짜 죽을 순 없죠”라며 겸연쩍은 듯 웃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유아인은 김태희와의 케미(화학작용)를 언급하던 중 “김태희의 연기는 깨끗한 느낌이 들어 때로는 ‘내 연기가 지저분한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해 한바탕 웃음을 자아냈다.

2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지영동 SBS 월화미니시리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촬영세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취재진이 질문을 하나 던지면 이들 배우들의 대답은 끝날 줄 몰랐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참 많았나보다. 두 배우 모두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큼은 확실하게 증명한 셈이다. 김태희와 유아인 모두 정형화된 가식보다는 ‘날 것’의 솔직함에 더 가까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전했다. 이날 작품과 관련된 것으로 시작된 질문은 증권가 정보지(속칭 찌라시)로 까지 이어졌다. ‘솔직한’ 김태희와 유아인은 비슷한 듯 다른 대처법으로 연예계를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유아인에게 “너도 많이 나오니? 정말?”이라고 묻는 것으로 답을 시작한 김태희의 표정은 어떤 변동도 없었다. 딱히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는 듯 “사실 전 그런 건 안 봐요. 저한테 그걸 전달해주는 이도 없고요”라고 무덤덤한 답이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나왔다.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 혹은 개의치 않으려한다는 것이다. 앞서 등장한 연기력 논란에 대해서는 힘주어 그녀 스스로가 상처받았다고 표현하며 정성을 들여 말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 속내까지 알 수는 없겠지만, 구태여 쓸데없는 소문에 자신을 옭아매는 타입은 결코 아닌 듯 했다.

유아인 역시 그런 소문에 크게 일회일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그는 나름의 논리로 대처하려 하고 있었다. “요즘도 나오고 있나요? 요새 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던데. 실은 카톡으로 지인들도 많이 돌리더라고요”라며 소문과 직접 접촉한 적도 있다는 유아인은 “비단 이런 악성루머 뿐 아니라 악성댓글이나 사람들의 반응, 뭐 연기력 논란도 있을 수 있고요. 아니면 상관없는 사적인 논란들도 있죠. 그런 것들이 끊임없이 돌고 수많은 연예인이 그 중심에 있고 힘들어하고, 가슴 아픈 일을 겪는 때도 있죠. 저는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봐요. ‘배우는 연기만 하면 된다?’ ‘왜 정치인보다 배우에게 더 도덕적으로 철저한 잣대를 들이대나?’ 라고 반문하는데, 연예인은 정치인보다 더 (사람들과 심정적으로) 가까운 유명인이니까요. 연예인이 훨씬 가깝게 떠들 수 있는 인물이잖아요. 그러니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더 초연해질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런 소문들이 나쁜 것,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 비상식적이라는 것 다 알잖아요. 내버려두면 될 것 같아요”라는 긴대답을 내놓았다. 초연한 마음과 논리를 갖기까지 나름 몰두하여 고민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 됐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김태희 “바닥을 쳤잖아요” VS 유아인 “내 연기 지저분한가요?”
방송 스틸"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방송 스틸

이날 두 배우 모두 장희빈과 숙종의 고운 색감의 한복과 용포를 입고 있어 그랬을까. 그러고보니 기자들을 맞은 곳도 다름아닌 취선당이었다. 숙종의 사랑의 징표로 희빈 장씨에게 내린 별당 말이다. 바로 그곳에서 때로는 근원 없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면서 살아가기도 하지만 무신경하게 대응하는 김태희는 희대의 악녀, 궁궐 여인들의 질투와 모략의 대상, 그러나 결국은 악으로 악을 대처하는 장옥정으로 변하고 있었고, 지칠 줄 모르고 생겨나는 소문들에 초연해지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 유아인은 왕보다 더 거대한 권력을 가지고 왕을 짓누르는 신하들 사이에서 성장해 진짜 군주로 거듭나려는, 그래서 사랑조차도 정치의 희생양으로 이용해버리는 차가운 왕, 숙종이 되어가고 있었다.

끝없고 고독한 싸움을 하는 것은 김태희와 유아인, 그리고 장희빈과 숙종 모두에게 부여된 숙명같은 일이었다. 과연 그 싸움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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